‘1년에 딱 12일’ 제주 자연 위대함 마주하는 ‘발견의 기쁨’
[제주 찐 멋]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미끄러지듯 굴속으로 걸어 내려갔다.
기어가다시피 좁은 구간을 통과하니 천장이 넓게 펼쳐졌다.
용암이 흘러가며 혓바닥 모양으로 굳어진 오묘한 지질구조,
미생물로 반짝이는 벽과 석주 등 생경한 용암지형들이 미로 같은 동굴 안에 가득했다.
생전 본 적 없던 화산섬 제주의 속살, 천연기념물 벵뒤굴이다.
이어 향한 김녕굴은 천장과 동굴 통로가 매우 높아 웅장하게 느껴졌다.
종유석들과 다양한 절리, 바깥에서 밀려온 석회 성분의 모래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빚어냈는데,
입구를 오르내릴 때는 거대한 지하 신전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1년에 약 12일만 공개되는 이 곳에서 특별해진 느낌을 받았다.
경이로움을 안고 축제의 거점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로 돌아오니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진다.
쿨다운으로 탐사 후 내 몸에 편안함을 줬고,
버스킹 공연을 들으며 탐방 중 찍은 가장 멋진 사진을 인화해 벽을 채우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동참할 수 있다.
사운드 테라피를 통해 숲 속 깊은 소리를 탐험하는 청음 투어도 마음을 재충전하는 기회다.
11일 시작돼 22일까지 이어지는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 만끽할 수 있는 시간들이다.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언론사 팸투어를 통해 공개된 벵뒤굴(위쪽)과 김녕굴의 모습. ⓒ제주의소리
화산섬 제주의 압도적인 자연 생생히 느낀다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화산섬 제주의 면면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축제다.
용암이 흘러간 자리를 따라 걷는 워킹투어,
위대한 자연을 신비한 어둠 속에서 느껴볼 수 있는 한라산 야간 일출 산행과 성산일출봉 야간 탐방,
세계자연유산 탐방 후 경험과 감정을 나누면서 함께 여운을 품는 마음챙김 페스티벌이 이어진다.
비밀스런 벵뒤굴과 김녕굴의 미공개 구간 특별탐험은 신청 30분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왜 제주섬 전체가 위대한 세계적인 유산인지’를 깨닫는 하나의 과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가,
내가 찾아온 제주가 점점 알면 알수록 깊이 있는 가치들이 많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
그래서 축제의 주제가 ‘발견의 기쁨’이라는 것이 정도연 2024 세계유산축전 총감독의 설명이다.
“우리가 정말 이렇게 대단한 제주에 있는데,
이 화산섬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그럼 ‘앞으로 이걸 잘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의 지점이었어요.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우리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제주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제주는 보면 볼수록 볼 것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더 궁금함이 있어서,
제주를 다시 또 방문하고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축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기념식에서 세계자연유산마을 선흘리의 함덕초 선인분교 아이들과 함께 마련한 축하공연,
미래세대들이 생각하는 세계 유산의 가치 보존과 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국 청소년 스피치대회,
인근 마을들과 함께하는 유산마을 나들이까지 가치의 확산과 향유를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들이다.
해가 진 후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제주 동쪽의 모습.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기간 성산일출봉 야간 탐방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6시에 출입이 제한되지만 이번 축전 기간 오후 9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위대함 지키면서 알리는 일’ 모두의 과제
워킹투어 ‘불의 숨길 만년의 시간을 걷다’는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용암이 분출되기 시작한 지점부터 바다로 뻗어가며 생성된 용암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특히 이 기획방향을 잘 이해하는 세계자연유산해설사들이 전문 큐레이터 역할을 맡아 이끈다.
사전모집은 마감됐지만,
현장접수가 남아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지질학적인 정보 외에도
이와 함께한 제주인들의 삶과 문화를 절절히 느끼게 된다.
세계유산의 가치를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워킹투어의 특별함이다.
이 길을 처음 개척한 김상수 단장은 선흘리장 출신으로
‘세계자연유산 지킴이’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그는 계속 함께 한다.
“외국인들이 와서 ‘도심지 가까운 곳에 원시림처럼 잘 가꿔진 숲을 볼 수 있어서 독특하다’,
관광객들이 ‘우리 지역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데 정말 놀랍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함께 걸으면서 다양한 식생 분포가 나타난 걸 보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저희들이 이 길을 만들어내고,
트레킹 할 수 있게끔 해놓은 이후의 손님들 반응 덕에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이 축제가 진정한 가치의 재발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위대한 자연을 지키면서
그 가치를 어떻게 세계로 전달할 것이냐에 있다.
정도연 총감독의 얘기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에겐 아주 큰 영향력이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원을 가지고 여행으로도, 교육의 관점에서 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하게 가기 위해서는 세계자연유산을 고품격으로 관광상품화하고 홍보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글로벌하게 우리의 세계자연유산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면서
전파하는 작업들을 하는 일은 한 사람만 해서는 안 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연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면 어떻게 하면 이것을 잘 활용하고 많은 분들에게 알려서 계속 이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저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동굴'을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이성자 PD, 김지희 PD, 최준 PD, 강경모 사무국장,
정도연 총감독, 이강윤 총괄PD, 김정오 PD, 김종원 AD. ⓒ제주의소리
세계유산축전?
제주는 전문가도 놀랄 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어 심미적 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화산활동에 관한 지질학적 연구 가치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아
2007년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n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유산축전은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내·외국인들에게 알리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서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백제역사유적지구,
수원화성, 안동, 영주, 경주, 순천 등의 세계유산에서 축전이 진행됐다.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11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지며
화요일인 15일과 22일은 자연 휴식의날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다.
12일 오후 7시 기념식에서는
약 80년 전 만장굴을 발견한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의 테마를 중심으로 한 축하공연과,
세계자연유산 7개 마을 특선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교류 리셉션이 열린다.
생태미술, 사운드 테라피, 토크콘서트, 수호다짐 캠페인, 버스킹 등이 이어지는
마음챙김 페스티벌은 탐방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도 함께할 수 있다.
✒️출처-제주의소리
첫댓글 제주 특파원 홍첨지님 제주 소식 감사합니다
무언가 알아간다는건 참 좋지요~~
오늘도 행복한날 되세요
특파원으로 등급 했네요
근무 시간에 시나브로 요령 피우시면 안 됩니다
지젤님
졸음은 아니
어제 저녁 피곤은 좀 가시었나요
다음 제주여행땐 들러봐야 겠군요.
소식 감사합니다.
섬 여행 댕겨 온지 을매나 됐다고...^^
축제를 응원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