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날에
최홍윤
첫새벽에
차를 기다리며
길섶 서릿발에다 오줌을 갈기는 사람도,
따끈한 자판기 커피 호호불던 사람도,
한 패는 봉고차에 오르고
다른 한 패는 시외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사라진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린 시절 따개비처럼 붙어 살던
소꿉 친구의 전화를 받고
메주콩 쑤는 날 추억 간절하고
간장 달이는 냄새 풋풋한 묵정 밭에
까치밥만 남기고 감 따자고 했다
이제 가을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묵은 그리움만 싹 트는 입동날에
이제 우리는
다닥다닥 붙어 살기에 너무 늦은 나이
가지 많은 나무가 되어서도
정, 그토록 그립다면
얼음장 밑에 흐르는 물소리로
모닥불 피워놓고
동해안에 지천인 양미리라도 구워놓고
떠나는 가을을 잔에 담아
서러운 술잔으로
時 한 수라도 건져 볼까?
▣최홍윤 시인, 방송인
1951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산양마을 출생
강릉 MBC 아나운서로 입사
서울 올림픽 스포츠 중계 캐스터
아나운서 부장
방송 심의 홍보 실장
방송사 30년 사사(社史) 집필
시청자 위원.
데뷰
격월간 자유문예
동인시집『아름다운 동행』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