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입추다. 가을에 들어섰지만 낮 볕은 뜨겁기만 하다.
집으로 들어서는데 이웃 고추밭주인이 아는체 한다.
고추밭 고추들이 튼실하다. 이렇게 폭염인데 스프링클러도 없이 물을 어떻게 대냐고 여쭈니
아무리 가뭄이라도 고추는 물을 주면 안된다고 한다. 물을 주면 탄저병이 온다고 한다.
자신은 16세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요즘처럼 농약을 많이 써도 안된다고 한다.
모든 젊은이들이 그런 농작물을 먹으면 불임이 원인이 된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 그래요? 우리마당 텃밭 고추에 요즘 가뭄이라서 물을 주었는데 안되나요?'
안된다고 단언하며 물을 주면 빨리 말라버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물을 인위적으로
주면 사람에 의지해서 스스로 자연성장이 약해진다고 한다.
그럴법도 하고 실제로 그런 농법으로 고추가 튼실하게 자라는것을 보니 맞는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농법은 농약을 한번도 안치며 농작물들이 자연환경에서 이겨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은 잡초조차도 제거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가뭄에 망가진 고추밭들은 다 잡초를 제거했기
때문이라나. 왜 그런지 여쭈니 잡초들이 있어야 서로 온도를 맞출 수 있고 비가 와도 적당량의
빗물을 흡수하거나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잡초들이 흙을 돋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살아있는
토양을 만들고 가을에 잡초들을 뒤집으면 그게 다 거름이 된다고 한다.
참으로 신통방통한 획기적 농법이라서 나중에 어른에게 술한잔 대접하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니
연락처를 주시면서 '난. 술은 안먹어. 다 끊었어. 그래도 언제든 연락해!'하신다.
바쁜 출근길에 잠시 인상적인 농사의 대가를 만났다. 나중에 시간이 될때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세상 구석 구석에는 이런 실천하는 숨은 대가들이 많다는것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