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발행처인 (재)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홍승희)은 2005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불교의 세계화와 한국불교의 해외포교를 위한 현장 탐방 및 자료 조사차 지난 10월 초, 12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동·서부 일부 지역의 주요 불교계를 둘러보았다. 이에 본지 특별취재팀이 이번 일정의 전 과정에 동행, 미국 개척불교운동의 현주소를 취재하여 3회에 걸쳐 연재하게 되었으며, 이번 호는 그 마지막 연재에 해당한다.
1. 미국 동·서부지역 주요 한국사찰 탐방
전환기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가늠하고자 한국불교가 미국 땅에 불법(佛法)을 전한 지도 40년이 넘었다. 1964년 서경보 스님을 시작으로 삼우 스님(현존, 시카고), 숭산 스님 등으로 이어지며 미주 전법 1세대로 대표되던 주역들이 하나 둘 떠난 지금 한국불교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로스앤젤레스(이하 L.A.)와 뉴욕을 한국불교의 양대 산맥이라 부른다. 미국 전역에는 동부지역 40여 개, 서부지역 50여 개 등 크고 작은 한국 사찰이 100여 개 있다. 매년 뉴욕 맨해튼 시내에서 열리는 사월 초파일 봉축퍼레이드는 미국 땅에 한국불교가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아직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티베트불교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미국불교 취재의 마지막 여정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 지역에 있는 주요 한국사찰을 찾아가는 것으로 정했다. 비록 짧은 일정에 웬만한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넓디넓은 미국 땅 여러 곳을 둘러보아야 하는 녹록지 않은 강행군이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사찰들을 찾아보는 것은 전환기 한국불교의 국제화, 세계화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우선 교포 2세를 대상으로“한국불교가 미국 내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현지인을 대상으로 포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우선은 교포 2세를 대상으로 하는 포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중 한국불교를 알릴 인적자원을 키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2.gif) 한국불교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3년 전 미국에 왔다는 뉴져지 보리사 주지 원영 스님의 말씀이다. 원영 스님은 20세기 최고의 선승이었던 성철 스님의 상좌 중 한 분이다. 일찍이 한국의 선불교를 전파하려는 신념을 가지고 있던 차에 미국으로 건너왔고, 보리사를 개원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말 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자리를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포교활동도 교포들을 대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장애는 역시 언어문제다. 언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교포 1.5세 혹은 2세를 위한 한글학교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을 포교하여 이들 중에서 지도자(스님)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보리사의 일요일 법회에는 20~30명 가량의 교포들이 참석한다. 원영 스님이 부재중일 때는 재가 포교사가 법회를 집전하기도 한다. 미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뉴욕과 뉴져지에는 보리사를 포함하여 대략 20여 개의 한국 절이 있으며, 동부지역에는 조계종 스님들을 중심으로 한 뉴욕사원연합회와 타 종단까지 포함하는 동부승가회의 두 연합단체가 있다. 다음 행선지로 뉴욕에서 한국사찰 중 제법 규모를 갖추고 의욕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불광사(주지 휘광 스님)를 찾았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뉴욕사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지 휘광 스님은 마침 출타 중이었고, 상임법사로 있는 혜안 스님으로부터 불광사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내 부지에 비해 법당 공간이 부족하다는 첫 느낌을 전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초파일이나 일요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법당에 다 들어가지 못해 증축불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답이었다. 1996년 문을 연 불광사는 일요법회와 초하루 3일 기도, 신장기도를 봉행하는데 100여 명 이상의 신도가 찾는다. 현재 뉴욕 내 한국사찰 중 신도가 가장 많은 사찰인 듯했다. 특히 불광사는 어린이법회를 꾸리고 있다. 이곳 역시 한국 교포 불자들을 대상으로 포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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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중심이어야 현지인 포교 가능 뉴져지에 자리한 원적사는 드물게 수행처를 겸한 사찰이다. 주지 성오 스님이 스리랑카에서 유학 후 미얀마 수행을 마치고 1990년 순회 포교차 들렀던 미국행이 인연이 되어 개원했다. 당시 한인회 초청으로 행한 불교특강이 계기가 되어 수행지도를 해 달라는 참가자들의 요청이 있었고, 숭산 스님이 설립한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프로비덴스 선원에서 연 1회 방문 지도를 해 오다가 2003년 8월, 현재의 자리에 개원했다. 성오 스님은 중앙승가대 교수인 미산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인 진월 스님과 도반이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4.gif) 원적사를 찾은 취재팀은 개원 3주년 법회 준비에 한창인 성오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다. 성오 스님은 주로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하신다. 원적사는 주로 교포 불자들을 대상으로 수행지도를 하지만,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위빠사나 수행반도 운영되는데 약 15~20명 가량이 참석한다. 원적사는 180여 명의 신도 중 법회에 동참하는 신도가 100여 명 정도 되며, 외국인을 위한 영어법회도 열고 있다. 사찰의 재정은 프로그램 참가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성오 스님 역시 현지인 포교를 위해서는 2세들 중에서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원적사는 향후 전문 수행도량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보다 많은 외국인들의 수행 참가를 위해 법당과 선방을 분리할 계획을 가지고 뉴욕 숲속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법회 운영만으로는 교포불교를 벗어날 수 없으며 수행 중심이어야만 현지인 포교가 가능하다는 굳은 신념때문이라고 했다. L.A.의 코리아타운에 비교될 수는 없지만 뉴욕의 한인촌이라 불리는 플러싱에 위치한 연국사로 가는 길목에서는 한글 간판이 자주 눈에 띄었다. 연국사는 원래 1983년 혜영 스님이 창건한 비구니 사찰이다. 현재는 선묵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데, 정식으로 재단 및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5.gif) 연국사도 미국에서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사찰들의 경우와 같이 일요법회에 20~30명이 동참한다. 당연히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 따라서 법회와 기도 보시금보다는 제사를 지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이민 온 교포들 중에는 한국에서처럼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찰에 와서 유교식 제사를 지내곤 하기 때문이다. 선묵 스님은 해외포교 제일의 고충으로 재정적인 어려움과 함께 포교일선에서 함께 할 인재가 부족함을 강조하시며 “한국 내 스님 중 미주포교에 원력을 가진 분을 추천받아 포교인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안을 내놓기도 하셨다. 보스턴 인근 팩스톤의 서운사는 본지의 필자이기도 한 서광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절인데, 비구니 스님이 주석한다. 미주 한국사찰 중 가장 미국적인 외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비교적 한국인이 적은 조용한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서운사는 절 뒤로 넓은 숲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수행처에 온 느낌이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1층 법당에서 법회를 봉행하는데, 보통 교포불자 20~30명이 동참한다. 또한 서운사는 하버드대학과 인접한 보스턴 시내에 작은 토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서광 스님이 현재 공부 중이고 다른 스님들도 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운사 스님들은 어린이, 청소년 심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누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한국의 선불교를 알릴 것인가 이번 동부지역 답사 일정 중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원각사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3시간여를 달려 찾아간 원각사는 미국 내 여느 사찰과는 입구부터 달랐다. 32만 평이라는 넓은 대지에, 호수와 축구장까지 갖추고 있는데, 미국에 이만한 규모의 한국 절이 있다니 일단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원각사는 전 동국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던 법안 스님이 뉴욕 맨해튼에 세운 절이다. 일찍이 국제포교의 중요성을 인식, 불교대학을 건립하려는 발원을 세우고 예전에 유태인 수련원이었던 이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포부와는 달리 법안 스님의 병환이 깊어져 침체기를 맞았다가 2004년 11월부터는 서울 양재동 구룡사의 정우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제2의 중흥기를 꿈꾸고 있다. 현재 정우 스님이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어 아직은 방대한 불사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각사에서 만난 이윤석 국제포교사는 “앞으로 원각사가 여법한 도량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포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선불교를 전파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인근 주민들과도 축구장을 무상으로 빌려 주는 등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었다. 최근 통도사에서는 이곳에 선원을 짓기로 하고 선원장 스님이 현장을 답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원각사는 일부러 꾸미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선 수행처로서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규모 면에서 보면 한국 선불교를 알리는 전초기지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누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지도하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6.gif) 고무적인 것은 원각사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요법회를 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10여 명 정도의 적은 인원이지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교포 2세, 3세 젊은 불자들을 위한 불사를 진행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지역에 비해 늦게 시작된 동부지역 한국불교계는 교민 증가와 함께 내용적으로 발전을 하고는 있으나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미국 동부지역 뉴욕 맨해튼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뉴욕사원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실시하는 봉축 퍼레이드(2006년 18회째)의 개최 비용이 부족하여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뉴욕지역에는 로터스 달마 스쿨(Lotus Dharma School), 뉴욕불교상조회, 뉴져지 가정법회, 생활불교회 등의 불교단체가 있다.
미국 내 한국불교의 1번지, L.A.
미국 내 한국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L.A.가 역시 한국불교의 1번지인 셈이다. 교민이 많으면 불자들의 숫자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L.A. 한국불교 활성화는 곧 미국 내 전체 한국불교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7.gif) 동부지역을 거쳐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광할한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날씨는 10월이었는데도 매우 따뜻했다. 서부 일정은 캘리포니아주 대학생불교학생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남가주대학(USC) 종교학과 외래교수이며 애너하임 보광사 주지인 종매 스님이 안내했다. 먼저 미주 전법 40년 역사 속에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관음사를 찾았다. 1975년 개원한 이래 한국 이민불교 30년을 대표하는 사찰인 관음사는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규모도 크다.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답게 신도들을 위한 법당과 식당을 비롯하여 도안 스님의 안목으로 수집한 많은 불교문화재들이 전시되어 있어 웬만한 전시관보다 훌륭한 규모를 자랑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8.gif) 이와 함께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3층 규모의 관음사 불교문화회관 내에는 관음사에서 운영하는 미국 내 유일한 교양대학인 2년제 6학기 과정의 로메리카 불교대학(Lotus University America Buddhist College)과 로터스 갤러리, L.A.포교사단이 들어 있다. 또한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유치원(연화어린이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L.A.포교사단은 미주 신행단체 중에서 조계종단과 관련이 있는 유일한 단체이다. 2000년 3월 출범한 포교사단은 관음사 주지 도안 스님의 속가 동생이기도 한 김안수 법사가 초대 단장을 맡았고, 현재는 이철우 포교사가 2대 단장으로 있다. 회원들은 L.A.지역에 가장 많고 다른 지역에도 있다. 회비로 운영되며, 매달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남가주사원연합회와 공동 주최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열었고, 양로원 방문과 의료봉사활동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재가자들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로메리카 불교대학 사무실에서 만난 김안수 법사는 “현재 불교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미국 내에 불교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스타 스님 등의 법회나 이벤트를 지원해 준다면 불교 활동의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L.A.에서 열렸던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 현각 스님의 초청법회에 근래 보기 드물게 3천여 명이 운집하여 불교에 대한 홍포 효과가 컸다고 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지원이 절실 L.A.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정혜사는 로스앤젤레스의 높은 하늘처럼 채광이 빛나는 단층 건물이다. 군법사 출신이며 조계종 총무원 소임을 맡기도 한 석타 스님이 주지로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09.gif) 원래 정혜사는 L.A.에서 활동하는 동국대 출신이며 한때 스님이기도 했던 정정달 법사가 설립한 사찰이다. 정정달 법사는 정혜사 외에 L.A.관음사, 법보선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정혜사는 교민들 중 젊은층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학생법회를 중심으로 이끌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도하고 있어 한국사찰 운영의 한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요 학생법회에는 평균 30여 명 정도 동참하는데, 이들을 위해 한글학교 및 친교를 위한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인 신도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주지 석타 스님의 설명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10.gif)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코리아타운에 있는 성불사와 달마사다. 성불사는 운영난 때문에 관음사와 합치려 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사찰양식으로 지어진 달마사는 숭산 스님이 생전에 미주포교를 위해 한국 전통사찰양식으로 지은 절인데, 현재는 제자인 담오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으나 스님이 주석할 때에 비해 많이 위축되어 있다고 한다. 10월 8일, 취재팀은 애너하임에 위치한 종매 스님의 보광사에서 묵기로 했다. 스님의 안내로 도착한 보광사는 한적한 주택가 한가운데 평범하게 위치해 있어 보광사라는 현판이 없었다면 사찰인지 분간이 잘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생활 30여 년의 이력이 보여 주듯 종매 스님의 포교 범위는 매우 넓었다. 1984년 송광사 구산 스님에게 비구계를 받은 종매 스님에게는 아홉 명의 제자가 있다. 보통 여러 종파나 스승을 거쳐 불문(佛門)에 들지만 종매 스님의 제자들은 스님의 종교철학, 즉 사회활동을 통한 불법 전파에 공감하면서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스님뿐 아니라 재가법사도 섞여 있다. 제자들 중 대부분은 화엄사에서 조실 스님이나 선원장 스님들로부터 사미계, 또는 사미니계를 받았다. 하지만 조계종 합동수계산림을 받지는 않았다. 그밖에도 일정이 촉박하여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L.A.에는 청화 스님이 지은 카멜의 삼보사를 비롯하여 송광사 L.A.분원으로 건립한 L.A.팜스프링 금강선원(Diamond Zen Center) 등 여러 사찰이 있다. 90년대 중반, 청화 스님이 한국불교가 미국 땅에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야겠다는 원력으로 지은 금강선원(주지 현호 스님)은 그 바람대로 미국인들에게 한국 선(禪)의 진수를 전하는 요람이 되고 있다. 한편,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숭산 스님의 제자 미국인 무량 스님이 주지로 있는 태고사는 1993년 건립을 시작하여 대웅전과 요사채는 완공되었으나 수행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계속 불사 중에 있다. 또한 L.A.에는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하는 조직력을 가진 불교단체들이 있는데, 달마회를 비롯하여 미주불교 법사회(미주불교포교사협회), L.A 포교사단, L.A. 정토회, 우담바라회(전 보리승가회), 남가주 불교청년회 등이 대표적이다.
2. 미국식에 맞는 한국불교
해외포교는 해외 한국사찰 지원에서부터
전통적인 불교국가인 동남아에서조차 불교가 기독교의 선교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구에서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미국의 불교세 증가는 한층 고무적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도 이런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취재 결과, 미국 현지에서 만난 한국불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대부분의 한국사찰들이 교민불자들을 대하다 보니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추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한국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불교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듯했다. 미국의 많은 한국사찰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빈손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포불교가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미국에는 같은 한국교민이라 할지라도 타종교인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아직 자생기반을 갖지 못한 해외 사찰들을 위한 국내와의 연계 체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보교류는 물론이고 상호간 협력증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사찰들의 경우, 대부분이 불교자료의 부족을 호소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간행되는 불교 잡지나 불교서적을 정기적으로 지원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것은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사찰이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 모두에게 한국불교를 문화적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현지에서 불교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할 문화공간의 확보도 필요하겠다. 이곳을 통해 물적·인적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 종교세에 눌려 위축되고 있는 이민사회에서 불자들의 신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초청법회를 개최하는 것도 소극적인 분위기를 환기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11.gif) 지금이야말로 미주 한국불교의 전환기라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그동안 이민 1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법당 운영 및 일선 포교활동이, 이제는 이들 1세대 지도자들의 노령화와 타계로 인해 공백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미국 시민사회 전체에 한국불교의 선풍을 일으키고 현지 교민 불자회 상호간의 결속을 강화하여 2, 3세대 포교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진취적인 포교전략이라 하겠다. 이런 노력들은 현지 교민뿐 아니라 미국 내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불교를 전파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한국 교민사회에 독자적인 불교공동체가 형성되어 자발적인 한국불교 신행활동이 확산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수행불교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여 수행센터 개설이나 포교당, 어학당, 불교문화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도 문화포교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듯이 가장 한국불교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불교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해외포교에 대한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불교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해외교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 한다. 이는 한국교민 가운데 출가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해외교구가 세워지면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포교활동이 이뤄질 것임이 분명하다. 현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스님의 언어능력 등 여러 문제를 종단에서 해결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조계종 포교원도 해외 포교를 담당할 인력을 교육하고 어린이 지도자 육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12.gif) 국내 불교계가 국제포교의 중요성을 드디어 인식하기 시작한 증거라 하겠다. 이런 노력들이 축적되면 영어를 잘 못해 불자 자녀들이 교회로 가는 안타까움도 줄어들 것이며, 젊은 세대에 맞는 눈높이 포교아이디어도 제안됨으로써 한국의 스님들이 너무 참선 위주라 소극적이라는 편견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식에 맞는 불교로 포교하자
이번 특별기획 시리즈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불교는 거의가 각국의 불교문화와 전통에 기초하여 현지에 맞게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불교도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불교의 의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미국 땅에 맞는, 미국인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포교 방편을 개발해야 한다. 먼저 미국적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불교화 하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를 잘 하는, 미국을 잘 아는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그 나라에 맞게 한국불교를 접목시켜야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미국포교에 전념할 스님과 재가포교사를 키우고 배출해야 하는 과제 해결이라는 선행조건이다. ‘신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의 비율이 94%에 달할 정도로 미국인들의 종교적 신념은 매우 강하다. 이들 서구인들이 불교와 사찰을 찾는 궁극적인 이유는 선 수행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선 중심의 불교인 서구에서 한국 선불교의 올바른 전승은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 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티베트불교는 신비주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 사후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때 통(通)불교 이념을 가진 한국불교의 수승한 가르침이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u2.jhost.co.kr%2Fimg%2Fclass%2F34e13_copy.gif) 현재 미국 내에는 100여 개의 한국사찰이 있고 조계종 소속의 스님만도 12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사찰이나 스님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내 종단과의 원활한 지원체계에 의해 움직이는 사찰이라기보다는 스님의 역량에 따른 사찰 창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와 준비 없이 개별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언어의 문제라든가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해외교포 중심의 포교당 운영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한국불교의 해외진출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교포 위주에서 벗어나 서서히 현지인 포교를 준비 중인 사찰들이 늘고 있고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자 하는 스님들의 노력 또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는 시카고의 삼우 스님, 위싱턴 보림사 경암 스님, 육조사 현웅 스님 등이 현지인 대상으로 선불교를 전파하고 있고, 스리랑카 출신 해월 스님이 한국 승복을 입고 개인적으로 미국인들을 상대로 포교하고 있는 등 드러나지 않지만 미국사회에 한국불교 정신이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문제는 한국불교의 정수를 간직하면서도 미국인들에게 맞는 수행방법을 개발해 주류 미국인들 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한다는 것. 국내에 있는 종단이나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사찰 모두가 한국불교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법 40년을 넘긴 한국불교는 초창기,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여건에서 미국 땅에 한국불교의 초석을 놓은 서경보 스님, 구산 스님, 삼우 스님, 숭산 스님, 청화 스님, 도안 스님, 대원 스님 등 걸출한 스님들의 노력을 발판 삼아 미국 개척불교운동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때이다. 미국에서 한국사찰을 운영하는 스님들은 한결같이 미국불교의 포교 관건은 영어와 지도자의 수행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인들에게 불교가 전하는 열반의 맛, 한국불교를 제대로 보여 줄 때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선불교를 지도하는 스리랑카인 해월 스님의 예가 그 좋은 해답이 될 것이다. 송광사에서 수행한 이력을 가진 해월 스님은 “마음이 주[主]”임을 설파하며 한국 승복을 입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면서 L.A. 달마사 등지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법구경』을 강의하고 미국 가정을 방문하여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보살일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진수를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게 되면 미국 내 한국불교의 영향력은 기대 이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그 일은 온전히 한국불교 전체의 몫으로 남아 있다.
취재·정리 고영인 특별취재팀
◎ 미국 내 한국사찰 (각 주별 구분) ◆뉴욕(NY), 뉴져지(NJ) 관음사 / 금강사 / 능가사 / 도선사 / 마하선원 / 백림사 / 백운선방 / 보현사 / 불광선원 / 불국사 / 삼의정사 / 상운사 / 연국사 / 운주사 / 원각사 / 원적사 / 전등사 / 정명사 / 조계사 / 한마음선원 / 혜안정사 ◆메사추세스(MA), 로드 아이랜드(RI) 문수사 / 서운사 / 홍법원 ◆코네티컷(CT), 펜실베이니아(PA) 관음사 / 대연사 / 필라 원각사 / 화엄사 ◆메릴랜드(MD) 무량사 / 법광심인당 / 법주사 / 한국사 ◆조지아(GA) 전등사 / 칠보사 ◆FL 보현사 ◆미시간(MI) 무문사 ◆미조리(MO) 불국사 ◆미네소타(MN) 삼불사 ◆일리노이즈(IL) 봉불사 / 불심사 / 불타사 / 선련사 / 한마음선원 ◆텍사스(TX) 보현사 / 안국선원 / 영원사 / 태광사 ◆콜로라도(CO) 법연사 / 보타사 / 정혜사 ◆아리조나(AZ) 감로사 / 금강선원 ◆캘리포니아(CA) 고려사 / 고불사 / 관음사 / 금강사 / 금강선원 / 달마사 / 대각사 / 대승사 / 무량사 / 무위정사 / 반야사 / 법왕사 / 법보선원 / 보광원 / 보문사 / 보현사 / 불광사 / 불광심인당 / 삼보사 / 선각사 / 성불사 / 여래사 / 연화사(Cypress) / 연화사(Bonita) / 영산법화사 / 영화사 / 육조사 / 원명사 / 원효사 / 전등사 / 정원사 / 정토수련원 / 정혜사 / 태고사 / 평화사 / 한마음선원 ◆오리건(OR) 동암사 / 보광사 / 서래사 ◆버지니아(VA) 구곡사 / 보림사 / 세계사 / 한마음선원 ◆워싱턴(WA) 반야사 / 서미사 / 정각사 ◆하와이(HI) 관음사 / 무량사 / 백련사 / 불은사 / 정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