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무한-장사-안강(후난)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 상식
호북과 호남의 경계.
그 사이에 동정호가 있다. 중국에서 2번째로 큰 담수호이다.
이 호수를 기준으로 호북과 호남을 나눈다.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모택동 생가’ 표지판이 보인다. 그냥 지나갔다.
애국시인 ‘굴원사’ 표지판도 보인다. 또 그냥 지났다.
중국은 5월 5일 단오가 되면 ‘종자’라는 음식을 먹는데, 그 유래가 애국시인 굴원을 기억하는데 있다.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하다가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한다. 그날이 바로 단오절이었는데, 이 때부터 사람들은 단오절이 되면 동정호에 ‘종자’를 던진다. 이유는 물고기가 굴원의 시체를 뜯어 먹지 말라는 뜻에서였다.
굴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사람의 마음 속에 남는 것은 겉이 아니라 진짜 속에 있는 거시기이다.
‘증국번 생가’ 표지판도 보인다. 역시 그냥 지났다.
태평천국의 난을 평정했던 근대의 걸출한 인물이다. 물론 외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모두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여행의 여건 상 그냥 지나친다.
※ 일정
무한에서 경주 고속도로는 찾는데 겁나게 헤맸다.
표지판도 그렇고 지도도 그렇고, 정확하지가 않다.
2시간은 헤매며 찾은 것 같다.
경주고속도로에서 상소고속도로를 타려하는데 입구가 봉쇄되어 있다. 어떤 안내도 없이.
할 수 없이 다음 톨게이트에서 빠져 나갔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은 데, 고속도로는 빠져나와 상소고속도로를 찾는다. 정확하지도 않은 지도를 보고 말이다.
물어 물어 찾았는데, 앞에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주변에 물어 볼 사람도 없다.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차를 세운다.
자기를 따라 오란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인상도 별로 좋지 않은 남자들 보고도 차를 세워주다니.
다행이 그 사람을 따라 고속도로를 탄다.
고속도로는 중간까지 밖에 개통되지 않았다.
이제 국도다. 처음으로 타는 국도. 비가 오락가락 한다.
고속도로보다 느리긴 하지만 사람들이 보이고, 동물들이 보인다.
사람 냄새가 느껴져 또한 좋다.
왕복 이차선 도로에 어떤 구간은 한 차선을 공사해서 한 차선씩 길을 간다.
차에 내려 한참을 기다린다.
해질 무렵 산길이 시작된다. 산을 따라 가는 길. 경치가 참 좋다.
잠시 내려 쉼을 한다.
도로변 두세집 사람들이 밖에 나와 저녁을 먹는다.
3,4살 먹은 아이들. 함께 사진을 찍으며 곁에 있는 분들과 빨리 친해진다.
‘왕왕’과자를 하나씩 준다. 금방 아이들이 불어난다.
마을 분의 말에 의하면 옆 샛길로 가면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고속도로를 탈 수 있단다.
어찌 할까 하다가 가 보기로 한다. 과연 차 하나도 없는 미개통 고속도로를 갈 수 있었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고 했나? 훔친 것 같은 길의 쾌감이 있다.
하지만 이 쾌감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얼마 후 다시 국도로 내려와야 했다. 팬티만 입고 세면을 하던 아저씨가
아직 개통되지 않은 바리케이트를 손으로 열어 주신다.
웃으면서 말이다.
이 때부터 고난의 행군이다.
비는 억수 같이 오지. 산길이라 겁나게 돌아가지. 밖은 이미 밤이라 보이지 않지.
그래도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겨우 ‘안강’이라는 곳까지 왔다.
밤 11시. 아침 7시 30에 출발 했으니 몇 시간을 달려 온거야!!!!
숙박시설이 꽤나 많았다. 이 국도를 타는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서 숙박을 하는지
방이 없었다. 겨우 허름한 여관을 찾았다. 하루 60원.
방을 보러 들어갔는데 방 불을 켜자마자 손바닥만한(?) 바퀴벌레가 눈에 띤다.
뜨악. 아줌마를 불렀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휴지를 뜯어 잡는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숙박을 한다.
식당이 문 연 곳이 없어서 여관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요기를 한다.
옆에서는 초두부 냄새가 코를 찌르고, 길에는 화물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는
그곳에서 몇 가지 음식으로 힘든 하루를 마무리 한다.
결국 이 저녁 먹고 다음 날 우리 일행은 돌아가며 설사를 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지식 틀린 게 없다. 불량식품 조심.
첫댓글 오빠가 쓰신 글은 참 맛깔스러워요^^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 흔적을 남기는 구만...
썩은두부???? 아직도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허허..
이제서야 읽었어. 글 잘 보고 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