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 이야기) "쟤를 나 대신 넣어줄래?" / 문하 정영인

[징검다리]

(외손녀 이야기) 2016-08-26

< “쟤를 나 대신 넣어 줄래?” >

문하 정영인

외손녀 제니는 친구 다섯 명과 놀게 되었다. 둘이 짝이 되는 놀이를 하게 되었다. 결국 한 친구가 외톨이가 되었다.

그때 외손녀가 자기와 짝을 이룬 친구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쟤를 나 대신 넣어 줄래?”

그 아이들은 외톨이까지 넣어 다섯 명이 재미있게 놀았다 한아.

수학에서 홀수란 어떤 수를 2로 나눌 때 나머지 1이 나오는 수, 짝수란 나머지가 0이 나오는 수라고 정의 한다.

짝을 짓는 인간의 사회도 늘 홀수와 짝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깍두기 같은 존재가 생기게 된다. 깍두기는 이 편에도 저 편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외롭고 서러운 존재다. 이즈음은 이를 아이들은 ‘왕따’라고도 한다. 성인은 요즘 대두되는 홀로족, 혼밥족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 나는 늘 깍두기 신세였다. 병약하고, 비리비리하고, 소심한 나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또 동네 아이들이 모여 편을 먹는 놀이나 짝을 짓는 놀이에서는 어김없이 깍두기 신세였다. 아이들 수가 짝수이면 어느 편이라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홀수이면 으레 깍두기 신세가 되었다.

우리 동네 대장격인 형은 그래도 나를 어느 편에 넣어 주었다. 편을 먹은 약한 팀에다 덤으로 넣어 주었다. 깍두기는 일종의 스페어 같은 존재였다. 또 깍두기인 나를 받는 편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 깍두기인 내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여 그 팀이 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혹가다 깍두기가 일조하여 이기는 경우에는 좀 대접을 받기도 했다.

어떻거나 깍두기는 그 사회에서 외롭고 서러운 존재였다. 마치 이민 가서 주류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딸아이한테 제니가 한 행동을 전해 들으면서,

‘어, 내 외손녀에게도 그런 점이 있었나?’

사실, 내 외손녀는 오사바사한 손녀의 잔정이 없는 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 제 에미인 딸이 그랬듯이…. 어느 면에선 깍쟁이기도 하다. 딸의 칼 같은 성격과 사위의 절약하는 성격을 똑 빼 닮았다.

신은 인간이 태어날 때 두 개의 주머니를 달아준다고 했다. 앞에는 남의 험을 담은 주머니, 뒤에는 나의 험을 담은 주머니를 달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남의 험은 잘 보이고, 나의 험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받으면 뇌물이고 내가 받으면 선물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뒷담화만 않해도 성인품에 들 수 있다고 누누이 말한다.

인류가 만든 사자성어 중에 가장 위대한 사자성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가해 보는 것!

아마 제니도 자기가 또래 모임에서 외톨이가 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유명한 시인의 시구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 한다. 원래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혼자 태어나 결국 혼자 가야 하다. 그로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살아가면서 그 외로움을 이겨 가면서 산다. 가족, 친척, 친구, 사회의 모든 속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산다. 요즘 그 외로움에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카톡이나 SNS 등이다. 특히 사람은 짐승과 달라서 갓 태어나면 홀로 서지 못한다. 대개 짐승들은 태어나서 금방 일어선다. 사람은 적어도 오랜 기간 홀로 서기 위해서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 인(人)’이다. 또 짝을 이뤄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어질 인(仁)’이다.

그래서 깍두기도 어디에라도 쓰이는 존재인가 보다.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