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로 간 주말

[도까비]

 구름이 잔뜩 낀 올 해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격동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모처럼 만에 아내랑 둘 만의 드라이브를 떠났다.  

 

 

가창댐을 지나 헐티재를 넘어 각북으로 해서

팔조령을 돌아오는 청도 길은

조용했고 길모퉁이 구비 마다 정겨움이 있었다.  

 

 

하늘은 금새라도 눈발을 뿌릴것 같이 흐렸고

헐티재의 날씨는 쌀쌀했지만

드라이브 길은 느긋한 여유와 편안함이 있어 좋았다.    

 

 

용천사를 지나 아래로 200여미터쯤 내려서자

왼편에 다사랑 식당의 가마솥밥이라는 글씨가

차를 멈추게 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난로불이 있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어느 민속촌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는데

 

화장실 벽에 적힌 글이 좋다고 했더니만

주인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부부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은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달고 나타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팔자야 노래 불러도 어느날 몸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칼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가슴 찡한 글을 읽고나서 아내에게 넌즈시

살아오면서 나와 헤어지고 싶은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런 날이 열번도 넘게 있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난, 여지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아닐테지~' 하고 생각한다면 

내일 당장

둘 만의 드라이브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 ^^

 

                                                            <2007. 12. 29. 싱거운 도까비>

[만경산]

여유로운 자네의 모습이 보기에 좋구먼 ~~~~~~~~~

[좋은생각]

후배님 멋져요....

[조성래]

풍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자네는 역시 멋쟁이야....

[도까비]

지난 한 해 !! 같은 세대를 살아가며 느낌이 같은 친구들이 있어 너무 행복했다네. 내년에도 우리네 삶의 여정을 아름다운 꽃길로 꾸며놓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함께 걸어보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