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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기]
20100609 김성민
서지 사항
제 목 - 불멸의 인간학 사기 1~5 (권당 p 254~293)
저 자 - 사마천
(기원전 145?~기원전86? 중국 서한 시대의 역사가. 한나라 태사령.)
엮 은 이 - 1권.이치카와 히로시(市川宏)
1937년 키리우 시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호세대학 교수 역임.
스기모토 타츠오(杉本達夫)
1937년 교토 출생. 오사카외국어대학 졸업. 와세다대학 교수 역임.
2권.오쿠다이라 다카시(奧平卓)
1928년 도쿄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홋카이도 정보대학 교수 역임.
구메 사카오(久米旺生)
1935년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출판사 근무를 거쳐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3권.마루야마 마츠유키(丸山松幸)
1934년 타이베이에서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지은 책으로 <중국근현대사(中
國近現代史)>외에 다수가 있다.
모리야 히로시(守屋洋)
1932년 미야기현에서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저술하고 옮긴 책으로 <정관정
요(貞觀政要)>외에 다수가 있다.
4권.와다 타케시(和田武司)
1933년 도쿄에서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1981년부터 4년간 북경에서 체재
하면서 잡지 <인민중국(人民中國)>을 편집했다.
야마야 히로유키(山谷弘之)
1947년 사이타마현에서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5권.오오이시 치요시(大石智良)
1941년 도쿄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동대학 박사과정 수료.
니와 슌페이(丹羽隼兵)
1938년 도쿄 출생. 도쿄도립대학 중국문학과 졸업. 저서로 <사기에서 배우다>,<삼국지, 십
팔사략에서 배우는 실패의 교훈>외에 다수가 있다.
옮 긴 이 - MOIM
MOIM은 우리말로 '교양을 갖춘 모든 사람을 모이게 한다', 영어로는 'Mozart's Imagination'의 줄
임말로, 출판 기획사와 문사철(文史哲) 대중교양서 저술가, 번역가 등의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고사성어랑 일촌 맺기>,<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갈리아 전기>,<갈
릴레이의 생애>등이 있다.
출 판 사 - 서해문집
출판년도 - 초판 1쇄 발행 2009년 9월 10일
▲5권이 모두 모였을때. 여기에 중국 상고 시대부터 효무제 시대까지의 역사가 펼쳐진다.
목차
1. 시작하며 - 왜 사기인가? 이 엮음본의 구성은 어떠한가?
2. 엮음본의 특징 - 본기와 세가 위주로, 태사공의 시각에서
3. 사기의 특징 - 전형적인 동양적, 감계주의 사관
4. 엮은이들의 현대적 시각 - 의도는 좋았지만 아쉬웠던 부분들
5. 상세한 고사 소개 - 진 문공과 초 성왕의 격돌
6. 마치면서 - 사기를 통해 생각해볼 점들
1. 시작하며 - 왜 사기인가? 이 엮음본의 구성은 어떠한가?
내가 고른 책은 태사공 사마천의 ‘사기’다. 사기는 최초로 기전체라는 형식을 도입한 사서이다. 이 책이 편찬된 후에 중국의 정사가 대부분 기전체로 쓰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 등의 많은 사서가 기전체로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사기가 가지는 의의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손준식 교수님의 역사고전의 이해 강의에서 사기는 중국의 정사 가운데 으뜸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이 책 선택의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
사기 원작은 모두 본기 12권, 서 8권, 표 10권, 세가 30권, 열전 30권의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130권이다. 내가 선정한 책은 이 130권을 5권으로 재구성한 엮음본이다. 엮은이들은 일본인이고, 이 책은 일본의 책을 번역한 번역서이다. 엮은이들은 ‘사기를 현대의 시각에 맞추어 바라보고 해설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소개에서 말하고 있다. 책에는 태사공이 직접 쓴 평가도 있으며, 엮은이들이 달아놓은 평가나 주석도 있다.
엮음본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자면 먼저 1권은 오제 시대부터 시작된다. 이후에는 순 임금의 뒤를 이은 우 임금이 건국한 하나라의 건국과 발전, 멸망 과정이 나온다. 다음에는 은나라를 성립한 탕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후 은나라는 주왕대에 이르러 주지육림의 사치를 벌이고 결국 주나라의 무왕에게 멸망당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활약한 주나라의 태공망과 충직한 신하였던 주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문왕이 창업한 주나라는 이후 견융의 침략으로 쇠약해지고 지방의 제후국들이 강해져서 춘추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서는 춘추 시대의 다섯 패자인 제나라 환공과 진나라 목공, 송나라 양공, 진나라 문공,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와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싸움이 나오고 여기까지가 1권의 내용이다.
2권은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먼저 전국 7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라의 개혁을 이끈 제후들인 위나라 문후와 진나라 효공과 상앙, 조나라 무령왕의 이야기와 7나라들 사이에서 재상으로 활약한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에는 여러 장군과 지략가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염파와 인상여를 필두로 전국 4공자인 맹상군과 평원군, 신릉군, 춘신군과 그들의 식객들, 악의와 전단을 중심으로 한 연나라와 제나라의 싸움, 위나라의 백기 장군과 조괄의 이야기 등을 다루었다.
3권은 거상 여불위와 진왕 자초가 먼저 등장해서 이들이 진나라를 장악하고 왕이 되는 과정이 나온다. 그리고 자초의 아들인 진왕 정이 최초로 제국을 세우고 시황제가 되는 과정과 그를 도운 이사와 한비, 왕전 장군의 이야기가 전반부를 이룬다. 3권의 후반부에서는 진시황의 죽음과 그 뒤를 이은 2세 황제와 그를 황제로 만든 조고와 이사의 음모에 휘말려 죽어들어간 부소 황자와 몽염 형제의 일화가 소개된다. 그리고 이 혼돈 속에서 진나라에 대항해 난을 일으킨 진승과 오광, 그리고 진나라와 한나라 사이의 인물들인 경포와 팽월, 장이와 진여의 일화가 소개된다.
4권은 초한지의 시대로 항우와 패공 유방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항우와 패공이 거병하는 장면에서부터 먼저 관중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 홍문의 연회, 한나라의 동정과 해하의 결전이 나타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패공을 한 고조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명장 한신, 재상 소하, 참모 장량, 꾀주머니 진평, 강직한 주창 등의 인물들이 소개된다.
마지막 5권은 서한의 고조부터 고조 사후에 정권을 장악한 여태후와 여씨 일족들이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그 다음에는 문제와 경제의 시대인데, 관료 출신인 원앙과 조착의 이야기와 오왕 유비가 일으킨 오초 7국의 난이 나오고 여기까지가 5권의 전반부를 이룬다. 5권의 후반부는 무제 시대의 역사가 주를 이룬다. 먼저 무제 시대의 관료들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늙어서 출세한 공손홍과 직언을 서슴지 않는 급암, 소금과 철의 전매 제도를 만든 장탕 등의 일화가 나온다. 그리고는 북방 흉노와의 싸움과 여기서 활약한 대장군 위청과 거기장군 곽거병, 그리고 비단길을 개척해서 유명해진 박망후 장건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기에서 사기의 수천년에 걸쳐 펼쳐진 대서사가 마무리된다.
2. 엮음본의 특징 - 본기와 세가 위주로, 태사공의 시각에서
책의 서문을 살펴보면 이 책을 쓰면서 세운 방침은 마치 골짜기와 산, 계곡등을 이룬 것과 같은 사기 원저의 본기와 세가, 열전을 각각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해 놓았다. 실제로 시중의 대부분의 사기책이 열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반해, 이 엮음본은 본기와 세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열전 부분의 비중이 다른 책들에 비해 매우 적다. 아마 엮은이들은 개개인 보다는 왕조의 변천과 제왕들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싶다.
또한 서문은 독자들이 사물을 개별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전체와 연관해 다루고 있는 태사공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태사공은 사기의 여러 부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첫 번째 예는 분류법에서 볼 수 있다. 태사공은 제왕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항우와 여태후를 제왕기인 본기에 분류하였으며, 제후가 아니었던 공자도 영향력이 제후에 버금간다 하여 세가에다 분류하였다. 두 번째 예는 춘추 오패중에 하나인 송 양공에 대한 평가에서 나타난다. 송 양공은 적군인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는 도중에 공격하지 않고 전열을 정비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했고, 참담한 패전을 당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두고 양공을 어리석다 비난하였지만, 태사공은 당시의 예의가 사라진 세태에서 볼 때 양공의 예의와 양보심이 칭찬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태사공의 독특한 시각은 끔찍한 형벌을 겪으면서 또 다른 인생을 살며 생긴 듯하다.
▲검은색 기사(騎士)뒤에 나오는 흐릿한 글씨가 엮은이들의 논평이고, 그 뒤에 나오는 '태사공은 말한다.' 다음에는 태사공이 쓴 평이 나온다.
3. 사기의 특징 - 전형적인 동양적, 감계주의 사관
역사학입문 수업 시간에 제 2장에서 배웠던 내용 중에 서양의 역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동양의 역사는 실제 사실을 더 중요시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고대의 서양에서 역사는 어떻게 하면 더 감동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할까에 중점을 두고 개별 사실은 상대적으로 천대했기에 왕실의 공식 기록관이 작성했던 동양의 역사에 비해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점에 있어서 사기는 전형적인 동양식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사기에서 태사공은 은나라 왕의 43대 계보를 모두 기록해 놓았다. 과거에 은허의 유적이 발굴되기 전에는 다들 이 계보를 꾸며낸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20세기에 하남성에서 은나라 유적이 발굴되었고 여기에서 찾아낸 갑골 문자들을 해독해보니 사기의 은 계보가 출토된 갑골문의 은나라 왕통보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사기에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태사공이 최대한 진실된 자료를 수집해 역사 편찬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만큼은 여기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제 1장에서 나온 중국 사관 특유의 감계주의도 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장이와 진여는 어릴 적에 같이 공부한 막역지우였다. 그러나 진승의 난 때 반군에 가담하여 서로 경쟁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구원병을 보내는 문제로 사이가 틀어지기에 이른다. 나중에 항우가 장이는 상산왕으로 세우고 진여에게는 세 개의 현을 봉지로 주자 진여는 이에 거세게 반발하게 된다. 결국 진여가 제나라의 도움을 얻어 장이를 영지에서 내몰게 되고, 장이는 친분이 있었던 유방에게 가고, 진여는 항우의 편에 서게 된다. 태사공은 이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일국의 재상이나 장군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이들이 왜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는지 고찰한다. 태사공은 이들의 문제가 서로의 관계에 이익 계산만 있고 우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처음에 이들이 협력한 이유도도 이익에 관련된 일이었고,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도 이익 때문이다. 태사공은 이에서 계산만 하는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말하고, 우정이 서로간에 필요함을 후세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4. 엮은이들의 현대적 시각 - 의도는 좋았지만 아쉬웠던 부분들
사기는 중국 전설 속의 오제에 대해서부터 서술을 시작한다. 이다음에 등장한 왕조가 하나라인데, 여기까지는 전설과 기록에서만 존재하고 실제로 유적이 발견되지는 않은 왕조들이다. 처음에 인터넷에서 사기에 대해 조사를 했을 때와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사기에는 미신이나 황당한 부분이 있다고 들어서 이 전설의 기간에 그런 부분이 많이 나올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엮음본에서는 오제와 하나라 부분에서는 그냥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초자연적인 일화가 없어서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 엮은이들이 현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서 그런 부분을 많이 편집하지 않았나 싶다. 뒤에 나오는 진시황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여기에 나오는 서불을 위시한 수많은 도인의 이야기에는 황해에 괴물이 있어서 신선을 만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등의 미신적인 이야기를 진시황에게 하는데,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그냥 서불 등이 진시황을 속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일 뿐이라는 어조로 서술되어 있다. 그나마 신비로운 부분을 찾으라면 한나라 장량에게 나타나서 태공망의 책을 건네준 노인 정도를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서 약간 아쉬웠던 점이라면 전반부에 책이 너무 본기와 세가 위주로 다루어진 것이었다. 나중에 초한지의 시대에 이르면 열전이 많이 다뤄지고, 한 무제기에서는 열전은 물론이고 서에서 다루는 경제나 지리에 관련된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의 부분에서는 서는 물론이고 열전에서 나온 부분도 비중이 많지가 않았다. 그 사례로는 백이와 숙제를 들 수 있다. 끝까지 은나라에 대한 절개를 지켜서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서 죽은 백이와 숙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엮음본의 1권에서는 주나라 무왕이 어떻게 은나라 주왕을 몰아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나와 있었지만, 백이와 숙제에 관련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에 사기 열전만을 중심으로 다룬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에서는 백이와 숙제가 제 1장에 나와 있었다. 사실 백이와 숙제는 절의를 지킨 것 말고는 별다른 업적이 알려져 있지 않기에 제왕들의 이야기에서는 비중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절개를 지킨 충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약간이라도 페이지를 할애해서 다루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1권에 보면 7권까지 편찬 예정이라고 나와 있는데, 아마 책을 5권으로 줄이면서 본기나 세가의 인물들은 빼놓고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힘드니 열전과 서 부분을 줄여버린 듯하다. 물론 책의 목적이 열전 중심에서 탈피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보자는 데 목적을 두긴 했지만, 전체 130권 중에 70권을 차지하는 열전이 비중이 지나치게 작아진 느낌이 든다. 지나치게 편중된 것을 덜어내다가 오히려 너무 덜어낸 모양새가 되버린 것이다.
또한 여러 사상가들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편중이 심하다. 실제로 전국시대의 제자 백가 부분에서는 법가의 상앙이나 한비는 따로 부분을 내어 소개해 놓았다. 그러나 유가나 도가, 묵가 등의 다른 사상가 부분을 살펴보면 순자나 맹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공자마저도 다른 제후들의 이야기에만 잠깐씩 등장하고 따로 부분을 할애해 놓지는 않았다. 이는 노자와 장자도 마찬가지여서, 도교에 대한 부분도 비중이 거의 없다. 법가 사상은 진나라의 부국강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유교나 도교는 이론이 당시 제후에게 채택되지 않았기에 엮은이들은 당시의 현실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비중을 줄인 것 같다. 물론 태사공이 법가의 영향력이 더 지대하다고 판단하여 법가를 더 중점적으로 다루었을 수도 있지만 원저의 목차를 보면 공자는 세가가 있고 맹자도 열전에 등장하는 걸로 보아서 태사공이 다른 사상가들을 조금만 다루지는 않은 것 같다. 도가는 노자가 열전에 등장하고, 묵가도 순자가 열전에 등장한다. 따라서 엮은이들이 비중을 줄인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교나 도교는 진나라 때까지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었지만 한나라 때부터는 훈고학을 바탕으로 하여 이후의 중국에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유가나 도가의 영향력이 결코 법가의 영향력에 떨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한다고 말한 서문을 염두에 둔 점에서도 유가나 도가의 비중을 지나치게 줄인 점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엮은이들이 10명이나 되다보니 모든 부분에서 일관되게 조화를 추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5. 상세한 고사 소개 - 진 문공과 초 성왕의 격돌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엮음본은 열전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본기나 세가는 매우 상세히 소개해 놓았다. 스스로 오랑캐의 복장을 입고서 기마 군단의 전투력을 향상시킨 조나라 무령왕의 이야기와 위나라 문후가 개혁을 통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는 부분 등은 군주와 신하들의 의견과 실행 과정과 결과 등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진나라 시황제가 7국을 통일시켜 나가는 장면도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각 장(章)마다 지도와 주요 지역에 대한 해설이 첨부되어 있다. 덕분에 이 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어디에서 벌어진 일인지 파악하기가 매우 용이하다.
또한 춘추 전국 시대의 제후들의 용병술도 자세히 나와 있다. 내가 여기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예전에 손자병법을 볼 때도 한번 봤었던 초나라 성왕과 진나라 문공의 일화이다. 진 문공은 중이라고 불리던 공자 시절 때 누명을 쓰고 아버지인 헌공의 미움을 받아 진나라를 탈출해 망명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중이는 초나라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성왕을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이 때 성왕이 공자가 귀국하면 우리나라에 무슨 선물을 할 것이냐고 묻자 중이 공자는 싸움터에서 만나면 90리를 후퇴해 드리겠다고 말한다. 이 때 초나라 장수인 자옥이 공자의 언사가 분수를 모른다며 불쾌해한다. 그러나 성왕은 중이를 잘 대접해 돌려보내고, 이후 중이는 마침내 19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62세에 고국으로 돌아가 진 문공이 된다.
이후 문공 4년, 초나라 성왕이 제후들을 규합해 송나라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자 문공은 초나라를 돕던 조나라와 위나라를 공격해 초나라가 포위를 풀고 두 나라를 도우러 오게 만든다. 여기에서 손자병법의 이야기와 사기의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의 다섯 가지 중요한 요소들 중에 명분을 이야기 할 때 이 사례를 들면서, 문공과 성왕의 군대가 마주치자 문공이 성왕을 알아보고 바로 군사들을 90리를 물렸다고 하면서, 이 때 성왕이 역시 물러서면 양군은 충돌하지 않고 전투를 끝내게 되므로 군사들도 좋아하고 물러날 명분도 생겼다고 말한다. 만약에 여기서 성왕이 문공의 예의를 무시하고 공격한다면 병사들도 싫어할 것이고, 이겨봐야 얻을 것도 없으므로 공격할 명분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자옥이 그런 명분을 무시하고 진나라 군사들을 공격해 패한다는 이야기이다. 반면에 사기에서는 처음부터 자옥이 별동대를 이끌고 진나라를 공격하러 나섰고 이 때 문공이 군사를 90리 물렸다고 나온다. 자옥이 패배하고 초나라에 돌아가서 자결한다는 내용은 두 책이 일치한다. 아마도 사기의 내용이 진실이고 손자병법의 이야기는 명분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 고사를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비석에 대하여 알아보니 '병서 손자병법'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 손자병법'을 쓴 사람이었다. 이러한 각색은 위에서 말했던 실제 사건을 중요시했던 동양의 사관에서는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서사와 이야기를 중시했던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사관에서는 고사를 이용하여 교훈을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더 큰 흥미를 주었으므로 흠이 되지 않는다. 같은 각색도 사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6. 마치면서 - 사기를 통해 생각해볼 점들
위에서 엮음본의 서문이 제시했던 문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인간에 대한 문제는 인간이 선악으로 단순히 귀결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다단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위에서 든 장이와 진여의 사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장이가 왕이 되고 진여가 죽은 것은 선악의 문제도 아니고 본인의 능력의 문제도 아니다. 둘은 똑같이 경쟁했고 공명심에 서로를 돌보지 않았다. 태사공이 지적했듯이 서로간에 우정이 없었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 행동은 단지 이익 관계에만 충실했던 것이지 서로를 해치려고 접근하거나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선함이나 악함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둘의 생사를 결정한 것은 본인들의 역량이 아닌, 주변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항우와 유방의 싸움 결과였다. 이처럼 인간은 혼자의 능력으로 일의 성패가 결정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일을 해나가는 복잡한 존재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었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태사공이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알 수 있다. 바로 우리들도 태사공처럼 인물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송 양공에 대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고 서양과 동양의 각기 다른 사관에서도 바라볼 수 있듯이 한 사건에 대한 평가는 결코 단순히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각도에서 바라볼 때와 저 각도에서 바라볼 때가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만의 사관이나 견해를 무조건 옳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현상과 사료를 더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21세기 역사학 길잡이', 한국사학사학회, 경인문화사, 2008
'만화 손자병법', 정비석 원작;김승렬 구성;양미정 그림, 어린이중앙, 2005
정비석
문인 겸 소설가. 8·15광복 후의 연재소설 <파계승(破戒僧)>등 일련의 애욕세계를 거쳐 <자유부인(自由夫人)>에 이르러 대중소설 작가의 위치를 굳혔다. <소설 손자병법>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다.
'사기열전', 사마천 원작;최범서 엮음, 청솔, 1999
최범서
전라북도 정읍 출생.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66년 <문학춘추>,<문학>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여 저서로는 <소년소녀 족보이야기>,<명심보감>,<손자병법>등이 있다.
첫댓글 역사고전 수업의 리포틀로 제출하는 책을 가지고 썼다면 다른 책으로 바꾸어야 함.
역사고전 수업의 리포트는 중국사학사(신승하 저)입니다. 중복되는 책이 아닙니다.
3차수정 - 서지사항에 옮긴이들의 약력을 추가하고 제목을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