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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영화는 액션영화이기는 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고 그 주제가 권선징악이며 복수를 통해서 악인을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천벌을 통해서 악인이 죄값을 치루는 플롯이다. 한마디로 일종에 액션영화판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거의 가위질이나 모자이크가 필요없는 성룡의 영화는 가족들이 모여서 TV를 시청하는 추석연휴기간에 가장 안성마춤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로인하여 추석 때마다 방송3사는 성룡영화 특별전과 회고전을 열곤 했다. '취권', '사형도수'같은 초기작 회고전, '폴리스 스토리'시리즈 특별전, '홍번구', '러시아워'같은 헐리우드 진출작 특별전 등등. 아마도 방송사에서 특별전을 열어준 영화스타는 성룡이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아무리 붉은 꽃도 십일이상을 가기 어렵듯이, 추석 때마다 굳건했던 성룡의 위상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작년부터 추석연휴기간 TV에서 보여지는 성룡의 영화들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급기야 올해에는 '러시아워3'만이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그에 반하여 성룡처럼 평소에는 TV에서 그리 자주볼 수 없었던 토종 트로트 스타인 장윤정은 추석연휴기간동안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만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얼마나 바빴는지 살짝 살펴보도록 하자. 연휴 첫날인 13일 오전 9:30 KBS2 '추석특집 도전, 주부가요스타'를 스타트를 가볍게 끊고 -> 오후 5:00 MBC '한가위 특집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와 오후 5:20 KBS2 '추석특집 스타 골든벨'에 겹치기로 맹활약을 펼친 후 -> 오후 6:00 KBS1 '추석기획 가족오락관'에서 허참의 '몇대 몇'에 맞쳐 환호 좀 하다가 -> 14일 오후 12:10 SBS '추석특집 월드베스트 스타킹'에서 재방송으로 얼굴 살짝 비춘 후 -> 연휴의 마지막날인 15일 오후 6:10 MBC '2008 한가위 특집-신세대 스타 트로트 청백전'의 MC로서 화려했던 추석연휴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물론 장윤정만큼 추석연휴동안 연예프로그램들에서 얼굴을 많이 비춘 연예인들도 몇몇 존재한다. 그러나 신세대 대상 프로그램에서부터 중장년층 대상 프로그램까지 골고루 출연하며 맹활약을 펼친 연예인은 장윤정만이 유일하다. 이쯤되면 정말 추석에는 장윤정이 없으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어찌보면 장윤정은 선배 나훈아를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년 내내 방송에서 얼굴을 좀처럼 볼 수 없다가 추석이 되면 추석연휴 골든타임에 한시간 넘게 자신의 특집쇼를 보여주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동시에 몸값을 높였던 나훈아와, 평소에는 TV에서 좀처럼 볼 수 없으나 추석연휴기간동안 집중적으로 특집방송들에 출연함으로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트로트 스타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장윤정의 행보는 여러모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현재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본인이 고사하고 있지만, 추석연휴 골든타임에 한시간 넘게 방송되는 장윤정의 특집쇼를 보게될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나훈아의 뒤를 이어서 추석연휴 골든타임을 장식할 수 있는 트로트 스타는 장윤정만이 유일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몇년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가수로서 MBC '서프라이즈'에서 재연배우로서 활동하던 장윤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변화임이 분명하다. '어머나'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전까지 대중들은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도 등장했던 장윤정을 트로트 가수가 아닌 신인 연기자로서 인지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얼마 뒤에는 나훈아-남진의 전성시대처럼 트로트 가수겸 연기자로 활동하는 장윤정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부동의 추석 최고스타였던 성룡을 밀어내고 마침내 토종스타 장윤정이 추석 최고스타로서의 등극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추석연휴 TV 볼거리의 중심이 영화에서 예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예전과 달리 영화 콘덴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는 대중들에게 있어서 이제 추석연휴기간동안 TV에서 보여지는 영화들은 재탕의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하여 성공한 프로그램의 특집편과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행해지는 파일럿 프로그램들로 채워지는 추석특집 예능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와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로인하여 몇해전부터 예능 콘덴츠가 영화 콘덴츠를 대체하는 추석연휴 TV볼거리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민족이 화합하는 최대명절동안 온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스타가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그리많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오죽하면 민족명절에 토종스타가 아닌 외국스타 성룡이 오랫동안 추석최고스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인 것이다. 이렇듯 세대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추석날 온세대가 함께모여 좋아하고 호감을 보일만한 스타들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장윤정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아마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대에서부터 6, 70대 노인들에게까지 모두 스타일 수 있는 연예인은 장윤정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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