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른다. 무심코 뒤적이다 읽은 것이라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있는 글귀다. 처음의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키우고 열매를 맺으며 힘겨운 시간들을 견디다보면 바로 그 자리가 숲이 된다는 말이다.
열두 살에 권투를 시작해 링 위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사춘기를 앓을 시간도 없었고 젊은 시절의 낭만을 즐길 여유도 없이, 오직 정상을 향해 달렸다. 어린 나이에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나의 젊은 시절은 늘 중압감에 눌려 있어야 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서서 연습을 하다가 문득 보았다. 내가 주먹을 내뻗을 때 그 주먹을 받아치는 상대. 그것은 바로 나였다. 내가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세상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란 걸 알았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 내가 이길 상대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매순간이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마도 힘들 때마다 포기하고 뿌리를 옮겨 다녔다면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꿈이 간절한 바람만으로 저절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언제까지나 꿈일 뿐이다. 목표를 정해두고 어떠한 시련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할 때 그 꿈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