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의 주인공 관우의 오관돌파(五關突破)라는 것이 있습니다. 관우가 조조의 후의를 사양하고 유비를 찾아가면서 용맹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정사에는 없는 내용으로 유명합니다. 오관을 돌파하면서 여섯의 장수를 베었다고 하여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명장 관우’라는 제목으로 견자단이 열연을 하였습니다. 국내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정리해고는 관우의 오관돌파처럼 엄청난 난관을 뚫어야 가능합니다. 정리해고는 세가지 실체적 요건과 두 가지 절차적 요건이 필요합니다. 절차적 요건은 ①노동조합 등과의 협의절차와 ②서면해고라는 요건이며, 실체적 요건은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해고회피의무, ③공정하고 합리적인 정리해고기준의 설정이라는 요건이 바로 그것입니다(근로기준법 제24조). 그런데 이 실체적 요건은 경영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괜히 정리해고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 개념들은 추상적 개념들이지만, 반드시 구체적인 경영상황을 전제로 하는 까닭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갈등과 다툼이 출발합니다. 노측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에 사측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라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쉽사리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상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에는 재무제표를 반드시 참조를 합니다. 그리고 향후 영업실적전망 등을 반드시 고려합니다. 당연히 향후 시장상황 등의 변수가 고려됩니다.
○그래서 대법원(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은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과거의 재무제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경영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판시한 것입니다. ‘기업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되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두202 판결)도 이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해고회피의무는 한술 더 뜹니다. 주요 은행에서 명예퇴직으로 사실상 정리해고제도를 갈음하는 것은 바로 이 해고회피의무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제시(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두202 판결)하는 해고회피의무의 방법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경영상의 위기가 오면 대부분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전근 등’을 시행합니다. 따라서 남은 것은 실무상 희망퇴직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안 되면 결국 희망퇴직금 내지 명예퇴직금(일명 ‘명퇴금’)이라 불리는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고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은 실무상 인사고과가 중요합니다. 나름 객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사고과는 결국 인사권자가 행하기에 완벽하게 공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해고의 기준 자체가 유동적입니다. 대법원(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역시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정리해고의 실체적 요건은 추상적인 요건에 대한 수치 등 구체적인 결과를 대입하는 과정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관우의 오관돌파처럼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래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하면 대기업은 명예퇴직제도로 정리해고절차를 ‘퉁치며’, 중소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옥신각신하기 마련입니다. 노동조합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에는 질질 끌다가 기업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리해고제도를 정리해고해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