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토론회 보고
2011년 10월 14일 대구 흥사단 강당에서 있었던 원자력클러스터에 관한 토론회는 경상북도와 시민단체(환경연합, 동해안탈핵연대)간의 토론회였다. 발표자는 경상북도측에서 성기용 경북에너지정책과장, 임재영 원자력연구소부장이 나왔고, 시민단체 측에서는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와 Yan Beranek 그린피스핵전문가가 나섰다. 사회는 대구환경연합의 노진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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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몇가지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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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필렬 교수- 파이로건식처리는 핵재처리라고 한국과 미국 정부측 자료를 대면서 주장하였다.(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정부는 이것이 핵재처리가 아니라고 우기는 중이다.) 또한 소듐고속증식로는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주장을 폈고, 간단명료하게 핵재처리와 소듐고속증식로의 위험성을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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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an Beranek-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후쿠시마의 피해정도, 핵재처리의 위험성(선진국들의 실패사례를 들어서), 재생가능에너지의 세계적 현황 등을 보여주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핵발전양의 10배 이상이 재생가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그래프를 보여주었는데 이 그래프는 정말 내게도 충격이었다. 사양산업인 핵발전을 할 것인지, 아니면 깨끗하고 안전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할 것인지 웅변하였음. (통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포스가 그대로 전달되었고, 굉장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그린피스 이희송 활동가의 통역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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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채영 원자력연구원부장- 파이로건식처리는 재처리가 아니라는 궤변으로 시작하여 소듐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을 뽑기위한 시설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U238을 끼워넣는 포켓이 아예 없다면서 플루토늄 증식을 하지 않으므로 이 원자로는 소듐고속증식로가 아니라 소듐냉각고속로라는 것이다. 이미기술적으로 완성이 되어있으므로 미국, 일본 등에서 실패한 기술이지만 우리는 가능하다는 설명. 파이로건식처리도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아 청중의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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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기용 경상북도에너지정책과장- 거의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할 정도로 경상북도의 계획서의 맨 첫장만 소개하고 마쳤다. 주무부서 과장이 주된 정책을 5분도 소개하지 못하냐는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이 원자력클러스터는 경북도가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실토하였다. 그래서 아는바가 없다는 식이었다. 넉살은 정말 좋은 인물이다. 그 비난을 받으면서도 맺집좋게 버티었다. 기자들이 없었으면 반응이 다르지 않았을지...
토론회 끝나고 임채영 부장에게 나는 질문을 하였다. 소듐고속로는 냉각재가 누출되면 무조건 폭발이나 화재가 일어나고 우리나라에서 냉각수누출사고가 100번 정도 있었는데 그정도 빈도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하고 물었더니 이양반 하는 답이 이렇다. 화재가 나도 곧바로 수리하고 다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몬쥬고속증식로도 수리하는데 15년이나 걸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15년 수리 후 한시간 가동하고 그즉시 다시 사고가 난 일본을 보면서도 눈하나 꿈쩍 않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고나면 고치고 다시가동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인데, 도데체 안전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경제성에 대한 생각(국민 세금부담 등)이 전혀 없는 그들만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사고나면 피해는 저 하층의 노동자나 가난한 주변주민들이 당하고, 돈이야 정부에서 대니까 걱정 없다는 식인 것이다. 놀라운 집단이다. 도데체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이 정부의 정책을 주무르면서 세금 축내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 토론회를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는 탈핵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화하였다. 원자력클러스터는 미친놈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추진할 수 없는 "미친놈 클러스터"라는 확신이 섰다.
김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