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자고 싶다/ 김복근
달구벌 종가 여인 대 이은 몸매마냥
팔공산 산달 아래 둥두렷이 자리한 너
그대 품 안기고 싶어 한나절 머무르다.
하룻밤 자고픈 꿈 끝내 이루지 못하고
중절모 쓴 상사화 시인 ‘마돈나’를 읊조리다
사무쳐 떠나는 걸음 무겁기만 하였네라.
수성못 산책하며 수련과 수작하다
난분분 그리움에 흔들리는 마음자리
수밀도 네 가슴 위에 노숙이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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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부처바위/ 김민정
모든 것은 마음이지
선도 악도 내 안의 것
촛불을 다 태워도
기도문이 안 열린다
무수한 의심의 꼬리
생각 끝에 달려 있다
무엇이 신력(神力)이고
무엇이 인력(人力)인가
소원을 세워 두고
연거푸 우러르다
서둘러 나를 살펴서
발치 아래 내려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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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의 거리에서/ 노창수
강산을 빼앗겼듯 재우쳐 걸어갔다
약탈당한 글의 행간을 얼음 발로 기웠다
피의 시
국토를 덮자
봄이 후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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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대감/ 박미자
된바람 쌩쌩 부는
깎아지른 절벽 딛고
첫새벽 돌 갓 쓰고
어디를 납시는가
말갛게
솟구친 해를
걸망 속에 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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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환한 날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배우식
비, 비가
쏟아진다,
노래 비가 쏟아진다.
저 노래 강물처럼
자꾸만 불어나고,
그 강에
얼굴 묻은 채
그대 그리며
나,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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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동화사 생각/ 서연정
사람이 사위는데
인연의 대궁에서
궁금하오 그 꽃자리
무슨 열매 맺힐까
물음도
답도 일없다
장엄할 뿐, 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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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 골목/ 신필영
사는 일 버무러져
설설 끓는 따로국밥
맵어라, 엄살 섞어
입맛 도로 다실 즈음
아침이
뽀얗게 핀다
긴 소매 걷어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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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오승철
절 몇 채 품었다고 삿된 마음 삭을까?
하늘 아래 내 사랑 이 골 저 골 울려놓고
봉우리
봉우리마다
배가 고파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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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납작만두/ 옥영숙
진한 멸치육수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장국밥 시장 냄새 손님맞이로 시작하면
천장의 환한 백열등이
귀 쫑긋 쳐다본다
너무 얇아 금방 타버리는 납작만두
입김 후후 불며 떡볶이랑 먹다 보면
적당히 매콤한 맛에
잔치국수 부럽잖다
구미를 당기는 호객 행위 없어도
부드럽고 쫀득한 서문시장 명물로
속없어 속내 다 보이고
줄 지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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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사 는개/ 윤금초
절밥 혹여 축내는 걸까?
성우스님 뵈러 갔다가
는개 흩는 해거름녘
부처님 알현 밀쳐두고
보살님
쇳, 쇳, 쇠~ 호강한
요강 한 채 업어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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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이정환
잠들기 전 생각한다, 그가 잠들었을까
일어나며 생각한다, 그도 일어났을까
물든 잎 바라보다가
물들고 싶은 아침
모든 것의 모든 것인 눈물의 항아리
은빛 물결에 닿는 바람의 푸른 입술
어디쯤 멈춰 섰을까
먼 산머리 해거름 녘
때 없이 생각한다, 눈 시리게 치는 물결
오색 분수 속으로 함께 솟구쳐 오르는 꿈
구름이 내려앉을 때
훨훨 날아오르는 못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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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참꽃/ 정현숙
내 뭐라 카더노 집에 있어라 안 카더나
니 바지 붙은 불도 감당하기 힘들낀데
속에 확 붙은 불길은 인자 우째 끌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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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님/ 하순희
여기 오가는 이 마음 모두 두고 가시라
말없는 말씀으로 새 길을 열어 놓고
무수한 깃털을 뽑아 허공도 데워 주셨네
애끓는 소망 하나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어둔 밤 마다않고 오르던 가파른 길
그 또한 미망이던가 부처님은 웃고 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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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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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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