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에서 며칠 전에 <김남주평전>을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면서 김남주선생님의 정신은 자주통일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후기는 선생님의 시 몇 편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서거 30주년을 맞이하여 고향 해남을 중심으로 9.28-29일에 추모제가 열립니다.
김남주 < 조국은 하나다 >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 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권력은 눈앞에서
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
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나는 이제 쓰리라
사람들이 오가는 모든 길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오르막길 위에도 내리막길 위에도 쓰리라
사나운 파도의 뱃길 위에도 쓰고
바위로 험한 살길 위에도 쓰리라
밤길 위에도 쓰고 새벽길 위에도 쓰고
끊어진 남가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나는 이제 쓰리라
인간위 눈이 닿는 모든 사물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눈을 뜨면 아침에 맨 처음 보게 되는 천정 위에 쓰리라
만인의 잎으로 들어오는 밥 위에 쓰리라
쌀밥 위에도 보리밥 위에도 쓰리라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이 쓰는 모든 말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탄생의 말 응아 위에 쓰리라 갓난아기가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최초의 말 위에 쓰리라
저주의 말 위선의 말 공갈협박의 말......
신과 부자들의 말 위에도 쓰리라
악마가 남긴 최후의 유언장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이 세워놓은 모든 벽위에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남인지 북인지 분간 못하는 바보의 벽 위에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좌충우돌하다가 내빼는 망명의 벽 위에
자기기만이고 자기환상일 뿐
있지도 않는 제 3의 벽 위에
체념의 벽 의문의 벽 거부의 벽 위에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순사들이 순라를 돌고
도둑이 넘다 떨어져 죽은 부자들의 담 위에도 쓰리라
실바람만 불어도 넘어지는 가난의 벽 위에도 쓰리라
가난의 벽과 부의 벽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갈보질도 좀 하고 뚜쟁이질도 좀 하고
그래 돈도 좀 벌고 그래 이름 좀 팔리는 중도좌파의 벽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나는 또한 쓰리라
노동과 투쟁의 손이 미치는 모든 연장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목을 베기에 안성마춤인 ㄱ자형의 낫 위에 쓰리라
등을 찍어내리기에 안성마춤인 곡괭이 위에 쓰리라
배를 쑤시기에 안성마춤인 죽창 위에 쓰리라
마빡을 까기에 안성마춤인 도끼위에 쓰리라
아메리카 카우보이와 자본가의 국경인 삼팔선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대문짝만하게 손바닥만한 종이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오색종이 위에도 쓰리라 축복처럼
만인의 머리 위에 내리는 눈송이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바다에 가서도 쓰리라 모래 위에
파도가 와서 지워버리면 나는
산에 가서 쓰리라 바위 위에
세월이 와서 긁어버리면 나는
수를 놓으리라 가슴에 내 가슴에
아무리 사나운 자연의 폭력도
아무리 사나운 인간의 폭력도
지워버릴 수 없게 긁어버릴 수 없게
가슴에 내 가슴에 수를 놓으리라
누이의 붉은 마음의 실로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리고 나는 내걸리라 마침내
지상에 깃대를 세워 하늘에 내걸리라
나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키가 장대 같다는 양키들의 손가락 끝도
언제고 끝내는 부자들의 편이었다는 신의 입김도
감이 범접을 못하는 하늘 높이에
최후의 깃발처럼 내걸리라
자유을 사랑하고 민족의 해방을 꿈꾸는
식민지 모든 인민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겨레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김남주 <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김남주 <달라1>
달라가 간다 어딘가로
지구 어딘가로 달라가 간다
어디로 가는가 달라는
어디로 가는가 달라는
살찐 땅에서 오히려 부황 뜬 얼굴
누런 바탕의 아시아로 간다
황금으로 오히려 가난한 대륙
검은 태양의 아프리카로 간다
빚에 눌린 빈사의 항구
바나나 공화국 라틴아메리카로 간다
왜 그리로 가는가 달라는
왜 그리로 가는가 달라는
그곳에 빵을 기다리는 굶주린 인류가 있어서인가
그곳에 평화를 그리는 부러진 날개의 새가 있어서인가
그곳에 자유를 꿈꾸는 가위눌린 나무가 있어서인가
아니다 거기 가면 아시아에 가며
보다 넓은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거기 가면 아프리카에 가면
보다 값싼 *로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거기 가면 라틴아메리카에 가면
보다 높은 *리윤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가 간다 어딘가로
지구 어딘가로 달라가 간다
원조라는 미명으로 가고
오늘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차관의 너울을 쓰고 가고
*래일은 빛 좋은 개살구
경제협력이란 망또를 걸치고 간다
김남주 <달라2>
나는 월가*(Wall街)의 총잡이
달라가 가는 곳에 나도 간다
나는 텍사스의 카우보이
달라가 가는 곳에 나도 간다
저 옛날 우리네 조상들이
선교사를 앞장 세워 함포를 따르게 하듯
오늘 나도
달라를 앞장 세워 그 뒤를 따른다
무엇하러 가느냐고 당신은 묻겠는가
월가의 총잡이인 내가
무엇하러 가느냐고 당신은 묻겠는가
텍사스의 카우보이인 내가
재산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누구의 재산이고 누구의 생명이냐고
당신은 묻겠는가
나는 자본가의 재산을 지켜주고
구전*(口錢)을 따먹는 월가의 총잡이
나는 자본가의 생명을 지켜주고
땡전을 따먹는 텍사스의 카우보이.
토론 모습
김남주선생님의 생가에서 통일위 샘들과 함께 20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