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는 국내 최초로 지난 2002년 강변여과수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내년까지 창원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아리수'가 한강에 흐르는 강물을 정화해 공급하는 반면 강변여과수는 강 아래 지층에서 자연스레 흐르는 물을 원수(原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강변여과수는 홍수나 갈수기에도 수량과 수질이 안정적이며, 돌발적인 수질오염 사고 등에 영향을 적게 받아 원수공급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페놀충격에 대체상수원 필요 제기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낙동강변에 위치한 대산정수장 전경. 이 곳에서는 하루 8만여 t의 강변여과수를 생산해 일반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내년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옛 창원시 전역에 일반 수돗물 대신 강변여과수가 공급된다. | |
더군다나 당시 창원시는 그동안 자체 수원이 없어 옛 마산 칠수정수장에서 하루 11만t 가량의 취수를 받아 사용하다 보니 깨끗한 수원 마련이 시급한 현안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강변여과수 개발이다. 시는 1996년 강변여과수 개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낙동강변의 대수층(지하수가 있는 지층)이 잘 발달돼 수량과 수질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수층의 물이 포화상태에 있어 상당한 양의 물을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창원시는 1997년 자체예산 4억7500만 원을 들여 시험용 정수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시는 150억 원을 들여 2002년 낙동강변의 대산·북면정수장에서 하루 2만 t의 강변여과수를 생산, 첫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도 관심을 가지면서 국비 지원도 뒤따랐다. 2006년 10월 800억 원(국비 180억 원)을 투입한 대산정수장이 완공되면서 현재 하루 8만t을 일반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옛 창원시민의 절반 가량인 23만여 명이 수돗물로 공급받는 물량이다. 창원시는 700억 원(국비 292억 원)을 추가로 들여 내년 12월까지 대산정수장 2단계 확장 공사를 추진 중이다. 내년 말 공사가 완료되면 옛 창원시 전역에 일반 수돗물 대신 강변여과수가 공급될 전망이다.
■자연 자정능력으로 오염물질 여과
이 물은 모래·흙층을 무려 50일에서 100일 간 거치면서 토양의 자정능력에 의해 오염물질을 여과하고 제거하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정수장은 강물을 침사지로 보내 모래 등을 제거하고 폴리염화알루미늄 등의 약품을 사용, 불순물을 가라앉힌 뒤 여과지로 보내는 공정을 거친다. 반면 강변여과수는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정화작용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용수 원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따라서 기존 정수장에 비해 공정도 간단하다. 1단계 포기반응조(끌어 올린 원수에 포함된 철과 망간을 산화)와 2단계 모래여과지(소량의 부유물질이 포함된 물을 모래층에서 걸러냄)를 거쳐 마지막으로 활성탄여과지(미량의 잔류물질과 냄새, 맛을 제거하는 공정) 등 3단계 과정을 거친다. 기존공법의 6단계 정화과정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창원시가 2007년 발표한 강변여과수 정수수질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강변여과수는 낙동강의 하천 표류수보다 수온, PH(수소이온 농도), 탁도,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에서 뛰어난 수질을 보이고 있다.
하천수의 수온이 대기기온에 따라 변하는 것과는 달리 강변여과수 원수는 연중 큰 변화없이 15.8℃~18.9℃ 사이를 유지했다. 하천수의 PH가 7.4~9.4까지 큰 변화를 보인 반면 강변여과수 원수의 PH는 7.1~7.9로 비교적 변함없이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천수의 탁도는 최대70NTU(탁도 단위) 정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강변여과수 원수 탁도는 지하의 대수층을 통과하면서 여과작용이 이뤄져 1~5NTU 정도의 낮은 농도를 유지했다. BOD 또한 강변여과수가 낮게 나타났다.
■국내외 관심 집중 벤처마킹 잇따라
최근 대산정수장을 방문한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지하에서 막 끌어 올린 원수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깨끗한 원수 확보가 어려운 지역일수록 강변여과수 같은 간접취수의 다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강변여과수는 '미래의 상수원'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도 성공적 사례로 손꼽으면서 하천이 오염된 전국 여러 곳에서 이 공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낙동강변에 위치한 대산정수장을 찾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대학교와 상수도 관련 기업체의 견학은 물론 해외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해마다 이 곳을 찾고 있어 해외진출 전초기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을 앞둔 2007년 6월 대산정수장을 찾아 강변여과수 원수를 직접 마셔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강변여과수는 지난 2008년 개최된 환경올림픽인 람사르총회를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람사르 성공 기원행사에 350mℓ생수병 1600병을 선보인 데 이어 총회 당시에도 3500병을 공급하면서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 창원 상하수도사업소 정성태 씨
- "오염사고 일어나도 양질 원수 확보 문제없어"
창원시 상하수도사업소 강변여과수 정성태(사진) 담당은 "일부 시민단체에서 4대 강 사업을 강행할 경우 낙동강의 취수수위가 낮아지고 토양의 자정능력이 떨어져 강변여과수 산출량이 줄고 수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강의 수질이 오염될 경우 강물을 사용하는 기존 공법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낙동강변 지하 40~50m의 원수를 사용하는 강변여과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칫 강물이 오염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존공법보다 더 안정적이고 안전한 식수 공급원이 바로 강변여과수라는 주장이다.
정 씨는 "강변여과수는 지하 깊은 곳에서 침강·여과·침투 과정을 거쳐 부유물질과 미생물이 제거되고 특히 돌발적인 오염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양질의 원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가 국내 최초로 도입 운용하고 있는 강변여과수 방식은 오염원에 노출된 낙동강 일대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경부도 낙동강물관리종합대책과 연계해 부산·경남권 강변여과수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정수시설 설치비의 일정부분을 국고로 지원키로 하는 한편 낙동강유역에서 성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확대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 씨는 "국내의 개발과 연구실적이 부족해 초기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겠지만, 자연여과된 원수를 상수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강변여과수 공법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