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월 4일 금요일(입춘) -특별한 나의 선생님-

[백금자]

어제 다니지 못한 세배를 하러 친정에 다녀왔다.

넷째 동생이 점심을 사서 송어회를 얻어 먹었는데 손님이 어찌나 많은지 그 넓은 홀이 꽉 차서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수 있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 딸 사위 함께 하는 부모님은 너무 좋으셔서 연실 입가에 미소가 흐르신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서 늦은 세배를 드렸더니 아버지는 뜬금없이 사위에게 세뱃돈을 주셨다.

남편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50중반의 나이에 어머니에게서도 세뱃돈을 받으시고 장인어른에게도 받으니

그런 행운의 사나이가 몇이나 되려고.....

아버지는 3년전부터 남자들은 말고 며느리와 딸에게 봉투를 마련해 두셨다가 세뱃돈을

챙겨 주시는데 사위에게 주시기는 처음이다.

남편은 넙죽하고 받았다.

아마도 아버지는 딸을 학교에 보내주는 사위에게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아버지에게 저녁을 사 드리면서 대학에 가게 되었다고 말씀 드렸다.

어린시절 너무나 가난해서 딸도 아들도 대학은 커녕 중학교도 제대로 못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사위의 손을 잡으며 잘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표현 하셨다.

<우리집에서 처음으로 대학 가는 사람이 생기는 구만  자네에게 퍽 고맙고 미안하네~>

아버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또 말씀 하셨다.

여기저기 세배를 드리고 읍내 사진박물관에 선생님에게 들려 인사를 여쭙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스무살에 다녔던 야간학교 선생님께서 태백까지 여행을 오셨다가 들리시겠다고 하셨다.

 번개같이 날아서 왔는데도 선생님께서 먼저 도착을 하셔서 집주위를 구경하고 계셨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부모님과 장모님을 모시고 오셨으니 얼른 밥을 지었다.

어른들은 시골집에서 밥을 드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누구나 어렵게 살았던 옛생각을 하면서 둥그런 밥상에서 밥을 드시는 것을 큰 추억꺼리로

삼으시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 겨울들어서 이렇게 부모님과 처가댁식구들이 함께 여행을 하다가 우리집에 들리신 분들을

여러분 만났는데 모두들 어르신들께서 식사하신 기억을 무척 기쁘게 여기신다고들 하셨다.

선생님은 페가 된다고 극구 말리셨지만 늘 우리집에는 반찬이 많으니 걱정이 없었다.

생각데로 부모님들께서는 무척 좋아하셨다.

선생님은 나에게 있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소중하신 분이다.

늘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애를 쓰던 열아홉살 시절에 동네 유치원지하에 대학생 선생님들이

학교를 차려놓고 야학을 했었다.

소문을 듣고 나도 찾아 갔더니 열여섯분의 대학생 선생님들이 학교를 운영해 가고 있었다.

지난번 강릉에서 만났던 선생님도 그 분들중에 한 분이고 이 선생님도 한분인데

다행히 나는 한두살은 어린제자에 속했으나 많은학생들은 선생님들 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나이가 많은 제자들을 통솔하고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선생님은 거의 학교에 다니던 내동 야학교사를 하셧는데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이해가 가고 그래서 더욱 선생님이 위대해 보인다.

선생님께서 집으로 가시고 난뒤 아들이 내게 물었다.

<엄마 선생님이 왜 그렇게 젊으셔?  선생님이 아니고 친구같은데.....>

<그럼~ 나이는 비슷하지  하지만 난 한번도 선생님의 나이를 생각해 본적이 없고

  늘 존경하는 귀한 선생님으로 생각한단다.>

<엄마 ~ 학교 다닐 때 혹시 벌도 받고 회초리로 맞기도 했어?>

<그럼 회초리로 맞기도 하고, 한 사람이 잘못해서 모두들 책상위에 올라가서 벌도 받고 그랬지>

<그럼 나이가 비슷한데 자존심 상하지 않아?>

<그런 사람도 있었겠지만 엄마는 한번도 그런생각을 안해 보았지 정말로 공부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사람의 모형의 있으면 그런것은 부끄럽지도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지>

아들에게 말한 것처럼 지금 오랜세월이 지났지만 그 때의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은

더욱 더 커 가기만 한다.

오늘 오신 서 선생님은 그 때에 야학선생님을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셔서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셧다.

지금은 진급에 진급을 하셔서 중역의 자리에 앉아 계신데,

삼성의료원에 계실 적에는 홀로 계신 어른들이 어려움을 당하면 선생님 믿고서

무조건 모시고 가서 신세도 많이 졌었다.

30년에 가깝게 이렇게 선생님과의 인연이 계속되면서 나는 어렵게 공부한 젊은시절이

생각할수록 감사하고 내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산골에 사는 제자를 찾아 주신 선생님의 마음이 감사해서 오래도록 선생님이 가신 와석재를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이번 설에 양쪽댁 어르신들을 모시고 동해여행을 다녀 오시는 중이라고 문어를 한 상자 사다 주셨다.

문어가 어찌나 크고도 맛있는지 당연히 우리만 못 먹고  싸 가지고 밀골댁언니네로 밤마실을 나섰다.

언니네에는 설이라서 아들이 와 있었는데 이모라고 나를 소개하시면서 어린시절 어렵게 자라고 공부하던

이야기를 해 주셨다.

덕분에 어린시절 이야기, 앞으로 대학에 갈 이야기등을 나누었는데 기왕 이야기가 나온길에

얼마전 우리집을 다녀간 특별한 또 한분의 선생님을 소개한다.

부론에 사시는 밑돌님께서 우리집을 오시면서 손님을 한 분 모시고 오셧다.

카페에서 늘 보시면서 이 사람네 집을 한번 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며 모시고 온 손님이

아무리 보아도 낯이 익은것이 아는 분 같은데 도대체 생각이 안났다.

그래서 뭘 하시는 분인가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지금은 귀농준비를 하고 계시는데

예전에는 유명한 입시학원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왼쪽에 검정색 조끼를 입으신분- 오른쪽은 밑돌님-)

그러는데 생각이 나서 나도 몰래 선생님 손을 덥썩 잡았다.

바로 내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중학교는 위에 이야기한 선생님이 계신 야학에서 마치고

졸업을 하자마자 결혼을 하였다.

결혼을 하고서도 계속 공부가 하고 싶어 애를 쓰다가

결혼한지 15년만에 다시 대학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 때 공부하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하였는데 대부분의 과목은

EBS교육방송교재를 사 가지고 방송을 보면서 공부를 했는데

바로 그 때 역사과목을 맡으셧던 분이 바로 이 선생님이시다.

그러니 분명 나의 선생님이고 나는 제자가 틀림없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워서 정성들여 맛있는 식사를 대접 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힘들고 어려운 어린시절 그리고 젊은시절을 보내고

이제 며칠 있으면 내일 모래 50이 다 된 나이에 대학입학을 앞두고

귀하고 특별한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어 나에게는 가슴벅차고

특별한 일이 되었다.

늘 감사꺼리가 넘치는 나의 삶은 그래서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삶이 되었다.

[짬마]

언니도 형부도 대단하시네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라 해도 나이 들어 공부한다는 건 해보니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던데, 이제 언니가 대학까지 간다니 정말 잘하셨어요. 역시 사람은 부지런해야 무언가 얻는 거 같아요...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