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주사를 맞으며/전성훈
루비콘 강을 건너는 시저처럼 주사위는 던져졌고 실험 대상이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스트라제네스 코로나 예방주사를 6월 1일 정오에 맞았다. 그 동안 매스컴에 하도 이런저런 소리가 나와 백신을 맞아야 할지 아니면 그냥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확률은 적지만 예방주사를 맞고 잘못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 대한 언론 보도가 조금은 께름칙한 것도 사실이었다. 예방주사 사전 신청 기간이 되자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예약했다고 단톡방에 알렸다. 친구들 소식을 접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여겨져 예약 신청을 하였다.
이미 예방주사를 맞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병원 의사가 아스트라 백신을 맞은 후 이틀간 당신 몸의 변화에 대한 동영상을 찍어 올렸다. 40대 젊은 의사로 몸에 열이 나는 것 이외는 특이한 증상이 없었다. 그 동영상을 보고 나서 모든 게 복불복이라는 것, 복권을 산다고 누구나 일등에 당첨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싹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이 70이 되니 설령 잘못되어 먼저 간다 해도 그다지 억울하거나 원통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도 있었는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덜 괴로워지는 게 뻔한 이치다.
5월 27일부터 백신을 맞은 친구들이 미열이 조금 있다는 이야기 이외는 괜찮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언론에서도 60세 이상 아스트라제네스 백신을 맞은 사람이 110만 명이라는 기사도 보였고 다행히 부작용 이야기는 보이지 않아서 안심되었다. 백신을 맞는 날, 열이 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 맞기 한 시간 전에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백신은 잘 아는 동네 내과에서 맞았다. 그 내과 의사는 친절하기로 소문난 의사로 거의 십여 년 이상 우리 집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해 주는 분이다. 주사를 맞고 약 15분 내과에서 머물며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지켜보았다. 특이한 반응이 없자 내과를 나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사먹고 귀가하여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처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인 오후 10시 반까지 전혀 이상반응을 느끼지 못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미열이 있고 몸이 뻐근한 상태였다. 매일 아침 30분간 하는 체조도 하지 않고 아침 식사를 한 후 타이레놀 한 알을 또 먹었다. 몇 시간이 지나 미열도 떨어지고 몸 컨디션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오후에 들어서자 몸이 나른하고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귀찮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 타입인데 모든 게 귀찮아지고 눕고 싶어서 침대에 누워서 시집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니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타이레놀 한 알을 추가로 먹었다. 잠은 편하게 잘 잤다. 사흘째 아침에 주사 맞은 부위가 조금 뻐근한 것 이외에는 아주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이틀간의 알 수 없는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이 있다.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환경 전문가가 아니라서 지구가 병을 앓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이 욕심과 욕망을 절제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다. 각국의 정부나 관련 단체와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범세계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인간 개개인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100퍼센트 안전한지 모르겠다. 세상의 일이라는 게 완전한 것은 없는 게 아닌가. 확률적으로 안전하다면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더 이상 불안한 마음을 갖지 말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정부에서는 백신을 맞고 보름이 지난 사람에게는 7월부터 모임 자리 인원 제한에서 제외시킨다고 한다. 짧게는 반년 이상 길게는 재작년 가을부터 만나지 못한 사연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 것 같다. 그리운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형제들 대여섯 명이 만나서 마음 놓고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즐기고 음식을 나누고 술 한 잔 걸칠 수 있는 자리가 간절하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웃으며 다닐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한다.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올여름엔 어딘가로 바람이라도 쐬려가고 싶다. (202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