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이란 핵 시설 폭격 등 국제 정세가 암흑처럼 뒤덮인 시기였다. 세계 곳곳에서 불안한 소식이 들려오던 때였지만, 나는 마음 한편에 오래 자리한 그리움을 따라 아들이 살고 있는 샌디에이고로 향하기로 했다.
메릴랜드의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사우스웨스트 항공 여객기는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한 번 환승한 뒤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는 달리 공항의 공기는 평온했고, 아들과 며느리의 환한 얼굴을 보는 순간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했다. 예전에 한 번 관광했던 라호야(La Jolla)를 아들이 다시 가보자고 권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 냄새가 짙게 풍기는 해안 도로를 따라 라호야의 명소인 케이브 스토어(Cave Store)를 찾았다. 절벽 위 작은 상점에서 시작해 바다 속 동굴로 이어지는 그 독특한 공간은 여전히 신비롭고 매력적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자연의 힘 앞에서 잠시 국제 정세의 어둠도 잊을 수 있었다.
오래된 상점의 문을 열자,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오래된 건물 하나였다. 간판에 적힌 The Cave Store라는 이름도 평범한 기념품 가게쯤으로 느껴져 예전에는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바닷바람에 색이 바랜 외관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만을 조용히 말해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상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듯 관광객들은 묵묵히 줄을 따라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상점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눈앞에 아래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나무로 된 계단이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그 끝에는 바다 속 동굴로 이어지는 라호야만의 독특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겉모습만 보고 지나쳤던 이 작은 상점이 사실은 바다와 연결된 신비로운 입구였다는 사실이 순간 마음을 설레게 했다.
100년의 시간을 품은 작은 상점에서 시작된 모험
라호야의 케이브 스토어(The Cave Store)를 다시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오래된 외관이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 바닷바람에 빛이 바래고, 나무가 조금씩 닳아간 그 풍경은 그저 평범한 기념품 가게처럼 보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차례를 기다리며 묵묵히 서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곳에 뭔가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저 오래된 상점이라고만 생각했던 공간에서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바로 바다 속 동굴로 이어지는 좁은 터널,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내자의 말과 함께 시작된 동굴로의 하강
상점 안으로 들어서자 안내자가 이곳의 간단한 역사와 특징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한 가지를 덧붙였다. “계단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그 말은 곧 우리가 내려가게 될 길이 평범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라호야의 케이브 스토어는 서니 짐 해식동굴(Sunny Jim Sea Cave) 위에 자리 잡은 아주 독특한 해변가 상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래된 기념품 가게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상점 내부에 숨겨져 있다.
바로 사암 절벽을 뚫어 만든 145개의 계단, 그 좁고 가파른 터널을 따라 동굴 바로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100년 전, 한 독일 출신의 예술가가 손으로 파내기 시작해 완성된 이 터널은 지금도 그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안내자의 말을 뒤로하고 나무로 된 난간을 잡은 채 어둡고 습한 터널 속으로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위에서는 상점의 소음이 들렸지만 몇 계단 내려가자마자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왔다. 그 순간, 작은 모험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개의 천국, 라호야 샌디에고의 주일 오후 ( La jolla, San Diego, California)
1903년, 한 예술가의 곡괭이에서 시작된 길
우리가 내려가던 그 좁은 터널은 사실 1903년, 독일 출신 예술가 구스타프 슐츠(Gustav Shultz)가 직접 곡괭이를 들고 파내기 시작해 만든 길이었다. 그는 절벽 속에 터널을 뚫어 방문객들이 해식동굴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하고, 입장료를 받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금으로 보면 단순한 관광 상품 같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인 발상이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가 만든 이 터널은 여전히 원형을 유지한 채 관광객들에게 15~25분 정도의 셀프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며 들리는 파도 소리, 사암 벽에 스며든 습기, 그리고 아래로 갈수록 짙어지는 바다의 향기— 모든 것이 한 세기 전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동굴 입구에 도착해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특히 햇살이 물결 위에 정확히 떨어지는 때라면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바다 속에서 빛이 흔들리고, 동굴의 어둠과 햇살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장면은 잠시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신비롭다.
100년의 시간을 품은 상점,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길
유서 깊은 기념품점인 케이브 스토어 안으로 들어서면 라호야 코브의 절벽을 지나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바다로 이어지는 100년 된 터널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겉보기에는 오래된 상점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이 빚어낸 동굴로 이어지는 라호야만의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다.이 동굴은 독특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동굴 입구의 모양이 한때 미국에서 판매되던 빈티지 시리얼의 마스코트와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곳을 “써니 짐의 바다 동굴(Sunny Jim Sea Cave)”이라 불렀다. 이 별명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게 남아 있다. 케이브 스토어는 1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역사적인 동굴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셀프 가이드 투어를 제공해 왔다. 오늘날에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동굴 입구에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감상한다.
특히 햇살이 물결 위에 정확히 떨어지는 순간, 동굴의 어둠과 바다의 빛이 만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진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라호야가 왜 ‘보석 같은 해안’이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20만 년의 파도와 100년의 인간의 손길이 만난 곳
약 15~20분 동안 진행되는 셀프 가이드 투어에서 방문객들은 상점 내부의 터널을 따라 145개의 나무 계단을 내려가 동굴로 들어간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사암 벽에 스며든 습기 냄새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공간임을 알려준다. 동굴 아래에 도착하면 바다 위로 안전하게 설치된 작은 부두에서 라호야 만으로 밀려드는 바닷물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독특한 풍경은 무려 20만 년 동안 파도가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결과물이다. 바다 동굴 주변에는 수영객, 카약을 타는 사람들, 게와 물고기, 갈매기, 해조류, 그리고 운이 좋으면 물개나 바다사자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곡괭이와 삽으로 파낸 터널, 그리고 사라진 이름들
이 터널은 1903년, 독일 출신의 예술가이자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슐츠(Gustav Shultz)가 고용한 두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곡괭이와 삽만으로 파낸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터널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바다 동굴로 안내하고 있다.
1905년 처음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입장료는 25센트였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