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의 변화에 따라 계절이 바뀌듯 수산물에도 제철이 있습니다.
제철 수산물로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기면 어떨까요?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추운 겨울 동안 따뜻한 나라에서 잠시 머물던 생선도 우리나라 바다로 모여듭니다. 따뜻한 봄이 되면 게으름뱅이 도미와 조기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겨울 동안에는 바다 깊은 곳에 살면서 가만히 있던 도미와 조기도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 산란기를 대비해서 먹이를 찾아다니는데요. 덕분에 봄이 되면 도미와 조기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몸집이 제법 커집니다. 낚싯줄에 걸려 올라온 도미와 조기는 크기도 큼지막하고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힘도 세서 웬만해선 두 손에 잡히지가 않을 정도예요. 이제 정말 도미와 조기가 제철인 봄이 왔나 봅니다.
봄철 수산물로 어획량이 가장 많고 영양도 풍부한 수산물은 도미입니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깊은 겨울잠을 자다가 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음이 녹고 물이 따뜻해지면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기 위해서 영양분을 채우는 도미는 이때가 가장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습니다. 맛있기로는 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로 5월~6월에 많이 잡히는 조기는 대표적인 흰살생선으로 살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없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주로 곡우인 4월 20일을 기점으로 해서 연평도와 칠산 어장에서 잡은 조기가 유명합니다. 이때가 대개 봄철 산란기 전이며 최고로 성숙할 때 만든 굴비는 최고의 맛을 자랑합니다.
도다리는 4월 초부터 산란기인데 이때가 막 지나면 새살이 돋는 때라 살이 많습니다. 미역은 대부분 양식이지만 자연산 미역은 2월부터 4월까지 채취한 것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봄철 수산물로 꼬막을 빼놓을 수 없는데, 꼬막은 가을 찬바람이 불면서부터 맛이 들기 시작해 봄철에 알을 품기 전까지 가장 맛이 좋습니다. 특히 초봄에는 산란기 전이라 맛이 더욱 쫄깃합니다. 키조개는 2월~3월이 가장 맛있고, 바지락은 5월~6월에 채취한 것이 맛이 좋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바닷속 수산물도 기운이 없고 지칩니다. 낮 동안의 뜨거운 열기와 높은 수온이 수산물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바닷속에서도 가을 산란기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산물이 있는데, 바로 전복과 장어입니다. 대부분의 수산물이 더위에 지쳐 있을 때 이들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전복과 장어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입맛을 북돋워주고 기력도 회복해주는 보양 수산물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답니다.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래고, 지친 몸을 보양하고 기운을 북돋워줄 여름철 보양 수산물이 많습니다. 보양음식에 빠져서는 안 될 전복은 한여름인 8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입니다. 전복의 산란기가 11월경이기 때문에 알을 낳기 위해 영양분을 가득 담아둘 8월부터 10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고 영양분이 많습니다. 전복 못지않게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장어도 초여름인 6월부터 10월까지 영양이 가장 풍부합니다. 여름철 장어는 지용성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더위로 지친 입맛을 달래기에 좋습니다.
상큼한 향이 일품인 멍게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초여름이 되면 더욱 영양이 풍부해집니다. 강장작용을 하는 글리코겐 함량이 높아질 뿐 아니라 멍게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이 있는 갈치는 여름에 산란하는데, 산란하기 전인 6월부터 8월까지 영양분이 가장 듬뿍 들어 있습니다. 병어도 여름에 더욱 싱싱한데 여름철 병어는 지방 함량이 높고 부드러워 입맛을 살리는 데 좋습니다. 회로 즐겨 먹는 우럭은 초여름에 제 맛이 나서 횟감으로 아주 좋습니다. 초여름부터 겨울까지 맛이 좋은 소라는 해조류를 먹고 살기 때문에 맛이 더 쫄깃합니다. 세발낙지는 갯벌이 넓어지는 여름에 잡은 것을 먹으면 기력 회복에 좋습니다.
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바닷속의 풍경도 달라집니다. 여름 동안 뜨거웠던 바닷물이 차가운 물과 만나게 되는데요. 이때 자연스럽게 바다의 수온이 바뀌면서 플랑크톤의 양도 늘어나게 됩니다. 플랑크톤이 많아지면 바닷속 수산물들의 먹이도 많아져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하게 된답니다. 가을철 수산물이 플랑크톤을 많이 먹고 자라서인지 맛이 더 담백하고 고소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그야말로 수산물 풍년입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수산물이 고기잡이배에 가득 실려 만선을 이루는 계절입니다. 가을철 수산물을 꼽으라면 전어가 가장 유명합니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의 맛이 가장 좋은 때가 가을입니다. 전어는 봄에 산란기를 거친 뒤 여름 내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고 지냅니다. 이때 몸의 길이가 20cm 정도 자라는데 일 년 중 가장 지방질이 많아서 맛이 최고로 고소해집니다. 봄이나 겨울 전어보다 가을 전어가 지방질이 3배나 높다고 합니다.
가을 전어와 더불어 가을 수산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새우와 꽃게입니다. 가을철의 새우는 감칠맛을 내는 글리신이 풍부해서 맛이 더욱 고소합니다. 꽃게는 4월~6월 봄철과 9월~10월이 제철인데, 봄에는 알이 꽉 찬 암컷이 좋고, 가을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수컷이 좋습니다. 광어는 10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데 늦가을에 먹는 것이 맛이 좋습니다. 봄에는 산란기여서 맛이 가장 크게 떨어지는 시기이므로 먹지 않습니다.
삼치는 가을부터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지방질 함량이 높습니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은 낙지는 9월~12월에 가장 많이 잡힙니다. 이때 잡히는 다리가 긴 대낙은 맛이 부드럽고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낙지 못지않게영양이 풍부한 문어도 가을철이 제철로 맛이 더 쫄깃합니다. ‘바다의 인삼’이라고 불리는 해삼은 가을에 가장 맛있습니다. 몸이 잘려도 원래대로 다시 자라는 만큼 생명력이 강한 수산물로 영양분도 아주 풍부합니다.
추운 겨울이 되어도 바닷속 풍경은 여전히 활기찹니다. 겨울이 되면 고등어, 꽁치, 참치 등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죠. 바다 얕은 곳에서 살면서 이리저리 활발하게 헤엄치는 등푸른생선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산란기를 위해 바닷속에서 영양분을 듬뿍 섭취하고 있어서인지 푸른 등 색도 더욱 빛나네요. 생태, 굴 등 겨울이 제철인 수산물들도 차가운 바닷속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수산물 중에는 겨울이 제철인 것이 많습니다. ‘겨울 생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등어와 꽁치입니다. 고등어는 계절 변화에 따라 지방 함량의 변동이 매우 큰 생선인데, 늦가을부터 기름이 올라와 겨울이 되면 기름이 풍부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더 깊어집니다. 꽁치도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지방함량이 달라지는데,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지방 함량이 2배 정도 올라가고 서리가 내릴 때쯤인 초겨울이 되면 지방 함량이 최고조에 달해 맛이 더욱 고소합니다. 입이 큰 대구의 산란기는 12월에서 2월경인데 이때 영양분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맛이 가장 좋습니다. 대구는 북태평양의 깊은 바다에 살다가 겨울철이 되면 산란을 위해 경상도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이때 가장 많이 잡힙니다.
겨울 생선 하면 명태도 유명합니다.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는 아주 추운 겨울인 12월~1월에 많이 잡히고, 이때 잡은 명태가 가장 맛이 좋습니다. 숭어도 겨울에는 지방질의 함량이 증가하고 육질이 단단해져서 더 맛있습니다. 참치도 겨울에 지방함량이 가장 높아 맛이 있는데, 주로 냉동된 형태로 보관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도 겨울에 가장 맛이 좋습니다. 겨울철에 채취한 굴은 여름철에 채취한 굴보다 글리코겐 함량이 10배나 높아 깊고 풍부한 맛을 냅니다. 홍합도 겨울이 제철이며, 해조류인 김은 12월부터 3월까지 채취하는데 12월에서 1월에 만든 김의 맛과 향이 가장 잘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