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다. 봄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남풍에 실린 봄의 향연(香煙)이 자연(紫煙)처럼 몸에 스며든다. 남쪽 끝자락인 항일암에도 봄 맞이가 한창이다. 동백꽃이 활짝 핀 것을 보아 봄은 남풍을 타고 북상 중인가 보다. 섬진강 하류 하동에는 홍매화가 곱고 아름다운 자태가 길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양지 바른 산야에 초식물도 새봄을 맞이하듯 몸부림치며 지열(地熱)을 솟아 낸다. 아직 봄이라 하지만 대구의 날씨는 여인의 가슴처럼 차갑고 냉혹하다.
2월은 바람 달이라 하드니 매서운 찬 바람이 살갗을 예인(銳刃)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임진년 새해를 맞아 명산자락에 차례(茶禮)상을 차려 놓고 올 한해도 무탈하도록 산신제(山神祭)를 올린다.
이십 사 절후 가운데 경칩(驚蟄)이 세번 째라 한다. 경칩이 되면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동면(冬眠)에서 깨어난다고 했다. 백설이 쌓인 높은 산골짝마다 우수가 지나자 눈이 살포시 녹아내린다. 바위 틈 사이로 이슬방울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이 산수(山水)를 이루며 냇가를 찾아 흐른다. 냉기 서린 물도 산골짝을 흐르면서 기온이 상승해지는 듯했다.
무정한 세월은 말이 없어도 개울가의 버들강아지 사이로 개구리는 먹이 활동에 분주하다. 교미(交尾)를 끝낸 개구리는 산란 장소를 찾아 돌 틈과 풀숲 사이를 뒤집고 있다.
산수(山水)도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폭포도 만들고 태양에 반사된 물색이 무지개 색을 띠기도 했었다. 개울가의 새순가지 마다 맺힌 망우리에 움이 터지고 버들강아지는 초로인생처럼 영롱(玲瓏)한 빛깔로 변해 간다.
내가 이따금 산행을 즐기는 것도 대자연의 섭리(攝理)에 순응하며 자연 그대로가 좋아서다. 산천은 말이 없으나 계절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무상함에 동화(同和)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가식과 허식이 춤을 추듯 그 형상(形象)이 미묘(微妙)하다. 자연은 절후에 따라 거짓과 꾸밈없이 생리적(生理的) 분업(分業)을 하는 모양이 우선 보기에도 즐거움을 나누어 주는 것 같았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는 인간이 도덕성과 윤리관을 버리고 욕심 탓에 우리 사회는 병들고 있는 듯하다. 흐르는 물은 언제나 청결하지만 고인물은 썩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인간은 태생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 다만 성장하면서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치 못한 치한(癡漢)이라도 대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면 잡념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태산(泰山)은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심성을 정화시키는 조화를 이루는 기능이 있는 듯하다. 어디서나 산을 오를 때는 복식호흡을 하며 유산소 운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정신이 맑아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 질 뿐 아니라 눈마저 즐겁게 해준다. 산 능선에 올라서면 계곡의 신선한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시원스럽게 해주고 있다.
나는 이런 낭만과 추억을 만들면서 건강을 다지고 남들과 소통을 즐긴다.
다음 산행지는 진달래꽃 향기가 그윽하고, 이슬방울이 초롱초롱한 산행지를 물색해 볼까 한다.(尾) 2012년 3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