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박소림과 중앙무용문화연구원 회장 정성철을 후원자로 둔 그는 어릴 적부터 춤에 대한 시각적 비주얼, 자연스레 들어온 소리와 리듬감 등에 대한 감각적 습득, 긴 터울을 두고 들어온 구전적 무용담들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인자(因子)들이었다. 이른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즐기면서 춤판을 만들어가는 그의 춤 안무 방식은 관객들의 적극적 호응을 받고 있다.
그의 춤은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는 춤 동작들은 레고처럼 견고한 구성으로 짜여 있다. 한국 춤사위의 간결한 변형, 전통 음과 현대 음의 조화로운 믹싱, 감정변화에 따른 빛 사용 등 그의 무대 장악력은 일찌감치 그가 될성부른 춤 인재임을 자연스레 각인시켜 왔다. 춤에 대한 그의 가치 판단은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다. 그의 자중은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춤은 조흥동, 김정학, 서영님, 김말애, 윤미라, 안병주, 양선희, 이은영, 김혜림 등 기라성 같은 스승들을 거치면서 춤 기량을 쌓게 되고, 정신적·이론적 갈증을 채우게 된다. 그의 곁에는 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부모님이 있다. 그는 춤 도반이 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자기 수양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국창작무용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정명훈은 매사에 자신감으로 느긋하다. 불필요한 친구들을 멀리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운이건만 태생적 온정과 특유의 친교력으로 주변엔 늘 친구들이 즐비하다. 그의 작품이 다양한 디테일, 기호, 상징들로 선호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의 귀가 열려있고, 경청하고, 수집하고, 정제되어 발표되기 때문이다.
정명훈은 작품마다 다른 춤사위로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내며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최우선 안무 과제로 삼는다. 그의 대표안무작들은 『빛과 놀아나다』(2011), 『나야나』(2012), 『내 삶의 고비에서』(2013), 『Timeless, 불멸』(2014), 『Deadly to Someone, 누군가에겐 치명적인』(2015)을 들 수 있다. 특히 금년 신작 『Deadly to Someone』은 유쾌한 걸작이다.
그는 관객과의 수긍적 소통과 유쾌한 상상을 같이 할 수 있는 대중적 춤을 발표해 왔다. 전통무용의 깊이감을 자신의 자산으로 하면서 정명훈은 창작무용을 하면서 클래식 엄숙함에서 모차르트적 낭만과 자유를 만끽한다. 그의 춤은 컨템포러리, 한국창작무, 현대무용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악가무의 합일과 극적구성으로 춤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정명훈의 『빛과 놀아나다』는 어둠과 빛의 이중인격을 소지한 사람의 모습, ‘지킬 앤 하이드 박사’의 정명훈 버전을 제시한다. 2011년 서강대학교 메리홀과 상주예술단체인 이경옥무용단이 함께 기획한 ‘한국춤 발전소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신인 안무가로 명명된 그는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무용 구성의 가능성과 전도유망한 젊음 춤꾼으로 인정받았다.
『나야나』는 최고인 줄 알았던 자신에게 또 다른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나, 자신을 반성하며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하며 느끼는 두려움과 좌절을 진솔하게 담는다. 과장과 허세, 그 앞에 몰려드는 고수들의 면면, 쓸쓸한 여운이 남는 현실을 통해 성숙해나가는 ‘나’를 조명한 이 작품은 작은 깨달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명훈 특유의 창작방식을 보여줬다.
『내 삶의 고비에서』는 한 여인을 떠나보낸 한 남자의 한(限), 이별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안무가는 이별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자신의 절박한 ‘한’으로 만들면서 모두의 공통분모였을 이 명제로 담론을 제시한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이별은 숙성의 자양분이다. 자신에게만 해당된다고 여기는 ‘고비’의 위기는 큰 틀에서 작은 점일 뿐이다.
『Timeless』는 주위에 친구들은 많지만 정말 중요한 친구는 못 알아보고 놓쳐버리는 아쉬움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연(緣)이 있으면 이어진다. 아쉬워할 것 없다. 느낌으로 공유하고, 흐름 속에서 늘 그리워함은 아름다움이다.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으로 명훈은 자신을 승격시킨다. 안무가는 불멸은 순간의 허무임을 철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Deadly to Someone』은 휴대폰 중독자가 가상공간과 현실을 구분 못하다가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인정을 꿈꾸지만 허상임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창작무용의 묘미를 집대성한 치명적 매력을 띤 이 작품은 같은 소재의 작품들이 저질러온 매너리즘을 깨고, 춤의 상상력 확장, 감각적 이미지 구성, 다양한 음악의 배합과 분배, 춤 언어의 적절히 사용한 수작(秀作)이다.
건강한 사유에서 빚어지는 빛깔 있는 춤으로 세상의 선한 사람들과 소통해온 정명훈은 그를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모든 춤 스승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춤 정신이 해맑은 젊은이이다. 그가 춤판에 불러온 작은 바람은 힐링과 ‘바람불어 좋은 날’을 연상시킨다.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모두를 웃게 만들며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지고지순의 정성으로 작품을 창작해왔다.
정명훈, 그에게는 사람의 향기가 풍긴다. 그가 선택한 현대적 감각의 건강한 제목들은 자신을 숙성시키는 제의적 담론을 제시한 것들이다. 패러디가 다반사인 춤의 현장에서 통합과 수용의 춤 에세이를 써 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는 역동적 춤 세상을 여는 새로운 삶(vita nuova)의 춤 탄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창의의 깃발 위로 부는 바람은 그의 편이다.
●정명훈 약력
서울예술고등학교
경희대 및 동 대학원
세종대무용학 박사
경기도립무용단 상임단원 역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8호 살풀이 이수자.
강원대 강사 역임
서울예술고 강사 (현)
세종대 강사 (현)
경희대 강사 (현)
●수상경력
1997. 05 대한민속문화사업회 주최 제56회 전국무용예술제 학생부 대상수상
(문화체육부 장관상)
1997. 06 계원예술고등학교 제 17회 전국 초.중학생 무용경연대회
최우수상 (1등) 장학증서 수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상)
1997. 09 서울예술고등학교 소년 조선일보사 공동주최 제20회 전국 초.중학생
무용경연대회 은상수상
2000. 06 경희대학교 주최 제15회 전국 초.중.고등학생 무용경연대회
고등부 창작무용 부분 최우수상(1등) 수상
2000. 09 김백봉춤 보존회 주최 전국무용경연대회 금상수상
2003. 09 한국무용협회 주최 제40회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한국무용부분 특상
(1등)수상 (병역특혜)
2004. 05 서울예술고등학교 창립51주년기념일 표창패 수상
●공연경력
2000.10 제21회 서울무용제 대상 초청공연(문예진흥원 예술극장)
2002.03 서울춤아카데미 제7회 정기공연(국립극장)
2003.12 윤미라의 전통춤 2003 출연(진쇠춤) (국립국악원 예악당)
2004.06 제25회 서울무용제 춤타래 무용단 (안무 이은영) 출연
2005.07 경기도립무용단 정기 공연 객원 출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6.09 제27회 서울무용제 춤타래무용단 출연 (아르코 예술극장)
2007.06 경희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발표회 (노원문화회관)
2010.06 박소림, 정명훈의 춤 안무 및 출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1.03 한국춤발전소 프로젝트 『빛과 놀아나다』안무 및 출연(서강대 메리홀)
2012.06 제1회 정명훈 전통춤판 세종대 무용과 주최(세종대 광개토관 소극장)
2013.11 제34회 서울무용제 김혜림춤. 미르댄스시어터 출연(아르코예술 대극장)
2014.09 2014 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 주제공연 조안무 및 출연
2015.03 『Deadly to Someone,누군가에겐 치명적인』안무 및 출연(M 극장)
장석용(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