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김정순
뉴스를 보니
층간 소음 때문에
층간 주먹다짐이 많다.
나도 거실에서 쿵쾅댄 적 많은데
아래층 할머니는
만날 때마다 빙그레 웃어주신다.
시끄럽지 않나요? 해도
어디 가세요? 해도
빙그레 웃어주신다.
엄마가 말했다
할머니 귀는 이제 쉬고 있는 중
세상의 소음들 다 청소하는 중
층간 소음 때문에 층간 주먹다짐이 많다고 하니 어쩜 좋아요.
아파트 층간 소음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지요.
조심한다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뛸 때가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가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 사는 어른을 만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이 때문이었을까요?
아파트에 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한데요.
마음껏 뛰지도 놀지도 못하고 생활하는 어린이들이 안쓰러워요.
그런데 아래층 할머니는 만날 때마다 빙그레 웃어주셔요.
귀가 어두워져서 잘 듣지 못한다고 하시는데요.
‘할머니 귀는 이제 쉬고 있는 중 / 세상의 소음들 다 청소하는 중’이라는
엄마의 말씀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까닭이 무엇일까요?(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김정순 시인은 1996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했고 2022년에 동시집 ‘색깔 가게 와이파이’를 펴냈어요.
※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