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3회 월드시리즈는 정규시즌 104승 팀 LA 다저스와 101승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대결로 결정됐다.
100승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 것은 197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108승)와 신시내티 레즈(102승) 이후 처음(볼티모어 4승1패 우승).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88승)와 캔자스시티 로열스(89승) 두 와일드카드 팀의 승수 합계가 177승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205승에 달한다.
휴스턴의 아메리칸리그 우승으로 인해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12번째 클래식 매치는 성사되지 않았다. 총 11번을 대결한 두 팀보다 미 4대 프로스포츠 결승전에서 더 많이 만난 팀은 NBA 파이널에서 12번 맞붙은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뿐이다(양키스 8승3패 우위, 다저스 LA 이전 후 2승2패). 그러나 다저스는 2012년까지만 해도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던 휴스턴과 마지막 승부를 하게 됐다.
휴스턴은 2005년 첫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연패로 물러났다. 1차전(3-5) 2차전(6-7) 3차전(14회 연장 5-7) 4차전(0-1) 네 경기 모두 두 점 이하로 진 아쉬운 패배였다.
당시 휴스턴은 로저 클레멘스(211이닝 13승8패 1.87) 앤디 페티트(222이닝 17승9패 2.39) 로이 오스왈트(241이닝 20승12패 2.94) 최강 선발 트리오와 함께 마무리 브래드 릿지(42세이브/4블론 2.29)가 든든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햄스트링을 가지고 나섰던 클레멘스가 1차전에서 조기 교체되고(2이닝 3실점)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맞은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의 홈런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릿지가 정규시즌 무홈런 타자인 스캇 포세드닉에게 2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내주면서 원정 1,2차전을 내리 패했다.
이번에도 휴스턴은 댈러스 카이클(ps 3경기 2승1패 2.60)과 저스틴 벌랜더(ps 4경기 4승 1.46)가 나서는 원정 1,2차전에 시리즈의 승패가 달려 있다. 7차전을 치르고 올라온 휴스턴에게 천만다행인 것은 아메리칸리그가 포스트시즌 일정을 하루 일찍 시작한 덕분에 두 선수 모두 정상적인 휴식 후 등판한다는 것이다(카이클 5일, 벌랜더 4일).
통산 17번의 인터리그 선발 경험이 있는 카이클은 그러나 다저스와는 한 번도 대결하지 않았다. 이에 로건 포사이드(20타수7안타 .350) 크리스 테일러(3타석 3삼진) 체이스 어틀리(4타수1안타 1볼넷)를 제외한 나머지 다저스 타자들은 카이클을 처음 만난다. 카이클은 처음 상대했을 때 가장 까다로운 투수 중 한 명이다.
현역 선발 중 최고의 제구를 자랑하는 카이클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낮은 볼로 타자를 현혹한다. 올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진 134명의 투수 중 존을 벗어난 공의 비율(63%)이 세 번째로 높았다(4위 류현진 61.2%. 팬그래프 기준). 따라서 아웃존 최소 스윙률 메이저리그 1위(26.2%)에 빛나는 다저스 타선과의 진검승부가 기대된다(지금까지 상대 선발들을 무너뜨린 건 다저스의 눈야구였다). 1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해야 하는 카이클로서는 주심과의 궁합도 중요하다.
카이클의 전화를 받고 휴스턴행을 결심했다고 하는 벌랜더는 2014년(6이닝 4K 5실점)과 올해 두 번의 다저스전 경험이 있다. 특히 지난 8월21일에 있었던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 경기에서는 8이닝 9K 1실점(2안타 1볼넷)의 무시무시한 피칭을 선보였다. 벌랜더는 그 경기 이후로 정규시즌에서 8경기 7승 1.31,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 4승 1.46을 기록하고 있다. 벌랜더는 세 번의 포스트시즌 선발에서 모두 96마일을 넘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는데, 다저스는 올해 97마일 이상 공을 상대로 한 팀 ops가 메이저리그 최하위(.483)인 팀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벌랜더가 2010년 클리프 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 2010년 리는 시즌 중반 시애틀에서 텍사스로 이적해 디비전-챔피언십시리즈 세 경기에서 3승 0.75(24이닝 34K 2실점)를 기록하고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텍사스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꺾은 팀은 양키스였다). 하지만 리는 샌프란시스코와의 1차전에서 4.2이닝 6자책으로 무너졌고 월드시리즈 2패를 당했다.
디비전-챔피언십시리즈 통산 성적이 17경기(16선발) 11승2패 2.42인 반면 월드시리즈에서는 세 경기 3패 7.20인 벌랜더도 월드시리즈 징크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벌랜더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는 파블로 산도발(샌프란시스코)에게 홈런 두 방을 맞고 무너진 2012년 1차전(4이닝 5실점)이었다. 휴스턴으로서는 원정 1,2차전에서 적어도 1승을 챙기지 못하면 시리즈에 대한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휴스턴은 양키스와 혈투를 치르며 큰 수확을 얻었다. 7차전에서 11K 완봉승을 합작한 찰리 모튼(5이닝 5K)과 랜스 매컬러스(4이닝 6K)의 업그레이드다. 모튼은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의 부진(3.2이닝 7실점)이 불운 탓이엇음을 증명해냈으며 마지막 24개의 공이 모두 커브였던 매컬러스는 빅게임 피처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ps 통산 4경기 2.33). 한편 다저스는 커브 상대 팀 장타율(.445)이 메이저리그 1위인 팀이다(2위 휴스턴).
휴스턴은 3차전에서 모튼과 매컬러스를 이어던지게 하고 4차전은 카이클을 당겨쓰거나 콜린 맥휴(4이닝 무실점)와 브래드 피콕에게 맡길 수도 있다. 다만 카이클과 벌랜더를 4,5차전에 내게 되면 두 명 모두 하루를 덜 쉬고 나서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휴스턴은 호세 알투베(ps .400 5홈런 8타점)와 카를로스 코레아(ps .295 3홈런 9타점)에 대한 의존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특히 5번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ps .366 5장타 4타점)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1번 조지 스프링어(cs .115)와 다저스의 좌완 선발들을 상대로 2번을 맡아야 하는 알렉스 브레그먼(cs .167)의 분발이 필요하다. 또한 챔피언십시리즈 25타수1안타의 조시 레딕은 다저스의 커티스 그랜더슨(ps 15타수1안타 무볼넷 8삼진)과 달리 원정 1,2차전 커쇼와 리치 힐을 상대로 선발 우익수 출장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선인 휴스턴은 정규시즌 원정에서 유일하게 500득점을 올린 팀이다(휴스턴 501득점, 2위 마이애미 418득점, 13위 다저스 372득점).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홈 6경기 31득점(.276 10홈런)인 반면 원정 5경기에서는 13득점(.213 2홈런)에 그치고 있다. 휴스턴은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휴스턴 불펜이다. 윌 해리스(2이닝 4피안타 1실점) 조 머스그로브(2.2이닝 3피안타 3실점) 크리스 데븐스키(3이닝 5피안타 4실점) 켄 자일스(6이닝 8피안타 5실점)가 살아나지 않으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제로와 whip 0.294(58타자 4피안타 1볼넷)를 기록한 다저스 불펜을 대적할 수 없다.
불펜에 자신이 없는 휴스턴으로서는 짧게 끝내야 하는 시리즈. 양키스와는 7차전 승부를 치르며 양키스 불펜의 누적된 피로를 활용했지만 다저스 불펜은 그렇지 않다. 이에 지금까지 단 42.1이닝을 던진 다저스 불펜에게서 이미 챔피언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35.2이닝을 소화했던 양키스 불펜의 피로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휴스턴으로서는 벌랜더와 카이클의 원투펀치, 더 나아가 모튼과 매컬러스 선발 네 명에게 달려 있는 시리즈다.
최근 월드시리즈 우승 팀
2005 - 시카고 화이트삭스(AL)
2006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NL)
2007 - 보스턴 레드삭스(AL)
2008 - 필라델피아 필리스(NL)
2009 - 뉴욕 양키스(AL)
2010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1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NL)
2012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3 - 보스턴 레드삭스(AL)
2014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NL)
2015 - 캔자스시티 로열스(AL)
2016 - 시카고 컵스(NL)
월드시리즈 중계 일정(MBC스포츠플러스)
1차전(25일 수) 정병문 송재우 김선우
2차전(26일 목) 정병문 송재우 김선우
3차전(28일 토) 김수환 허구연
4차전(29일 일) 김수환 허구연
5차전(30일 월) 김수환 허구연
6차전(01일 수) 정병문 김선우 김형준
7차전(02일 목) 정병문 김선우 김형준
*1,3차전 오전 8시반, 나머지 경기 9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