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밟은 날 / 김별
너무 좋은 가을날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무 이유도 없이
어디 딱히 갈 곳도 없이
아끼던 좋은 옷을 꺼내 입고
구두를 반짝거리게 닦아 신고
근사한 신사가 되어 길을 나서는데
이게 웬 일
생각지도 못하게 그만 똥을 밟았다
역겨운 냄새에
부끄러운 낭패를 어찌하랴
울화가 치밀고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똥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었다
살다보면 더 한 일도 많은 것을
그깟 똥 때문에
오늘의 기분을 망치랴
그렇게 화를 헛웃음으로 삭이며
액땜했다 치자
차라리 생시에 똥꿈 꾼 것으로 치고
돈 생길 징조라 여기자
그렇게 생각하니
아니나 다를까
당신을 만난 것이다.
귀하고 귀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당신을
거짓말처럼 만난 것이다.
*****
카페 게시글
‥‥김별 ♡ 시인방
똥 밟은 날
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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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35
15.10.07 22:5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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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똥 밟은 날이 운수 좋은날 이셨군요
제 숟가락도 슬쩍~ 얹어 봅니다 ㅎ
별님, 오랫만에 뵈오니
긍정적인 마인드 보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일이 생각나서 ㅎ
버스를탓는데 심한방구냄시가 가실줄몰라 내옆에 앉은 졸고있는아저씨 행색이 초라해 그분 몸에서나는 냄샌줄알고 흘겨봤는데
사실은 내가떵을 밟은체로 버스에 탄기라...
용서해주세요...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