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목사는 설교에서, 노 대통령이 반칙과 특권의 문화에 찌든 정치를 개혁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고, 이는 곧 더불어 사는 참세상을 염원하는 하나님의 마음에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의 삶을 지켜보니 누구보다 하나님을 잘 믿은 사람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권위주의 청산 △지역주의 극복 △나라 균형 발전 △한반도의 평화 등을 위해 헌신했다며, 하나님이 기뻐할 삶을 실천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지한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해 준다는 '바알'의 속삭임에 속아 넘어가면서 참된 지도자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자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됨으로써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인권이 무시당하고, 피눈물 흘리는 이웃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영상을 접한 이들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길을 따라가려는 국민과 성도, 성직자들이 있다. 귀한 설교 말씀 감사합니다, 목사님", "이런 목회자도 있구나. 희망이 있다", "감동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엄 목사의 추모 설교 영상은 5년 전에도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오마이뉴스>는 2010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1주기를 맞아 엄 목사를 인터뷰했다. 엄 목사는 "노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헌신하고 싶다. 살쾡이가 들어와 동료를 물어 죽이고 있음에도 나만 괜찮다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닭장의 닭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즈음에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권세와 특권이 결코 개인의 행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한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엄 목사가 처음부터 노 대통령을 존경했던 것은 아니나, 퇴임 직전에 한 발언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마음 속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푸르고 푸른 대통령을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인 5월 23일, <뉴스앤조이> 기자는 엄인영 목사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엄 목사는 과거 설교 영상이 회자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설교를 보고 위안을 받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요즘 한국교회가 믿지 않는 사람에게 '개독교'로 불리는데, 모든 교회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엄 목사는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서거 당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분처럼 훌륭한 대통령을 다시 모실 수 있을까. 나라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엄 목사는 노 대통령이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했듯이, 한국교회도 깨어 있는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기복 신앙', '성공 신화', '출세론', '처세론'에 함몰된 설교라고 지적하고, 이런 설교를 아무리 많이 들어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을 제대로 배워야 값싼 '은혜'만 찾는 관념적인 신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돌파구를 제시했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 개인의 역사관·물질관·세계관이 바뀌고, 나아가 사회문제와 구조 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개신교는 구원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국교회는 구원파적인 성향이 강하다. 구원파+오순절 순복음이 지금의 실상이 아닌가.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채 기복 신앙과 신비주의에 빠져 있다면 사회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6년 전 추모 설교에서 엄 목사는 이명박 정부를 '바알'에 빗대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슬퍼하는 자들의 마음을 닦아 주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이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엄 목사는 지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슬퍼하는 자'는 세월호 유가족이라면서,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을 위해 정부가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