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미백 껌 포장에는 입 냄새를 상쾌하게 해 주는 기능뿐 아니라 치아를 하얗게 만들어 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치아 미백 치약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치아 착색을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하고 간편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치약의 실제 미백 효과는 광고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치아 미백 껌은 어떨까?
치약조차 치아를 충분히 하얗게 만들지 못한다면, 하루 세 번씩 3분간 양치하는 것보다 껌을 씹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미백 껌 제조사는 미백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제조사가 제시한 설명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껌 한 조각을 하루 다섯 번, 한 번에 12분씩 씹었을 때 12주 후 치아 착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원래 연구의 링크를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연구는 있다.
치아 미백 껌을 실제로 시험한 연구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치아 미백 껌이 치아 착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조사했다.
‘양치질과 함께 미백 껌을 씹으면 치아에 새로운 착색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을까?’를 알아본 연구이다. 연구진은 흡연하거나 커피와 차를 자주 마시는 등 치아 착색을 일으킬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가진 성인들을 모집하여, 이들을 두 가지 조건에서 비교했다.
∙ 껌을 씹는 조건: 하루 네 번, 한 번에 15분씩 미백 껌을 씹는다.
∙ 대조 조건: 껌을 씹지 않는다.
두 조건 모두 하루 두 번 양치질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존에 생긴 착색을 완전히 제거하는 능력보다는, 새로운 착색이 생기는 것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
12주 후, 미백 껌을 씹은 그룹에서는 껌을 씹지 않고 양치만 한 그룹보다 새로 생긴 치아 착색이 적었다. 연구진은 두 가지 착색 측정 지표를 사용해 각각 약 25%, 36%의 감소를 보고했다. 얼른 보면 꽤 인상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이제 미백 껌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된 것일까?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연구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첫 번째 문제는 연구가 진행된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연구진이 옆에서 지켜보는 상황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정한 방법을 따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규칙적으로 껌을 씹었는지, 커피나 차를 마신 뒤 얼마나 빨리 껌을 씹었는지, 양치질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려웠다. 이런 조건에서는 참가자마다 생활 습관이나 실천 방법이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결과를 해석할 때 이런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연구비와 연구자의 이해관계다.
이 연구의 저자 중 일부는 연구에 사용한 껌의 모회사인 미국의 리글리 사와 관련이 있었다.
물론 기업과 관련된 연구라는 이유만으로 결과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이 연구를 지원하더라도 좋은 연구는 가능하다. 다만 제품 판매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 연구에 관여했다면, 연구 설계와 결과 해석이 적절했는지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2017년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껌이 치아 착색을 줄일 가능성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리글리 사와 관련된 저자들이 참여했다.
따라서 여러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연구의 독립성이나 방법론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미백 껌의 효과?
여기서 구분해야 할 중요한 개념이 있다.
∙ 치아 표면의 착색 제거 또는 예방. 커피, 차, 담배 등으로 치아 바깥쪽에 생기는 착색이다. 일부 미백 껌은 이러한 착색이 새롭게 생기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 치아 자체의 색을 밝게 하는 미백. 치아 내부의 색이나 깊은 변색까지 개선하려면 과산화수소 같은 표백 성분을 사용하는 전문적인 미백 방법이 필요한데, 미백 치약에는 표면 착색을 제거하는 연마 성분이나 착색을 줄이는 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
반면 껌은 치약처럼 치아 표면을 직접 닦아 내는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껌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설탕 껌을 씹으면 침 분비가 늘어나 입안의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 내고 산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와 치아를 실제로 하얗게 만드는 효과는 구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치아 미백 껌을 살 필요가 있을까?
치아를 하얗게 만들기 위해 미백 껌에 돈을 쓸 필요는 크지 않을 것 같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연구는 미백 껌이 치아 표면에 새로운 착색이 생기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껌이 기존의 심한 착색을 제거하거나 치아 자체를 눈에 띄게 하얗게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기업 관련 저자들의 이해관계와 연구 방법의 한계를 고려하면, 독립적인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바람직하다.
치아를 더 하얗게 만들고 싶다면 다음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다.
- 평소 관리: 하루 적어도 두 번 치약으로 꼼꼼히 양치한다.
- 표면 착색 관리: 커피와 차를 마신 뒤 물로 입안을 헹구고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다.
- 확실한 미백이 목표라면: 치과에서 변색의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미백 치료를 상담한다.
- 껌을 즐겨 씹는다면 무설탕 껌을 입 냄새를 상쾌하게 하거나 침 분비를 늘리는 용도로 이용한다.
요약
- 가능성이 있는 효과. 미백 껌은 양치질과 함께 사용할 때 치아 표면에 새로운 착색이 생기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아직 유의해야 할 점. 연구 결과만으로 기존 착색 제거, 치아 자체의 색 변화 또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미백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 현명한 소비 방법. 입안을 상쾌하게 하려고 껌을 산다면 무설탕 제품을 선택하되, 치아 미백 효과만을 기대해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신중을 기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제품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라는 문구가 있다고 해서 그 효과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입증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연구를 했는지, 무엇을 측정했는지, 연구를 누가 지원했는지까지 확인해야 광고와 과학적 근거를 구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