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ACTION HERO
실베스터 스탤론
by 73차 임재훈
실베스터 스탤론의 신작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이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록키 발보아>와 <람보4>에 이은 실베스터 할아버지의 세 번째 ‘무한도전’인 셈이다. 그는 이번에도 각본·감독·주연을 맡았고, 또 벗었다.
그는 빈민가에서 태어났고, 대학을 중퇴했고, 동물원 청소부와 포르노 배우를 거쳐 나이 서른에 가까스로 '록키'가 됐다. 그는 자신의 영화 제목처럼 '정상을 넘어(Over The Top)'서기 위해 수많은 펀치를 날렸다. '터미네이터'라는 강적과 벌였던 타이틀매치, 연이은판정패….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터미네이터가 되고 싶었던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1946년생)은 한국나이로 올해 65세다. 그는 뉴욕의 악명 높은 암흑가인, 그 이름마저 살벌한 ‘헬스키친(Hell's Kitchen)’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또 태어날 때 핀셋에 잘못 집히는 사고로 얼굴에 마비가 일어나 눈이 처졌고, 입이 비뚤어졌다. 자신의 외모처럼 처지고 비뚤어진 성장기를 보낸 그는 11년 동안 14개 학교에서 쫓겨났고, 플로리다 대학 중퇴를 끝으로 스스로 가방끈을 잘라버렸다.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던 그는 <록키>로 성공하기 전까지 오디션과 공모전을 포함해 무려 1,855번의 탈락을 경험해야 했다.
<록키2>의 한 장면
실베스터 스탤론 / '미키' 역의 버그레스 메레디스
그의 열등감은 성공 후에 더 심해졌다. 라이벌 아놀드 슈워제네거(1947년생)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농촌에서 태어난 아놀드는 보디빌더와 영화배우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스무 살 때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왔다. 최연소 미스터유니버스 타이틀을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아놀드는 무려 13차례나 각종 세계대회를 석권했다. 몸만큼 머리도 좋았던 그는 위스콘신 대학 국제경영학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적 프로필을 가진 아놀드는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그 무뚝뚝한 영어발음에도 불구하고!) 반면 실베스터는 흥행성적과 인지도에서 늘 2인자였다.
영화배우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두 사람
아놀드 슈워제네거 / 실베스터 스탤론
실베스터의 전성기 시절 행보는 사실 ‘아놀드 워너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디빌더 출신 액션배우의 등장에 불안했던지 그는 <록키2>부터 근육을 키우기 시작했다. ‘근육질 복서’라는 어불성설의 캐릭터가 탄생한 데는 그의 열등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일찍이 공화당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활동에도 열심이었던 아놀드를 따라 실베스터 역시 정계를 기웃거렸었다. 그도 공화당을 지지했다. 미국 정치역사상 공화당 집권기에는 늘 큰 전쟁이 발발했었다는 점 ― 링컨:남북전쟁, 아버지 부시:걸프전, 아들 부시:이라크전 ― 을 상기한다면 공화당이 왜 액션배우들을 내세우는지 이해도 될 법하다. 척 노리스, 로버트 듀발, 브루스 윌리스 등 당대 내로라하는 ‘공화당 액션스타’들 속에 실베스터도 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근육은 터미네이터라는 쇳덩어리 하나에도 못 미쳤다.
그리고, 다시 록키로 돌아오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그들의 주지사를 ‘Governator(Governor와 Terminator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기계인간은 영화판도 모자라 정치판까지 ‘종결’해버렸다. 그 시기, 실베스터의 커리어는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디톡스>, <어벤징 안젤로> 등의 작품들이 극장개봉도 못한 채 DVD로 ‘직빵출시'되는 수모를 겪었다. 완벽한 기계인간에게 판정패당한 나약한 복서는 그렇게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선거 유세 중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 실베스터 스탤론의 <어벤징 안젤로 포스터>
2004년, 환갑을 앞뒀던 그가 여섯 번째 록키 속편인 <록키 발보아> 제작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냉소했다. 당시 마이애미해럴드는 “이 영화야말로 인류가 가진 아이디어가 바닥났다는 걸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라고 비꼬았다. 2인자 실베스터의 최후의 발악으로만 보였던 이 프로젝트는 뉴욕데일리의 평처럼 “그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펀치”를 날렸다.
<록키 발보아> 촬영세트에서의 실베스터 스탤론
영원한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
꼭 30년 터울인 <록키>(1976)와 <록키 발보아>(2006)는 록키의 패배로 영화가 끝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시리즈들 중 록키가 마지막 경기에 지는 작품은 이 둘뿐이다.) 30년 만에 돌아온 록키는 또 멍들었고, 졌고, 웃었다. 터미네이터가 될 수 없었던 '록키' 실베스터 스탤론은 기계적 완벽함 대신 인간적 상처를 얻었다. 그 상처에는 깊이가 있다. 60대 할아버지가 돼서도 여전히 근육을 과시하는 그의 아날로그적 액션에는 세상 모든 ‘루저’들의 열등감과 상처를 보듬는 인간미가 있다. 슬라이(Sly, 실베스터의 애칭)의 맨몸 액션이 아직도 먹히는 이유다. <록키 발보아>의 한 대사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그는 진정 ‘라스트 액션 히어로’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익스펜더블>에서의 슬라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73차 임재훈 에디터 (010-8795-9521, jet_l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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