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날짜 변경선 / 진수미
조리기구 닦던 손이 심장으로 다가간다
없다, 뻥 뚫린
구멍을 통과한 손이 휘어지고
반신(半身)을 휘돌아
반쯤 젖은 행주를 거머쥐는데
꽁무니에 실을 매달고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거미
천정에는 별 모양의 물방울
얼어붙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어제의 태양을 꺼낸다
냉동고의 역한 냄새가 함께 흐른다
칼을 쥔다
냉동선에는 방부제가 없다
어제의 심장이 방출한 피가
붉은 시계의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울어도 될까, 호라치의 사람들이여
밤이야,
태양은 졌어
손을 갖다 대도
뻥 뚫린,
오늘은 종일 밤이지
저 멀리 흘러가는
한 척의 냉동선을 봐
—시집『밤의 분명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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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날짜 변경선 / 진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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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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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방부제가 없는 냉동선!
저는 아직 빙하기에 있습니다. 빨리 썩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