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디님, 그럼 이번엔 제가 씁지요!! 어제부터 기다렸는데, 이런 중요한 스케치 대회 후기를
안남길 순 없잖아요 ,그러게 술좀 작작 드시고 컨디션 유지하셔서 하던건 쭉 하셔야 해요 ^^
(일단, 단체사진부터 질러놓고 풀겠습니다!! 응원이 필요해서요 ^^)
오늘은 전국 일요화가회 스케치대회 떠나는 날이다. 지난 20년간 빠짐없이 참석해온 나로선
가슴 설레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버스에 좌석이 휭~하다.
가득 가득, 해마다 풍년이었는데,.. 몇명 안되는 회원들은 떠나는 순간까지 한명의 금과옥조
회원이라도 나타나주길 애타게 기다렸다. 그때...누군가. 빛을 뿜으며...걸어온다.
금갈색 퍼머머리를 구불구불 길게 늘어뜨리고 빨간 자켓을 입은 뒤태고운 여자가 버스에
올라탄다. 어라...첨보는 여자네, 우와 멋져라~ 누구지???
순간,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오~마이 갓!!!
그녀의 변신에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난 순간 향후 전개될 뭔가 심상찮은 기운을
예감했다. 엊그제만해도 펑퍼짐한 옷차림에 짧은 아줌마 퍼머머리를 벙거지 모자로 눌러
쓰고는 “강화도령”을 열창했던 순박한 모습의 그녀가, 단숨에 프랑스 여배우처럼 금갈색
긴머리를 하고 나타났을때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터...
평소 돗자리깔고 복채만 안챙겼지, 남의 운까지 점지하던 예사롭지않은 기운으로 봐서....
혹, 스타탄생에 대한 자신의 강한 운세를 미리 알아챈건 아닌지... 아...뭔지 뭔지 궁굼하다.
그런데....이런, 점심시간에 버스에 내려 걸어가는 뒷모습은 특유의 뒤뚱 뒤뚱 오리걸음...
그건 어케 변신이 안되는지....역시나 늘 보던 푹 퍼진 익숙한 강화도령이다 ^^;;
(김동선 부회장님의 열창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전야제가 시작됐다. 예년에 비해 주최지인 청주에서 단 한푼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청주 회장의 전답을 팔아 마련했다는 행사여서 그런지 규모는 많이 축소됐지만 그
열기는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서울을 대표해서 김동선 부회장의 열창을 시작으로 5명의 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한달을 준비
했다는 화려한 율동과 함께 밀양아리랑을 열창한 창원, 대회 축하인사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퍼포먼스를 보여준 거제를 비롯해 이천팀의 기타반주, 트럼펫 연주 등 특색있는 지역팀들의
열띤 장기자랑으로 전국 스케치대회의 오랜 전통의 전야제 행사가 끝나갈 무렵,
행사 마무리에, 처음이라 미처 소개를 못하고 지나간 우리 서울팀을 다시 한번 소개하면서
얼떨결에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다들 혼들을 빼놓고 미친듯이 몸부림을 치고 있네요^^)
워낙 다른팀들이 혼신을 다해 혼을 빼놔서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에라, 가진게 몸과 미모(ㅡ.ㅡ;;)밖에 없어 보기엔 좀 부담스럽긴 해도 허리와 엉덩이를 이용해
온몸을 꽈대며 한껏 목청 높여 노래를 질러댔다.
그랬더니, 세상에나~엄지손가락 치켜드는 남자, 멋지다고 한쪽 눈 징끗 거리는 남자, 입꼬리
올리고 음험한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남자, 내가 이상형이라고 방문 열어제끼는 남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지난 20년간 별짓 다해봐도 유난스런 언냐들 틈바구니에서 별 존재감
없었는데, 그녀들의 부재를 틈타 드뎌 내게도 기회가 생긴거다.
(언냐들...제 아무리 멋을 부려도 오늘은 내가 최고!!!)
비록, 나이가 지긋해도, 이마가 벗겨져도, 웃음이 능글거려도, 얼굴이 번들거려도...그게 무에
대순가! 전야제에서 스폿받기가 하늘에 별따긴데...ㅋㅋㅋ 스타탄생을 꿈꾸며 화려하게 변신을
하고 온 강화도령이 순간 가여웠다.ㅋㅋㅋ...미안해요, 오늘 밤 주인공은 나라구요! 흥흥흥~^^
화려한 밤을 보내고....이번 스케치장소인 대청호는 은빛억새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가
한껏 무르익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억새들의 군무에 눈이 홀려 절로 발길이 멈춰섰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위에서 춤사위를 벌이는 억새들의 향연을 놓칠 수 없어 지체없이
캔버스를 펼쳤다.
(검은 억새1)
(검은 억새2)
어제 그린 억새는 검은 잿빛속에서 저 홀로 잘난 그들만의 축제였다면, 오늘의 억새는 물과
바람과 나무와 빛을 품고 모두와 어울리는 풍성한 은빛의 가을 축제였다.
그런데...20호, 그리다 보니 버거웠다. 주목받고 싶어 큰걸 가져온 내 비루한 욕심을 하늘이
알아챘는지...도시락으로 점심먹자마자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마무리 할 새없이 캔버스를 급하게 접었다. 근경에 큰 나무와 늘어진 나뭇잎새로 포인트를
주려했는데, 쏟아지는 빗줄기 앞에선 도무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아무래도 뭔가가 최후의 방점 하나가 부족하다)
오후 2시, 대회본부석에 펼쳐놓은 그림들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시치미를 뚝 띠고 있었다.
내 눈엔 어제부터 온통 하얀 억새밖엔 안보였는데, 아니, 대체 어디에 저렇게 멋진 장소가
있었나 싶게 각양 각색의 그림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력없는게 장소탓, 날씨탓만 해댄다더니....오늘은 딱 내가 그짝이다.
그런데...하고 많은 그림들중 요상한 그림 하나가 모두의 시선을 잡아끈다.
어라, 그림속의 저 여자...낯이 익다. 꽃모자에 금갈색머리 풀어헤친 바로 그여자...
우리의 강화도령이 그림속에 떡 허니 들어앉아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우리 모두, 저 금발의 여자한테 낚였다구요!)
아까참에 우리 팀과 떨어져 홀로 엎드려 앉아 열씨미 붓질하는 건 보았는데, 언제 그림속으로
들어가 앉았나, 내가 본것은 그림인가, 생시인가...
그림을 보면서...서태지의 “환상속에 그대가 있네~”란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게다가...빨간자켓과 빨간 가방의 배치는 온통 초록 속에서 찬연한 빛깔로 그림을 빛내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심사위원들이 그것을 놓칠리 없다. 한국화속에 빨간자켓의 금발여자가
옆에 하얀 버선 가지런히 벗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익숙함과 낮섬이 한데
어우러져 아우라를 뿜고 있는 저 기묘한 언발란스의 형상앞에서 발길을 멈춰섰다.
고개를 숙여 이리 저리 살펴보고 저들끼리 쑥떡거린다. 다른 그림들 하나씩 빠져나가도
마지막까지 굳세게 버티고 자리를 지킨다. 이제 몇 개 안남았다.
좀 더 힘내라 힘내!!! 나도 모르게 그림속 여자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최종 4점이 선택됐고.....
결국...그 많은 경쟁자 당당히 물리치고 최우수상, 2등 먹었다.
우리의 뒤뚱 뒤뚱 강화도령, 아침에 일대 변신을 하고 나타날때부터 심상찮은 기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아무리 젖 가슴 다 내놓은 한복입고 머리 긴 도령과 꽃놀이 해도...서양 금발미녀가 단숨에 제압했네요)
그동안 물동이 이고 가는 한복여자와 머리닿은 도령들이 꽃밭에 모여 아무리 정답게 속삭
였여도...별 관심을 못받아 왔었는데....아무래도 한국여자로는 안되겠는지 작전을 바꿔
본인이 직접 서양금발미녀로 변신해 남자 심사위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거다.
다만, 어찌할 수 없이 날엽하게 깍은 뒷모습만으로...ㅡ.ㅡ;;
또한 이땅의 남정네들은 그 옛날 살짝 올라간 하얀 버선코만 보면 오금을 저렸는데...
센스쟁이 강화도령! 그걸 또한 놓칠 리가 없다.
전날 전야제에서....하얀버선이 왜 그 차림새 밑에 있었는지...그 이상한 형색에 입이 근질
거렸지만...차마....물어볼 수 없었던 버선의 정체가 풀린 순간이었다.
“다음은 최우수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서울팀 김동순씨, 앞으로 나와주세요”
함박웃음 지으며, 특유의 오리걸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온전히 드러냈다.
순간...내 뒤에서 어머 어머....진짜 뒷모습만 똑 같네...우와 재밌다~~~ㅋㅋㅋ
(아, 이 얼마나 멋진 변신입니까? 뒷모습이든, 앞모습이든 이날 제 눈엔 서양 금발미녀보다 더 빛이났다구요)
암튼, 그녀의 즐거운 변신 퍼포먼스 덕에 우리 서울팀, 덕분에 큰거 하나 건졌다.
그리고, 뭔지 뭔지 첨부터 심상찮았던 내 예감 또한 적중했다, 결국....이번 행사의 스타탄생은
바로 우리 일요의 숨은 고수....강화도령, 그녀였다.
그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라는 오랜 불변의 법칙을 확인시킨 그녀의 변신에 찬사를
보낸다. “강화도령! 이번 여행, 덕분에 즐거웠어요”
***요건 뽀너스....대회 이모 저모 사진들입니다.
남정네 둘이서 나의 간택을 기다리며..내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다.
헉헉!!! 겨우 올라와보니 의외로 찬스에 강한 은빛인지 금빛인지..두 남자를 옆에 끼고 히히닥 거리고 있다. 알고보니 검은빛이여!
그래도 난 혼자 잘 논다. 백조는 고고하게 혼자 노는법, 까짓거 다 데리고 가버려!
어우~ 난 아니구먼! 여태 기다렸는데, 나 좀 봐줘! 헤벌쭉~^^
어휴, 저 욕심쟁이, 하여간 내가 남자들과 노는꼴을 못보네! 이꼴로는 안돼겠어,이따 나두 좀 변신을 해봐?
어이, 나두 있어! 여기 좀 봐줘~ 아까껀 다 잊어주랑께~은빛인지 검은빛인지 나 모르는 여자여!
헤헤...그여자 지나가던 길에 잠시 좀 아는척 한거여, 나 아무한테나 이런 멋진 웃음 날린적 없었지라~
어머, 아자씨 멋져부러...난두 여잔데....어케 난 안 안될까요? 나 요즘 외로운디 ^^;;
자자, 오늘은 짝이 다 맞네요, 싸우지 말고 짝맞춰서 잘 놀아봐요. 다들...치즈 ^^;;
커피한잔 하실래요? 난 살짝 웃으며 그말만 했는데...
꾸역 꾸역 남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아직 더 필요하다. 난 아직 배가 고프다....
야야...여긴 건들지마...요건 내 구역이야...강적 숙이의 눈빛 한방으로... 남자들이 순간 쫄고있다.
이쪽 여자들도 잠시 움찔거리다... 강화도령 "아, 녜....다 니꺼 하세요"
"에효...저 웬쑤같은 숙이때문에 앞집 이쁜 여자들 보고도...입맛만 다시네... 김샜다"
우리도 같은 처지여, 시방 숙이 저 쏘아대는 눈빛땜시 꼼짝 못하자녀~
어우...전 아예 얼어붙었어유! 무시라~
아유, 내가 언제 쏘아봤다그래~ 나 부드러운 여자야... 눈빛 풀테니까 딴데 가지마!
그래서. 여자들이 변했다. 그려, 위의 남자들 숙이 다 가지라 그래!! 여긴 남자들 천지여, 오늘은 여기서 놀거라구.
헤헤~나두 변신 쪼까 했는디, 난 어떤감유? 나두 참 이쁘쥬? 어디 나랑 놀 남자 손들어봐유!!! "칫,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 옆의 파란잠바 남자의 눈초리가 제법이다 ^^;;
***ㅎㅎㅎ사진만 그냥 덩그러니 올려놓으려니 뭔가 심심해서 밑줄 달았어요, 당사자들 속마음 들킨거 투덜대지 말고
그냥 저냥 넘어가유!
첫댓글 숙이는 댓다! 팔아놓고~~~그냥저냥 넘어가?~~~엄청실이 불쌍한-허당됐다~~!!
나~눈에 힘 쫌 풀게~~~
요번에도 상 큰거 받았네~~~축카~~해 (부러부러~~~!
그러길래 평소 좀 사이좋게 나눠갖고 살지 그랬어~ 오솔길 남자랑만 걷지말고 더러 나두 좀 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