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58. LTO
이 곳에 사는 동안 경험은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한국 분이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며 조금 걱정을 한다. 영어가 잘 안 돼서 누구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함께 가자며 남편이 선듯 나선다.
지난 번에 우리가 Kerby의 도움을 받으며 한 번 했던 터라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다.
따가이따이의 LTO로 그를 데리고 간다. 우리는 아주 능숙한 사람인양 먼저 ADMIN에 들려 신청서를 받아준다.
그리고 Medical Room으로 간다. 시력검사를 비롯해 혈압 등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하는데 지난 번처럼 뚱뚱한 여직원은 웃기만 하며 도장을 쾅쾅 찍어준다.
모든 게 생략된다. 외국인에게 이것저것 검사하는 게 쑥스러운지 아니면 크게 아량을 베푸는 건지 모르겠다.
4번 창구에 가서 서류를 받아가지고 모든 칸에 인적 사항을 적어 넣는다. 그런데 그게 좀 난감하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부탁하는 이의 주소며 이름, 생년월일, 결혼 여부, 폰 넘버,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일일히 물어가며 꼼꼼히 적어나간다. 그런데도 그 서류가 퇴짜를 맞는다. 부모님의 이름을 쓰는 난이 비어 있다는 이유다.
운전면허 신청자의 나이가 이미 70 이 넘었으니 그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한참인데 그게 왜 필요할까? 아무튼 돌아가신 그의 부모님 성함까지 써 넣은 다음 다시 제출했다.
운전면허를 발급 받으려는 사람, 갱신하려는 사람, 차량을 등록하려는 사람, 차 검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LTO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그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삶은 땅콩, 찐쌀, 타머린 사탕, 카사바 떡 등 물건도 가지가지다.
벽에는 휴지를 버리지 말라든가 침을 뱉지 말라는 경고 문구도 붙어 있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한국말을 한다. 7년 동안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뭔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토씨도 없는 말이지만 한국인을 보자 반갑다는 표시인 것 같다. 그의 호의에 답례하는 뜻으로 나 역시 반갑다는 표시로 그의 사진을 한 장 찍어준다.
드디어 기다리는 이름이 불려지고 면허증에 새겨질 사진을 찍기 위해 5번 창구 앞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다시 또 기다리고... 8번 창구에서 돈을 내고 또 기다리고.
마침내 갱신된 면허증을 손에 받아들었다. 반나절만에 모든 게 성공이다. 그가 기뻐하니 우리도 흐믓하다.
그분이 말했다. " 해보니 아무 것도 아니네. 요 앞에서 뭐 좀 간단히 먹읍시다."
그런데 문제는 요 앞에서 간단히 먹는다는 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생긴 간이 음식점은 메뉴도 아주 생소한데다, 주문은 또 누가 어떻게 하라고.
첫댓글 이제 다른사람을 도울수 있는
션 경험자가 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