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거리에서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과 시위자를 총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들이 비행기에 매달리다 추락사 하는 등 ‘카불의 마지막 날’의 공포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기에 자행되었던 반 여성 반 인권행위 등을 이유를 들어, 악의 축으로 매도하거나,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탈환을 오랜 외세 통치를 벗어난 해방운동으로 추켜 세우는 양극단의 논쟁에 동의하지 않는다.
20년 전 또 다른 ‘카불의 마지막 날’도 별다르지 않았다.
탈레반 최후의 항전의 날, 탈레반 포로 100여 명은 밀폐된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사당했고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와 힐만드, 자불주 등에서는 탈레반 전사 수백 명이 반 탈레반 병사와 부족민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됐다.
탈레반에 맞서 ‘아흐마드 마수드’를 중심으로 한 북부동맹과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과 비스밀라 칸 모하마디 아프간 국방장관 등 아프칸 정부군 잔존세력과 반 탈레반 군벌들이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주에 집결하면서 결사항전을 외치지만, 군벌의 나라 아프간의 미래는 누가 실권을 장악하든,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고, 2,448명의 전사자와 1,176조원라는 어마어마한 전비를 쏟아붇고도 패배한 책임을 회피하고 나섰지만, 결국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전쟁일 뿐이다.
’테러 대응‘은 개뿔, 미국의 실제 목적은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해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장악하기 위한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나?
주한미군을 둘러싼 논쟁에서 우리의 현실을 냉혹하게 되돌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