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꼬마 여행자 클럽
 
 
 
 
 
카페 게시글
지역정보 스크랩 다시 실크로드로~~(01)
꼬마 여행자 추천 0 조회 11 10.04.04 18: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쓰다보니까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재미없고 지루한 얘기라서, 관심없는 분은 읽는 걸 생략하시고 그냥 밑에 있는 사진만

    보셔도 됩니다. ^_^

 

 

 정말 오랜만에 카페에 들어와 다시 글을 쓴다.

1년이 넘는 공백기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여행을 다녔지만, 점점 말라가는 가슴과 지친 머리는 나의 여행에 관해 뭔가를 쓰고,

또 그 쓴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점점 더 힘들게 만든다. 시들지 않는 열정과 꼼꼼한 기록 정신, 유쾌한 상상력과 범상치 않은 글솜씨, 사진솜씨로 카페의 지면을 빛내는 분들이 부럽고 존경스러울 뿐.......

 

 썩 내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이곳에 몇 줄의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려 하는 건 일종의 보은(報恩)의 감정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우연히 이 카페를 드나들었던 내게 이곳에 올려진 수많은 여행자들의 글과 사진은 언제나 경이롭고 달콤한 채찍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카페를 드나들지도 모르지만(나 또한 여기서 소중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나에게 이 카페의 의미는 단순히 사실에 관한 정보 따위로 환원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 올라오는 재미있는 여행기나 멋진 사진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여행하는 것 이상의 대리충족감을 만끽할지도 모르지만(나 또한 가끔씩 그런 기분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게 이 카페의 용도가 그런 정신적이고 미적인 놀이터에 머무는 것만도 아니었다.

 

 내게 정말 중요한 건 다른 데 있었다. 내가 오랜 시간 동안 꽤 많은 여행을 하면서도 "이제 여행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안다"는 식의 위험한 오만과 아둔한 자기확신, 또는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사람 사는 세상 다 그게 그거고, 뻔한 거지 뭐~~"라는 식의 천박한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카페에서 나와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눈과 귀로 세상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물론 진짜 고수 중의 고수도 있었고 반대로 거의 초보자라고 할 만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어느 쪽이든 내게 새로운 자극과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나와는 다른 눈, 다른 생각, 다른 감각을 가지고 나와 같은 곳을, 또는 내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을 누볐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생생하고도 진솔한 이야기와 기록들 덕분에 난 되풀이해서 나의 여행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여행이란 무엇인가? 난 왜 여행을 하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얘기들은 너무 고답적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여행은 단순한 마음으로 할수록 더 진솔해지는 법"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고, 또 "여행이란 그냥 일상을 벗어나서 잠시 즐기는 것일 뿐인데 거기다 뭐 대단한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려고 애를 쓰는가?"라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여행을 하면서 늘 여행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고, 이 카페에서 온라인을 통해 만난 다른 여행자들의 경험이 그런 생각을 깊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싶을 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여기에 다시 몇 줄의 글과 몇 장의 사진들을 남기려 한다. 이왕이면 잘 정리된 여행기나 수준급의 포토 에세이 같은 것을 남겼으면 좋겠지만, 난 지독하게 게으르고 이제는 기억력마저 둔해진 데다 평소 여행하면서 꼼꼼하게 노트나 일기 같은 걸 남기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초창기에는 꽤 열심히 그렇게 했었지만 이젠 아니다) 내 여행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서를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또 제대로 하려면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간단한 글이나 사진이라도 남기는 편이 더 낫겠지만, 욕심이 많아 여행은 자주 가면서도 돌아온 후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어느 틈엔가 지나간 여행은 먼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지금 일단 짬이 난 김에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 관해서만 몇 가지 먼저 올려보려고 한다. 보잘 것 없는 글과 사진이지만 혹시라도 내가 남긴 글과 사진을 보면서 여행에 대해 활기찬 자극을 얻고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는 분이 있다면, 내가 이 카페에 남모르게 진 빚의 일부라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무릇 신세진 것은 제 때에 갚는 것이 배운 자의 도리이니 말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은 지난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꼬박 두 달 동안 실크로드(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와 러시아 일부 지역을 다녀온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었는데, 실크로드의 중국 지역 같은 경우는 13년만에 다시 찾은 거라 나름대로의 감회가 더 깊다고 할 수도 있다. 우선 되는 대로 중국 쪽(실크로드)의 사진부터 몇 장 올려볼 생각이지만, 사실 사설을 조금 늘어놓자면 난 개인적으로 실크로드라는 명칭에 대해 약간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도 있다. 100년 전 독일 지리학자의 탁월한 창의력에 의해 생겨난 이 명칭은 역사학의 영역에서는 꽤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날의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 그러니까 2009년 현재 실크로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완전한 허구이며, 역사학도들의 유적 답사 계획이나 해당 지역에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싶은 사람들의 홍보 팜플렛에서나 존재하는 길일 뿐이다. 오늘날에는 그 길을 따라 비단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이 아니며, 낙타 등에 비단 등짐을 실은 캐러반들이 방울소리를 울리며 사막을 오가는 건 더더욱 아니다. 실크로드 위에서 번성했던 수많은 도시와 나라들의 실체는 모래 속에 파묻혔거나 폐허가 되어 사라졌고, 설사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곳 사람들의 삶은 과거의 실크로드와는 상당히 다른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오래된 제지공장이나 카펫공장, 민예품 공방, 전통 바자르 등 많은 곳에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마켓팅 시스템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고, 나머지는 아직 근대적 산업화가 덜 침투한 변방 지역의 보편적 특성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세계 어디를 가든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낙후된 곳일수록 그 흔적은 더 뚜렷한 법! 여행자나 관광객들은 그런 흔적들에 기대어 그 오래된 실크로드의 비밀스러운 옷자락을 몸소 잡아보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들이 경험했다고 굳게 믿는 그 과거의 잔해들은 현대 관광산업의 주술에 놀아나는 사이비 체험인 경우가 많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실크로드라 부르는 지역에서 현지 거주인들의 고단하고 퍽퍽한 삶을 실제로 지배하는 것은 중국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값싼 공산품들이지,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의 낭만적 전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크로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는 실크로드가 존재했던 시절에 사람들이 누렸던 그 모든 영화와 부와 낭만과 풍요와 여유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시니컬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해하거나 반론을 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지금부터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크로드(아니, 정확하게 우리가 흔히 실크로드라 부르는 지역)를 여행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라는 점이다. 사실적이고 지리적인 명칭이 아니라 허구적이고 낭만적인 명칭에 홀려 여행을 떠났을지언정, 다른 수많은 여행지들에서도 그렇듯이 그곳에서는 외부에 잘 알려진 간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그 무엇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실크로드면 어떻고 무명로드면 어떠냐? 중요한 건 명칭이나 허세가 아니다.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그 허장성세와 관광 마케팅의 커튼 너머로 내가 발 딛는 바로 그곳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그러면서 함께 웃고 때론 아파하는 것, 바로 그게 여행이 아니던가?

 

 여행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하면서 풍경이나 건물들보다는 사람들을 많이 찍게 된다. 그 이유를 아실 만한 분은 다 아실 테니까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흔히 실크로드라 불리는 지역을 여행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래에 올린 사진들은 중국의 시안(西安)에서부터 신쟝의 맨 서쪽 끝인 카슈가르까지 이동하면서 찍은 것들이다.

 

 

 

 

 여행이란 어쩌면 세상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아닐까? 굳게 닫힌 일상의 철문 너머로, 반쯤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호기심~~  잠시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 하나 제대로 보고 익힐 수도 없으면서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두렵고 불편해서 다시 철문 안의 닫힌 공간으로 되돌아오면서도,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는 그 시선만은 끝내 거둘 수 없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  

 한국의 언론에도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던 이른바 우르무치의 7.5 사태(올해 7월 5일 위구르족과 한족의 충돌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 직후, 카슈가르에서 인근의 위르칸드에 다녀오는 길에 군경의 삼엄한 검문 탓에 내가 탄 버스는 도로 위에 오랫동안 멈춰섰다. 기다림에 지쳐 몸을 뒤틀며(입에서는 나지막한 욕지거리도 튀어나왔다 ㅠ.ㅠ) 무심코 창밖을 내다본 순간, 바로 옆 농가의 철제 대문 사이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황급히 카메라를 들어 차창 밖으로 내밀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고....... 나의 호기심은 또 그렇게 한 소년의 호기심을 훔쳤다.

 

 

 

 모든 사진에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진에 대해서는 그냥 침묵하고 싶다. ^^

아, 한 가지 사실 정보만~~  이 사진은 중국 시안의 성벽 안 구시가에 있는 고미술품 거리에서 찍은 거다. 소녀와 등불? ㅋㅋ

 

 

 

 

 신쟝의 투르판은 청포도로 유명한 곳이다. 본격적인 포도 수확은 8월 말쯤 되어야 시작되지만 운 좋게도 7월 초에 포도 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종 과일이 달고 맛있기로 유명한 신쟝 지역에서 특히 유명한 건 역시 하미과다. 투르판 인근의 위구르족 전통 마을인 투욕 마을에서 한 아이가 자기 머리통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하미과를 안고 용을 쓰며 걸어가고 있다. ㅋㅋㅋ 

 

 

 

 

 투르판의 야시장에서~~  손님들에게 내어갈 국수를 썰고 있는 위구르족 모녀~~  옆에서 지켜보니 두 사람의 호흡이 척척 맞는 품이 한두 해 계속한 게 아닌 듯싶다. 한석봉 모자라 한들 이런 콤비가 따로 있을까?

 

 

 

 

 점심으로 물만두국을 먹고 있는 위구르족 노인들~~  깊게 팬 주름 위로 보일듯 말듯 스쳐가는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쿠처(庫車)의 바자르 거리에서~~

 

 

 

 

 평소에도 늘 저런 모습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한껏 단장을 하고 바자르를 찾은 위구르 처녀~~  짙고 굵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쿠처의 바자르에서......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카슈가르의 일요가축시장에서~~  나귀를 사러 나온 한 사내가 나귀의 이빨을 검사하고 있다. 소나 말, 나귀 등은 이를 보고 나이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법!

 

 

 

 

 저 어린 새끼염소는 꼬마의 친구일까, 아니면 팔려 나온 걸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전자이기를 바랄 뿐......

카슈가르의 일요가축시장에서 할아버지를 따라온 듯한 소년이 마차 위에서 새끼염소와 함께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 언젠가 저 둘의 운명이 갈리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

 

 

 

 

 카슈가르의 이드가 모스크 안에서 꾸란을 독경 중인 위구르족 노인~~  이슬람 지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왠지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숙연해진다. 무릇 경건함이란 신성한 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의 손과 눈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니......

 

 

 

 

 카슈가르의 바자르에서 만난 소녀~~  살짝 주근깨 진 얼굴이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하면 과장일까? 왜 우리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나 소공주나 빨강머리 앤은 알아도 우리와 더 가까운 아시아의 수많은 소녀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걸까? 

 

 

 

 

 카슈가르의 이드가 모스크에서 만난 위구르족 형제~~  아버지를 따라 사원에 예배드리러 온 형제를 우연히 만났고 몇 컷을 찍었는데, 이것이 이번 여행의 베스트 샷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이란 원래 그런 것,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듯이......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