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점화 순간까지 올림픽과의 통합을 노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자신에 대한 긍정 등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 깊어
패럴림픽 주제의식에 대한 프랑스식 해석 돋보이기도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이 현지시각으로 28일 프랑스 파리 콩코로드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KBS 1TV 방송화면 갈무리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4년 파리 패럴림픽이 28일(현지시각)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열전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사정상 프랑스 파리로 직접 가서 보지 못하고 KBS 1TV 중계로 시청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 결전의 서막을 알리는 개막식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콩코로드 광장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콩코로드(Concorde)는 프랑스어로 화합을 의미하고, 프랑스 기술의 상징인 전설의 초음속 여객기(2003년 퇴역) 이름이기도 했었으니, 결국 프랑스는 화합을 의미하는 뜻에서 콩코로드 광장을 개막식 장소로 선택한 모양입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 과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KBS 1TV 방송화면 갈무리
개인 사정상 1부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각장애 가수의 공연이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래도 선수단 입장 시점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가장 중요한 순간인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 순간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어 표기 순서대로 입장했기 때문에 꽤 앞줄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어로 대한민국(République de Corée)을 쓸 때는 C자를 쓰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제가 되었던 발음 파동은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알려졌다시피 파리 올림픽 개막식 당시 대한민국을 호칭할 때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과 발음을 혼동해서 IOC마저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수단 입장은 센강에서의 뱃놀이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고 멋진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낭만적인 거리로 여기는 그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하는 것이 가장 멋진 포인트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입장 행렬의 저 끝에 개선문이 서 있었고, 개선문에는 패럴림픽 마크인 아지토스를 크게 걸어놓았으니 말입니다. 세계인들이 파리하면 에펠탑과 개선문을 으레 생각하다 보니 프랑스 측도 올림픽 때는 에펠탑을 보여줬으니 패럴림픽 때는 개선문을 보여주겠다는 이런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매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프랑스군 행렬이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하는 것도 매우 유명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매년 7월 14일 외신들의 퍼레이드 사진이 들어오면 입수하기도 할 정도이고, 언젠가는 진짜로 어느 해 7월 14일 파리에 가서 혁명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와 프랑스 공군 곡예 비행대 파트르이유 드 프랑스(Patrouille de France)의 곡예비행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프랑스군 수준의 행렬 대우를 해 준 셈이기도 합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 공연 중 일부로, 자신에 대한 긍정 등에 대한 퍼포먼스 부분이었다. ⓒKBS 1TV 방송 화면 갈무리
개막식 진행 과정에서 실제 장애 당사자들의 인터뷰 영상이 가끔 나오면서 스토리텔링을 더 잘 살렸습니다. 한 명은 자신이 패럴림픽 챔피언, 즉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야기도 살짝 언급하며 인터뷰에 참여한 세 장애 당사자 모두 자신에 대한 긍정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자신은 살아있으면서 결국 도전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직 세상은 장애인이 죽어있는 존재인 줄 아는 인식이 있다 보니 ‘살아있음’에 대한 강조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제3부의 주제는 그러함에도 도전하며 경쟁한다는 메시지였나 보인지 자신에 대한 긍정을 이야기한 뒤, 마치 운동장 트랙과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움직이는 이야기 등을 통해 패럴림픽이 결과적으로 보여줄 스포츠를 통한 ‘투쟁심’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의미 있는 장면을 또 짚자면, 패럴림픽 깃발 게양 장면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장애인 우주비행사인 영국의 존 맥폴은 사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육상 남자 100m 달리기 동메달을 차지했었던 이력도 있다는 의미도 살려서 이제는 장애인 우주비행사에 도전하여 언젠가 있을 인류 최초의 장애인 우주 비행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 자격은 이미 획득한 상태였다 합니다. 그자가 패럴림픽 깃발을 들고 실제 게양을 담당하는 프랑스군 의장대에게 깃발을 넘긴 장면이었습니다. 언젠가 장애인들까지도 우주에 가겠다는 미래의 의지를 보여준 소소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유럽권이 발사하는 우주선은 으레 남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점에서 노린 장면인 듯합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 직전 상황으로,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 참여자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KBS 1TV 방송화면 갈무리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 순간으로,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사용한 퇼르리 정원의 열기구 성화대를 다시 활용했으며, 프랑스 패럴림픽 선수 5명이 동시에 점화했다. ⓒKBS 1TV 방송화면 갈무리
어김없이 또 중요한 순간인 성화 점화 순간은 성화까지도 샹젤리제 거리를 행진하며 도착하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클래식 작품인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서 하나의 횃불 행렬을 보여주며 전 세계의 단결과 프랑스 대혁명에서 민중의 행렬을 표현한 듯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순간인 진짜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순간은 올림픽 때 썼던 그 퇼르리 정원의 열기구 성화대가 다시 활용되어 이것도 화합을 의미하는지 프랑스의 전설적인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전해지며 하나도, 둘도 아닌 다섯 명이 한꺼번에 점화했습니다.
전반적인 개막식은 결국 화합 등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패럴림픽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주제인 도전·투쟁·통합을 프랑스식 문법으로 해석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올림픽 개막식보다는 덜 전위적이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성화 점화의 순간마저 올림픽과의 통합을 노린 것이 분명 있었습니다. 나름 담백하면서도 뭔가 의미를 살리려고 했던 개막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이 매운맛 개막식이었다면 패럴림픽 개막식은 담백하더라도 든든한 맛 개막식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패럴림픽 결전의 막은 올랐습니다. 전 세계 선수단, 그리고 더 중요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굳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난 도쿄 패럴림픽에서의 아쉬움이었던 ‘뒷심 부족’은 이번에는 없길 바란다는 것 정도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