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Aiiis
그는 어째서인지 타인에게 상처를 받는 것보다 자신이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을 무서워했다. 등신 같다고 비아냥거렸을 땐 차라리 등신이 되겠다고 웃기도 했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감히 내가 이해할 사람도 아니었고. 궁금한 것들이 그의 눈썹부터 작은 점이 자리 잡은 콧대를 내려오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피어났지만 그 어떤 것도 물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눈물 하나 보이지 않더니 왜 어젠 돌담 사이 끼여 있는 이끼를 보고 누가 볼세라 황급히 눈가를 훔쳤는지, 다 장난으로 넘겼을 너의 농담에 왜 새벽 내내 네가 괴로워했는지, 눈이 자박하게 쌓이면 왜 받는 이가 없는 편지를 자꾸만 붙이는지. 물어보면 그는 여전히 대답 없이 영락없는 미소를 보여줄 것이 눈에 훤했다. 그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죽기보다 무섭다 했지만 정작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나에겐 작은 미소로도 상처를 줬다.
너의 안개꽃에게,
그저께 개화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꽃잎이 나오지 않았더구나
주는 물이 영 성에 차지 않았던 건지
드는 빛이 제대로 가지 않았던 건지
시무룩한 너의 풀잎을 보니
마음이 아팠단다
어떻게 해야 네가 아름답게 기지개를 펴겠니
나는 너를 마음에 찰랑일 만큼 사랑하지만
내 사랑은 가끔 너의 흙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작은 벌레가 되어 잎을 갉아먹기도 했었어
이런 서투르고도 어리숙한 나지만
다시 너를 사랑해보려 한단다
네 이름은 안개꽃,
말마따나 하얗고 자욱하게 피어나도록
기어이 너를 또 사랑하려 한단다
나의 수국으로부터.
세상 사람 다 죽지 못해 그렇게 살아. 그냥 너도 좀 그렇게 살면 안돼?
주저앉은 원이에게선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이 나왔다. 그게 내 귓바퀴에 맴돌고 가슴에 바위가 내려앉은 듯 무겁고 답답해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원이는 평범한 사람과 달리 무언가 다른 초월적 존재임이 분명하다고 나는 착각을 했다. 나의 거만한 착각의 대상이 다름 아닌 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울음은 바스라졌고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살 이유가 죽어도 되는 이유가 된 순간이었다.
/ 관계의 첫 페이지
나는 사람들이 안쓰러워. 자기가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을 보면 더 그래. 왜 그렇게 미련스러울까 싶다가도 그때, 내가 숨 쉴 시간도 없이 아픈 것마저 느끼지 않아야 했던 때가 떠오르는 거야. 사실 아픈 걸 느낄 새도 없는 건 가봐. 그런 사람들은 누가 안아줘야 하는 걸까?
/ 관계의 첫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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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영 나오지 않을 예전에 썼던 글을 가지고 왔어요
모두 좋은 밤 되길!
(참고)
안개꽃의 꽃말은 맑은 마음, 사랑의 성공
수국의 꽃말은 진심입니다
첫댓글 단어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꽂혀서 정식 출판돼서 책으로 나오면 좋겠어
이런 문장으로 글을 쓰는데 왜 이제 올린 거야.. 더 자주 올려줘 잘 보고 가
글 너무 좋아 여시야
정말 젛다ㅜㅜ
여시 글 너무 좋다,,,❣️
와... 빠져들어서 읽었어.... 여시야 잘 읽어요!!
와아 연어인데 무슨일이죠 너무 좋다ㅜㅜ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