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끝을 달리나 싶었다
아마도 지구가 반란을 일으키는 중이련가 싶기도 했다
와중에 아주 자주 미친 비가 하늘을 뚫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날씨와 사투를 벌이며 일상을 지내면서도 곧 새롭게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모든 우여곡절의 날씨가 물러가고 입추를 지나면서 좀 바람결이 달라지는가 싶었지만
아직은 아닌가 보다...여전히 폭염이, 억수같은 비님이 일상을 좀 먹고 있으니 말이다.
어쨋든 코로나로 무너졌던 일상이 더디게 회복을 하고 다시 바쁜척 하다 보니 어느새 전반기가 훌쩍.
그동안 미뤄뒀던 여행을 다시 준비하면서 후반기 스케줄은 온통 국내외 여행 촬영이 될 듯하고
이번주 일요일부터는 여행과 더불어 오랫동안 참아왔던 사진 촬영의 강행군이 시작될 예정이어서도 해피해피 다.
사실 3월에 그 많은 카메라 중에 가장 아끼는 "라이카" 카메라가 손을 탔다.
누군지 뻔히 아는데도 섣불리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
인연의 실타래로 엮인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그냥 분노를 잠재우며 모르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애면글면, 애지중지하던 "라이카"를 잃고 나니 코로나 시절 덕분에 잠시 마음이 가라앉고
어디론가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던 까닭에 카메라를 놓았던 상황이 아쉽기도 했고
잃어버린 애지중지 카메라에 대한 후회막급이 몰려와서도 여행을 떠나고 싶던 차에
소식을 들은 아들이 신형이면서도 클래식한 "라이카" 카메라를 구입해줘서 얼씨구나 촬영 여행을 따나게 되었다.
하긴 오랫동안 코로나로 인해 발이 묶였던 터라 온몸이 근질질근 하던 차에 오래 전에 여행하면서 친해진 여행매니아들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다.
워낙 여행고수들인지라 제각각 가고 싶은 곳을 찾아 훌쩍 떠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녀들이어서
통합하여 같이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아 매달 모임을 하면서도 각자 다녀온 여행후기를 나눠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각자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더 늦기 전에 이번이 아니면 또다시 다같이 길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아
모처럼 의견을 모아 길을 떠나기로 했지만 워낙 개개인이 다녀온 곳들이 천차만별인데다 겹친 부분도 많아
할 수 없이 아무도 가지 않았을 곳이지만 쥔장은 이미 오래 전에 다녀왔던 일본의 예술의 섬 "나오시마" 로
동행하기를 청하며 제안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워낙 좋아하는 여행지이기도 하고 계절을 달리하여 찾아들면 정말 그때 그때의 분위기나 풍광이
매력만점인 곳이라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다시 가보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렇게 반문한다....."또 가?" 혹은 "아깝게 시리 다른 곳을 여행하지" 였지만 쥔장 만족도는 최고다.
뿐만 아니다.
나오시마를 가기 위해서는 다카마쓰에 착륙을 해야 하고 그곳은 바로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사누키 우동 여행지도가 있을 정도이니 누이좋고 매부좋고 아니던가?
그중에 나오시마 골목 뒤켠에서 찾아낸 "자루우동"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게다가 다카마스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순례길이자 일본인들의 로망인 "시코쿠 순례길"도 있다.
개인적으로 몇 군데 가본적이 있지만 일본의 "산티아고" 라 불리우는 1400킬로의 "시코쿠 순례길"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고
어디에서 시작하던지 순례길 전부를 찾아드는 백미는 온몸으로 겪어내는 고행도 마다않는
일본인들의 순례길에 대한 고집과 열망도 대단하다.
그야말로 경험하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진한 감동의 경험이기도 하다....순례길 참가자에게 보내는 일본인들의
자발적 응원과 참여의식이 얼마나 강렬하게 다가오는지 그런 경험은 직접해봐야 알 일이다.
순례길의 88개의 도장찍기가 완성되고 마지막 순례길을 끝내고 나면
절로 희열감과 만족감을 누리는 쾌감이 장난이 아닐듯할 간접경험을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어쨋거나 본연의 목적은 나오시마를 다시 가보는 것이었고 동행한 이들이 그곳에서 또다른 감동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과
폐허처럼 버려진, 중금속 덩어리일 섬자락이 문화예술의 정점에 오를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은 베네세 그룹과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변환시키면서 주민과 화합하고 친자연적인 건물과 예술적 감각을 불태운 "안도 다다오"의
승화된 예술을 만나러 가는 기분은 벌써 희희낙락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의 자긍심일 화가 "이우환 갤러리"를 만나는 기쁨도 있고 직접 구입했다는 "모네"의 "수련"도 만날 수 있다.
처음 찾았던 그때. 관장님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얘기해주던지 지금도 기억에 선연하다.
물론 안도다다오가 기획한 나오시마 관련 모든 스토리텔링도 함께 즐길 준비도 되어있고
지추 미술관과 터렐과의 만남도 기대한다.....자연과 동일시 된 고요를 선사하고
그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며 천천히 걸으며 느리게 느리게 섬을 흡입하면 되시겠다가 언제나 쥔장의 결론이다.
암튼 그렇게 기다리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무엇으로도 표현 할 수 없다.
게인적으로는 호기심 천국을 충족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놀멘놀멘의 여행은 아직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스트레스나 피로를 풀기 위한 여행을 아직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라 밖으로 나가 그들의 문화와 건물, 이를테면 건축에 관한 탐구열이나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충족도가 높은 편이라
휴식 개념의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자 내발로 걸으며 내눈으로 확인하는 문화와 역사와 문물의 탐닉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낫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하튼 일단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나를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될 터.
자유로운 영혼과 호기심 천국의 나를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나고픈 열망을 잠재우지는 않겠다.
이후, 국내외 스케줄이 몇 건 더 있으므로 후반기 일상은 아마도 재미로움 그 자체 일 것 같다.
지난 번 사진 촬영의 느낌과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이미 눈에 들어온 풍광은 기억 회로를 잠식하고 있을 터이고 약간의 변형이나 햇살의 차이가
나의 사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긴 하다...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을 추구하는 성향은 아닌 고로.
무튼 일요일 부터는 카페가 수면중일 터이니 그리 아시옵길.
오늘부터는 집 나갈 준비를 하느라 이래저래 바쁠 예정이고
서방을 위한 반찬 준비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먹던지 못먹던지 알 수는 없지만
나홀로 집을 지킬 남편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놓고 갈 일이다.....뭐 한 두번도 아니 었을 지난 여행을 보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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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호 그럼 지금은 여행중일터
돌아와 써줄 기행문에 기대 충만입니다 그려~!
돌아와 하루....여독은 역시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더라는.
그래도 나름 즐거웠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