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18(월,화)일.
고려신학대학원 56회 졸업생들이 졸업 20년을 기념하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의 소사를 간추려 적은 글을 올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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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목사님들이 감동의 소감을 올리시길래
저는 그냥 있을까 하다가
기억 나는 대로 즐거웠던 기억을 꺼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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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출발 즈음에
오계강 목사님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독감이 심해 함께 할 수 없으니
준비한 기념품(펜)을 대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함께 가기로 한 김수호 목사님과 식사 후
오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독감에 힘들어하는 목사님과 안쓰러워하시는 사모님,
두 분 다 동기회에 함께 하지 못해 무척 아쉬워하셨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는 중에도
성기만 목사님도 독감이라는 카톡을 봤습니다.
독감이나 코로나, 그 외 여러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 목사님과 사모님들
모두 건강 회복하시길 바라고
다음에는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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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 목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안으로 갑니다.
오랜만에 만나면 나눌 주제도 없을 것 같은데
전혀 어색함 없이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했습니다.
반겨주는 김성은, 최수민 목사님
임원으로 섬기는 그 열정과 에너지에
늘 감동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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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본격적으로 만나는 여러 동기들.
그리고 원장님과 학교 직원 분들,
조진호 장로님 그 자리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마치는데
막국수가 남았다고 더 드실 분을 찾습니다.
20년 전이었으면 남는 게 없을 텐데...
이제는 어엿한 중년 또는 노년.
저녁 만찬은 이 정도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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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달려 도착한 천안교회.
이재황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깔끔한 교회.
거기서 드리는 동기들만의 예배와 회의.
정민철 목사님의 솔직담백한 설교와
강태우 목사님을 위시한 새 임원들의 모습,
든든합니다.
총회를 마치고 사모님들의 교제가
마치지 않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간식을 바라며 식당으로 난입한 목사들.
어수선한 중에도 기도하며 대화하는 진지한 사모님들.
남자는 역시나 철이 없습니다.
사모님들이 구제해서 지금까지 버틴 겁니다.
철없는 목사들을 끝까지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사모님들~
(반미순 사모님, 다른 사모님들께 잘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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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숙소에 다시 도착하는데
어둑한 밤거리에 잠바나 파카 입은
우중충한 모습에 1999년 겨울 계절학기가
떠올라 혼자 웃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학교 도착.
준비한 양복을 입고 강당으로 올라가는 모습에
이번엔 2002년 졸업식이 떠올랐습니다.
목사후보생이라는 생 신분을 벗어나
본격적인 현장 사역자로 떠나던 그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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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에 모여 특송을 준비합니다.
전날 오지 못했던 몇몇 동기들이 보입니다.
그중 한 분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역시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목사님!
놀란 얼굴로 한 마디 하시네요.
“와 많이 삭았구나!”
반가움이 싹 사라졌습니다.
김.상.수 목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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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 연습 후 잔디에서 미리 사진을 찍습니다.
단체로, 그룹별로 사진을 찍으며 담소하는 중에
김태균 목사가 “다게쉬도 함 찍자”고 합니다.
참석한 멤버들 모아서, 이성구교수님과 한 컷.
그런데 이.광.은 목사가 안 보입니다.
(1학년 당시 히브리어 수업 중 이성구 교수님의
“축구 멤버들 일어나 보라”는 말로
다게쉬는 태동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당시 멤버로 지목되었던 이.광.은 학생.
“저는 아닙니다.”는 말로 공분을 사고
다게쉬 내 ‘배교자’로 낙인찍힌 소사가 있습니다.)
역시나 그 습관 못 고쳤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결국 제외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웃긴 건 예배와 식사를 마친 후 잔디에서
이광은 목사가 “형, 다게쉬 한 번 찍어야 안 되나?”
묻더라는 거죠. ‘응, 이미 찍었어 광은아~~’
은근히 잘 어울려 배교자라는 별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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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기념 예배.
이재황 목사님의 나비넥타이에 깜짝 놀라고
강태우 목사님의 설교와
오세경, 김상수 목사님의 기도와 축도
모두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참 동기회의 특송!
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는데
이렇게 많은 목사와 사모님들이 함께 한
특송은 없었던 것 맞죠?
그 인원을 이끄는 에너자이저
김성은 목사의 지휘.
덕분에 맘 편히 찬양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송 중 제 옆에 섰던 조.광.현 교수님!
사모님들이 먼저 부르자는 걸 잊고
‘오소서~’하다가 멈칫 굳어가는 걸
현장에서 볼 수 있어서 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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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순서 중 은퇴교수님들께 선물 증정할 때,
지역장이라는 특권으로 직접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반 담임교수에 다게쉬 명예교수셨던 이성구 목사님께
꽃다발을 전달하는 그 순간, 참 많은 일들이
떠올라 더 기뻤습니다.
“처음으로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는 하재성 교수님의 멘트가 이 시간의 의미를
보여주는 축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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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약이 있어 식사 후 모임에는 참석 못 해 아쉽습니다.
함께 왔다는 이유로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던
김수호 목사님께도 미안하네요.
다른 분들이 감동의 글을 올리셨길래
그때 그 즐거웠던 기억들을 공유하고자
긴 글을 올려봅니다.
그저 피식 웃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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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오랫동안 애쓰고 수고한 임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엄청난 선례를 남긴 것 같아 뿌듯하고
56회 동기라는 게 마냥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살짝 걱정이 됩니다.
후배들에게 꽤 큰 부담을 남기지 않았을까.
교수님들에게 괜한 기대를 심지 않았을까
뭐 이런 걱정 아닌 걱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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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강건하게 사역하시다가
다음에 또 만나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