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은 대단하다.
쫘악 펼쳐진 설원은 마지막 떠나는 동장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준다.
산은 하얗게 덮였고
나무는 다시 꽃을 피웠다.
한 겨울처럼 하얀 세상을 만든 눈을 바라보며 나는 감탄한다.
역시나구나 역시나야. 너 동장군은...
봄비 맛을 안 얼음알갱이들 내분으로 인한 반란으로 서로들 어깨동무를 하고
으싹으싹 힘주어 팽창하여 어름짱을 삐걱거리게 하며 금을 내었다.
외부의 압력으로는 태양의 위력과 봄바람이 살랑대어 결국은 허물어지는
겨울이라 곧 물러가겠거니 우리 모두 생각했다.
그러나 참새가 죽어도 "짹"하고 간다는데 한 세상을 점령했던 겨울이 그냥 갈것인가.
하다 못해 서둘러 물을 한독 받아 놓은 빈 김치독이라도 하나 깨고 간다.
하지만 곧 꽃피는 3월을 눈 앞에 두고 떠나는 오늘의 동장군이 보여주는 이 위세는
이 나이 먹도록 처음본다. 물러가는 동장군의 힘이 이렇게 장대하고 웅장할 수가...
동장군을 비교한다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보다 용감했고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수천년전 우루크왕보더 더 영웅같다.
아니, 또 생각할 일이 있다.
가난한 시절에 온갖 고생하며 나를 지켜준 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난다.
기운이 없어 털썩 쓰러진 내 영감을 난 침대로 끌어들이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
남편은 죽은 듯이 널부러져 있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내 힘에 한 치도 끌려오지 않았다.
결국은 좀 지나 남편이 스스로 벌떡 일어나 비틀 거리며 한발 한발 침대로 걷던 모습.
나는 아! 하고 남편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느꼈는지 모른다.
나는 지금도 생각하면 기적처럼 남편의 마지막 쓰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은 금새 사그러들었지만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말려도 난 눈 구경을 간다.
동장군이 온 힘을 다해 마지막 피운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꽃을 지켜 보고 싶다.
냇물에 얼음장도 다 녹았다.
난 "빠그닥 빡그닥" 얼음짱이 가라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몹씨도 아쉬워했다.
봄이 오면 활기찬 자유로운 내 세상이고
예쁘게 꽃피는 세상으로 나쁠 것은 없고, 아니 더 좋은 가는 몰라도.
생떼 같은 남편도 보내고 보니 지금 아무리 자유로워도
오히려 그의 위세에 눌려 살던 시절이 좋은 것 같고
힘이 들어도 음식을 해 놓으면 맛있다는 그 말을 들으면 정말 행복했고
아무리 병이 들어 등걸 같은 남편이라도
한 침대에 누워있으면 그 어느 신보다 더 믿음이 갔었다.
현재도 겨울이 계속되면 난 추위로 달달 떨고 그 위세에 눌리겠지만
또 한번의 겨울을 보낸다는 것이 웬일인지 슬퍼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겨울이 또 가면 나는 어쩔 것인가 비애감이 든다.
가지 마라 나의 겨울아
너는 나를 위협하고 살지만 그래도 나는 영원히 이대로이고 싶다.
눈바람이 친다. 몸도 얼고 마음이 언다.
그래도 당당한 네가 나는 좋아 이 거리를 걷는다.
첫댓글 낭만 선배님 남편을 떠나보내시고 그리워하시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위로 드립니다
전새벽 6시에 헬스를 가는데
온 세상이 눈꽃으로 변해 있는 겁니다. 감동에 감동을.... 감성은 살아 있음에 저자신도 놀라웠습니다~ㅎ
아무리 붙잡아도 계절은 가고 사람도 떠나갑니다
그게 "순리" 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 힘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시산제때 뵈어요~ㅎ
금송님
이런 날 6시에 헬스를 가셨어요,
역시 대단하신 금송님이 십니다.
성실하시고 부지런한 금송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2월 하순인데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강원도에는 60cm가 내렸다고 하네요
우리 아파트에도 눈이 하얗게 쌓였습니다
와!
강원도에 60cm 정말 엄청납니다.
봄을 앞두고 산에 들에 나무들이 전부 놀래서 움츠러 들었겠어요
하여간 대단한 눈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낭만님 남편을 생각하시는 글에 내 눈시울이 뜨거워 짐니다
네 진골님
어느 때 어느시나 늘 생각나는 그양반입니다.
그래서 부부인가봐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갈이할때 중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옟말이 있지요
누구나 떠나지만,낭만님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아립니다
눈속에 고립되고싶다는 어느 시인의 시도 있지만
어김없이 봄은 오지요
오개님
말씀대로 무엇이나 떠나가고 누구나 떠나보내죠.
그런데 요즘은 그 어느것도 보내고 싶지 않아요.
님도 겨울도 벗도...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듯합니다
느낀감정들을 이토록 잘 표현하시다니
낭만님의 글을 통해 교훈을 얻습니다
늘 건강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김지아님 고운 댓글을 주셨네요.
축복을 주시는 고우신 김지아님의 글도 낭만적으로 너무도 잘 쓰십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마지막 동장군의 위력이 아름답게 깜짝 하얀나라를 만들었네요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렇게 순백으로 깨끗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지막 동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어차피 떠나야할 운명같은
남편분의 투병생활이 생각나서 그리워 하시는 모습이
가슴이 찡하네요 이제
꽃피는 봄을 기대하면서 건~행
화이팅 입니다
네 금빛님
동장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오늘에서야 알껬어요,
금빛님 말씀대로 떠나야 할 것은 떠나가고 보내야 할 것은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자유노트님
말씀도 맞습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힘도 없어 가기도 하고
때를 알아 스스로 물러나기도 하지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배 님의 글을 읽으며 웃음 안에 들어있는 어둠을
보게 되네요.
어떤 미사여구를 쓴다고 하여도 그 마음 달래줄 수는 없어요
아픔을 겪어본 나이기에 말입니다.
그런데 선배 님 이 아픔을 나 몰라라 하며
어김없이 나를 아침에 깨우고 살아라 하네요
이왕 사는 것 즐겁게 살아라 하고 이왕 맞는 하루를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가라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많이 웃는답니다
글도 슬픈 글보다 웃음띤 글을 쓸려고 하고요.
제 나이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나이는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하면서 말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선배 님 오늘 홧팅 하세요 웃으면서요^^
박희정님
이 세상에 아픔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말씀대로 모두 살아야 하기에 살고
또 살 수밖에 없으니 사는 것이지요,
말씀대로 나이를 잊고 살으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위로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해마다 3 .4 월에 꼭 눈이 한번씩 많이 오지요
작년보다 이르게 함박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네요 그래도 곧 녹아 질퍽 거리는 길을 살금살금 걸어서 지하철 타고 외출 하고 지금 들어 왔어요
이 궂은날 살금 살금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외출을 하셨다니
참으로 귀여운 표현을...
곱고도 정겨운 여인이신 안단테님이십니다
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버겁도록 찬겨울도
곧떠나갈걸 생각하니 몹시아쉬움으로 안타까워 애쓰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곧 버들강아지 보송보송 포근포근히 피어오르는
새봄이 오면 낭만님 봄맞이가세요 봄처녀 처럼 예쁘게차려입고요^^
이쁜밤 되세요^^
정겨우신 전지현님
곱고도 희망적인 봄 여인의 댓글이십니다.
말씀대로 예쁜 옷을 입고 봄맞이 하러 가겠습니다.
늘 예쁘신 그대로이시길 바랍니다.
항시 이쯤에는 눈이 나려 세상을 온통 흰빛으로 물들게 하네요
건강잘 챙기시고 그리운이의 몫까지 하셔야지요
함빡 미소님 그동안 편안하셨지요 인사를 드립니다.
미소님께서는 절기를 잘 아시네요,
전 날씨는 차도 눈은 이렇게 안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얀세상이 오니 황홀하기도 하고
바람은 어찌나 찬지...
그러나 곧 꽃피고 새우는 봄이 오겠지요.
그날을 기쁨으로 맞이하려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그대로 고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