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 언론들은 요며칠 드래그 퀸(Drag Queen, 옷차림과 행동으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성) '더 비비안'의 요절 소식을 열심히 전하고 있다. 그의 사망 소식은 6일 오전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에서 많이 본 뉴스 2위에 오르는 등 영국인들의 안타까움을 이끌어냈다. 반면 국내 매체들은 성 소수자(LGBT+)인 드래그 퀸에 대한 거부감이나 조심스러움 탓인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요즈음 한창 주가를 올리는 오징어 게임 시즌 2에도 트랜스젠더여성 '현주'가 비중있는 캐릭터로 등장할 정도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는 시대 흐름이 읽혀진다.
최고의 드래그 퀸을 다투는 TV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영국(RuPaul's Drag Race UK)' 시즌1을 우승하며 예명 ‘더 비비안’으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리 윌리엄스가 서른두 살에 요절했다고 BBC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전했다. 고인이 출연하던 공연의 홍보 담당자 사이먼 존스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랑하는 제임스 리 윌리엄스 ‘더 비비안’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알렸다. 존스는 이어 “제임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놀라운 사람이었다”며 “제임스의 가족들은 상심에 빠졌지만, 그가 살면서 이뤄낸 일들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제임스의 가족에게 애도할 시간과 사생활 보장이 주어지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고인은 세상을 뜨기 사흘 전만 해도 SNS에 “올해도 저와 함께 기부해 달라. 제가 하는 모든 자선 활동은 리버풀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자선단체와 함께 한다. 한 달에 1파운드(약 1800원)면 지나치진 않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영국 웨일스 출신인 고인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의상을 좋아했기 때문에 드래그 퀸 예명을 '더 비비안'으로 정했다. 고인은 미국 서바이벌 예능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영국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9년 방송된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영국’ 시즌1 우승을 차지하며 영국 최고의 드래그 퀸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선발대회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흉내를 내 세상을 웃겼다. 입을 비죽이며 경멸하는 말을 내뱉는데 목소리마저 트럼프를 판박이했다. 그가 대단한 재간꾼임을 알 수 있다.
그 뒤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2023년 ‘댄싱 온 아이스’에서 3위를 차지했고, ‘오즈의 마법사’ 원작의 뮤지컬 ‘위저드 오브 더 웨스트’의 영국과 아일랜드 공연에서 서쪽 마녀 역할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는 공식 SNS를 통해 “비비안의 사망 소식에 매우 슬프다”고 애도하면서 고인을 남성 대명사(He)가 아닌 여성 대명사(She)로 지칭했다. 이어 “그의 재능, 유머, 예술에 대한 헌신은 영감을 준다”며 “그는 진정한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줬다. 그가 남긴 유산은 창의성과 진정성의 등불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SNS에는 그를 추모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너무 충격이다. 믿고 싶지 않다”, “당신이 한 모든 일에서 당신은 늘 놀라웠다”,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했다”, “차 안에서 당신의 노래를 듣고 있다” 등 애도의 글을 남겼다.
Best Of The Vivienne 🇬🇧 RuPaul’s Drag 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