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답답한 마음을 달랠길 없어 무작정 자전거에 몸을 싣고 아침 8시30분에 굴포천으로 향하였다. 자연과 함께하면 언제나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굴포천에는 강태공들로 항상 붐비고 있었는데 오늘은 왠지 허전해 보였다. 굴포천 자전거길은 수변길과 둑길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굴포천 둑에는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을 뿐 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흔한 개나리, 철쭉과 영산홍도 없다.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밋밋한 수변길 뿐이다. 굴포천 쉼터에는 테이프로 둘러쳐져 있어 쉴 곳이 마땅치않았다.
굴포천 하류에는 한강으로 가는 방향과 정서진으로 가는 방향으로 갈라진다. 나는 정서진 방향으로 향하였다. 바다가 그립기 때문이다. 계양대교 쉼터에서 모처럼 숨고르기 하였다. 아파트단지에서 계양대교까지는 약 15km로 50분 정도 소요된다. 아라뱃길은 자전거족들로 항상 붐빈다. 꼬마 천사로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들이다. 마치 자전거 전시장 같다. 계양대교에서 시천교 부근 매화동산까지는 아라천 대절토사면 보수공사로 인하여 출입이 전면통제(2021.6.14-2021.11.15)로 우회가 불가피 하였다. 좁은 도로에 보행자길과 자전거길로 구분하여 교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보행자길로 들어서서 가는 라이더들도 있었다. 우회도로는 정서진로와 평행하게 달리는 코스로 쉼터와 화장실을 구비하였다. 안개협곡을 지나면 매화동산이 나온다. 매화동산은 검여 유희강 선생(1911-1976) 생가가 있던 마을로 2011년 경인아라뱃길이 만들어 지면서 그 역사적 흔적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매화동산은 매화나무 뿐만 아니라 소나무, 정자, 옹기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운치있고 아기자기 하였다. 유희강 선생은 인천 서구 시천동 진주 유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1937년 명륜전문학원(현 성균관대학교)을 졸업 후 북경에서 서호및 금석학을 연구하였다.
1946년 귀국한 뒤 인천시립박물관장및 도서관장을 역임하고 1962년 서울 인사동에서 서예연구와 후학지도에 힘썼다. 1959년 제1회 개인전을 비롯한 6회의 개인전과 한국 서예가 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현대 서예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매화동산 후원에는 옹기원을 조성하였다. 옹기에는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을 저장하고 있다. 크고 작은 항아리 속에 매화나무 생산의 의미를 담았다. 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고약처럼 달여 집안의 구급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시천교로 진입하자 시천가람터 수변문화공간 조성공사(2021.5.10-2021.12.9)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천교 쉼터에서 마지막으로 숨고르기한 후 정서진으로 향했다. 정서진으로 가는 도중에 루디스토어 자전거 전문매장에 들러 자전거 주유를 하고 싶다니까 그냥 주유기름(조그만 비닐봉지)을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다음 기회에 들리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하였다. 정서진에 도착하니 젊은 바이커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정서진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고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썰물 때라 갯벌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새들이 이곳 저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었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막혔던 가슴이 뻥뚫리는 기분이다.
어릴적 소꼽친구들과 갯벌에서 바다 생물들을 잡으면서 낭만을 즐겼다. 그 당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벌써 70고개를 넘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문들이 한 두명씩 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남의 일 같지않다. 나도 언젠간 떠나겠지 생각 뿐이다. 단지 빠르게 가고 늦게 갈 뿐이다. 지금은 인생을 덤으로 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크 손대장에게 전화하였다. 손대장은 걷기가 불편하여 정형외과에 들렸다 왔다고 하면서 3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하였다. 그리고나서 60대와 70대는 확연히 다르다고 하면서 껍적대지말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정서진에서 한참 머무른 후 다시 뒤돌아갔다. 시천교에 다다르자 마침 점심시간(12;00)이었다. 햄버거, 과일, 감자, 달걀 등으로 식사하였다. 매화동산을 지나면 안개협곡이 나온다. 안개협곡에는 전망대가 있으며, 안개협곡 건너편에는 아라폭포와 아라마루휴게소가 있다. 아라폭포는 5단으로 폭포수가 우람하게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였다. 오전에는 폭포수가 보이지 않았다. 속도감있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계양대교에 이르렀다. 계양대교에서 잠깐 휴식하고 굴포천으로 진입하였다.
공기주입기및 먼지털이기에서 자전거를 청소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부평구청역 다다르기 전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나이 드신 할머니 두 분이 내 곁으로 오셔셔 자리를 양보하고 옆 의자에 앉았다. 연세가 몇이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한분은 95세, 다른 한 분은 82세 였다. 82세 할머니 보다도 95세이신 할머니가 더 건강해 보였다. 나도 할머니처럼 건강하게 95세까지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스트레스 받지말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면 족하지 않을가.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50분 경이었다. 샤워하고 나니 온 몸이 개운하였다. 오늘은 흐린 날씨로 비교적 선선하였다. 라이딩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오래간만에 장거리(58km) 여행이었다. 다음 주 일요일은 바이콜릭스(Bikeholics) 창단 1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향만리한 벗들과 라이딩 할 생각을 하니 가슴 벅차오른다. 친구들과 여행해야 제 맛이지 홀행은 재미없다.
굴포천 수변길 굴포천 쉼터 사용금지 계양대교 대포분수 아라천 대절토사면 보수공사로 자전거길 폐쇄 우회도로 자전거길과 보행자길 구분 매화동산 정문 검여 유희강 선생 생가마을 꽃마루 정자 매실나무 옹기원(매실저장)
루디스토어 자전거 전문 매장
정서진 노을종과 풍경
아라자전거길 2012.4.22일 개통 표지석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
영종대교와 갯벌
안개협곡 이정표 안개협곡 전망대 안개협곡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라폭포 아라마루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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