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열려 있지만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
비와 걸레가 닿지 않는 곳
벽과 바닥 사이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곳
하루 종일 있지만 하루 종일 없는 곳
한낮에도 보이지 않는 곳
흐르지 않는 공기가 모서리 세워 박힌 곳
오는 듯 마는 듯 날개 달린 먼지가 온다
많은 다리를 데리고 벌레가 온다
바람과 빛이 통하지 않는 습기와 냄새가 온다
숨이 있던 곰팡이가 벽을 뚫고 돋아난다
아기 손가락이, 어느 날, 만져본다
문이 없어도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
후벼본다 긁어본다 빨아본다
엄마가 없어도 튼튼하고 안전한 곳
머리를 넣어본다 누워본다 뒹굴어본다
손가락으로도 꽉 차지만 온몸이 들어가도 넉넉한 곳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2.09.29. -
구석은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이고 “하루 종일 있지만 하루 종일 없는 곳”이고 “한낮에도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 구석에 “먼지”가, “벌레”가, “습기와 냄새”가, “곰팡이”가 온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그 곳을 어느 날 아기 손가락이 들어가 만져본다. 그리고 “후벼본다 긁어본다 빨아본다.” 구석이 김기택 시인의 시적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