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서 돌을 꺼낸다
김향숙
내가 아는 어떤 돌엔
망치 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또 몇 번의 웃음이 들어 있고
그중 한두 번의 웃음엔
입꼬리가 깨져 있기도 합니다
아주 큰 소리의 덩어리를
여러 번 나누어 잘게 깎아내다 보면
한 천년쯤은 아무런 소리도 없는
웃음의 비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대답 없는 얼굴로
무수한 질문과 염원을 듣기만 합니다
인구지표에도 들어 있지 않은
면면面面이 돌 속을 빠져나옵니다
돌을 닮은 얼굴을 아십니까?
그건, 망치를 닮은 아버지 얼굴이기도 하고
정釘을 닮은 누나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돌 속에서 꺼낸 돌에선
푸른 표정이 생겼습니다
표정 하나만으로도 전부인 세계가
내 앞에 있습니다
사람의 모습으로 돌의 무게로
어느 한 지점이 되려고 합니다
표정을 얻은 돌은
굴러가거나 던져지지 않습니다
어느 날 돌 속으로 사라진
사람을, 사랑을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첫댓글 상상력이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