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40〉
■ 어부 漁夫 (김종삼, 1921~1984)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고.
살아 온 기적이 살아 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1977년 시집 <시인학교> (신현실사)
*우리에게 ‘어부’의 이미지라고 하면, 파란 바다가 먼저 생각나고 자그마한 어선 한척을 가진 까맣게 타고 주름진 얼굴을 한 다부지고 늙은 남자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어부의 삶은, 출렁이는 바닷가를 삶의 현장으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생소한 면이 있겠지만, 그들도 이 땅의 농부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면서 내일의 희망을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이 詩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어부의 삶을 통해 본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고도로 절제된 시어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인데, 함축된 시어로 인해 해석이 쉽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이 詩에서 묘사하고 있는 고깃배는 바닷가에 매어져 있는 작고 초라한 배로서, 나지막한 파도에도 출렁거리고 풍랑이라도 치면 뒤집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배가 출항하기 위해서는 화창한 날을 기다려야 할 것이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어부는 어느 화사한 날에 먼 바다로 나가,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처럼 필사의 사투를 벌여 승리해서 다음과 같이 자랑스럽게 소리쳐 보겠다고 소망하는 모습입니다. 이제껏 살아온 고달픈 삶을 견딘 게 기적이었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삶에는 분명 이제껏 없던 더 기쁜 일들이 기적처럼 펼쳐질 것이라고 말이죠.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