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현지시간)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0명의 연방 사형수 가운데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등 테러 관련 3명을 제외하고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다고 밝혔다. 모두 남성들이다. 당연히 미국인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고,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언도 받은 이들을 대통령이 감형 은전을 베푼 것은 말이 안 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2기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격 사면한 것은 너무도 속보이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런데 이들 사형수 가운데 두 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을 거부했다고 NBC 뉴스가 6일 전했다. 사면을 받아들이겠다는 문서에 서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인디애나주 테리 호트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섀넌 아고프스키(53)와 렌 데이비스(60)가 주인공으로 지난달 30일 이 주의 남부를 관할하는 연방법원에 감형을 막도록 개입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형수는 감형 조치가 이뤄지면 자신들이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추진하는 항소 절차에 법적 불이익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고프스키는 1989년 오클라호마 은행 회장인 댄 쇼트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쇼트의 시신은 호수에서 발견됐다. 연방 검찰은 섀넌이 형 조지프 아고프스키와 함께 은행에서 7만 1000 달러를 훔친 뒤 쇼트를 납치해 살해했다고 봤다. 배심원단은 조지프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평결했는데, 강도 혐의에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조지프는 2013년 옥중 사망했다. 섀넌은 살인과 강도 혐의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섀넌은 2001년 텍사스 교도소에서 동료 수감자 루터 플랜트를 때리고 발로 밟아 살해한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섰고, 배심원단은 2004년 사형 언도를 권고했다.
2019년 섀넌과 전화로 결혼식을 올렸다는 아내 로라는 변호인들이 대통령 사면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지만, 남편은 끝내 고집을 부렸다며 "냉혈한으로 낙인 찍힌 채 교도소에서 죽고 싶지 않아 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무고를 증명할 증거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도 보탰다.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의 경찰관 출신으로 1994년 이웃에 살던 10대 소녀 킴 그로브스를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데이비스가 그로브스를 살해하도록 마약 중독자를 교사했으며 동료 경찰로 하여금 그로브스를 기소하도록 했다고 봤다. 데이비스는 처음에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 연방 항소법원에 의해 파기됐다가 2005년에 다시 사형이 언도됐다. 나중에 이 사건은 뉴올리언스 경찰 내부의 부패로 번져나갔다.
그런데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반발하며 2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사형 집행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독일 국적으로 남편과는 펜팔 친구로 맺어져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했다는 로라는 "바이든이 당선된 뒤부터 감형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얘기해왔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의 영향으로 독일은 사형 제도가 없는데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독일연맹을 만들어 활동한다고 했다. 로라는 바이든의 발표가 "우리에게는 아주 캄캄한 하루"가 됐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