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사냥
우리나라 가곡에 "옛 동산에 올라"라는 곡이 있습니다.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팡이 도루 짚고 산기슭 돌아나니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나!"
저는 춘천댐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고향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닙니다.
개인의 정체성과 뿌리가 닿아있는 곳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니까요.
고향이라는 말 속엔 따뜻함이 들어 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마당과 울 밖 풍경
어머니가 철마다 해 주신 맛난 음식들
가재와 반딧불이, 멍석에 누워서 별을 헤던 수많은 날들.....
그 행복한 시간이 돌아갈 수 없어서 더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교적 멀지 않은 곳이어서 가끔 고향 집을 방문합니다.
익숙했던 풍경이지만 논밭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도 하고
사람들도 늙어가고 삶을 마감하기도 하여 그리운 인적 구성원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 그곳을 찾아감은 영혼의 안식처와 같아서
메말랐던 도시의 삶 속에서 윤활유 같은 추억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추억은 개인적 삶의 경험치입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간도 추억의 필터를 거치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도 하니까요.
삶이 힘들다면, 그래서 위안이 필요하다면
가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나 학교, 놀이터를 방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추억의 사진첩을 꺼내어 분절된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추억의 두께가 두꺼워져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옛 친구를 만나 추억을 소환하며 소주 한 잔에 추억 사냥놀이를 하는 것도 행복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그 친구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즐거운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