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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金剛)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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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방 스크랩 사는 이야기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
윤거사. 추천 0 조회 916 09.09.21 13:5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결혼 후 줄곧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다가 작년 봄에 시골의 일반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여러가지 장단점이 있는데, 어쨌거나 우리 부부와 아이들 모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작년 늦가을 쯤인가, 길양이 한마리가 우리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내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먹이만 먹고 경계를 늦추지 않던 길고양이가

어느듯 우리의 손길에도 가만히 있게 되면서 아예 우리 집에 눌러 살게 되었다.

아이들이 붙여준 '지니' 또는 '진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집의 식구가 된 것이다.

 

 

찬 바람이 매서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 왔다.

이웃집 형님이 갓 태어난 강아지 두 마리를 우리에게 주셨다.

덩치는 커도 고양이는 고양이인가보다.

철 없는 강아지들에게 살던 집도 뺏기고 먹이도 후순위로 밀리는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좀 크고 시간이 지나자,

한 집에 같이 자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쯤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 어느날 부터 한동안 지니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저녁에만 잠시 와서 먹이를 먹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아내의 생각에는 지니가 집 밖에서 출산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가출(?)을 하기 직전, 지니의 배가 좀 불러있었던 것 같다.

강아지들 때문에 그랬을까?

집에서 새끼를 낳지 않은 지니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섭섭한 건 아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며칠동안 아내는 새끼 고양이을 찾기 위해 집 주변을 샅샅이 수색을 했으나 결국은 찾지를 못했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지니는 다시 집에서 잠을 자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들이 다 커서 독립을 한 것인지 어떤지, 우리로서는 새끼의 상태를 알 수가 없었다.

혹여 새끼들이 잘 못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내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지니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무더웠던 여름의 뒷자락 햇살이 남아있던 이틀 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마당에서 고양이에게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 있었다.

 

"야! 빨리 들어가! 어서... 이 놈이!!!"

"왜? 뭔데? 왜 그래?"

 

뭔 일이 났나 싶어, 창고 입구에 서 있는 아내의 어깨 너머로 창고 안을 들여다보니

아이들 주먹만한 고양이 새끼가 핏기도 채 가시지 않은 채, 수건위에 푹 쳐저 숨만 겨우 할딱이고 있었다.

 

"아, 글쎄! 밭일 마치고 집에 와보니, 지니가 새끼 두마리를 마당에 떠억 하니 낳았는거야.

그런데 한마리는 이미 죽어 있었고 이 녀석은 겨우 숨만 붙어 있는데,

애미가 젖 물릴 생각은 안하고 강아지들하고 놀고만 있잖아.

야! 지니 이놈아 빨리 들어가!"

 

이번에는 전과 달리 우리집에서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로 달구어진 마당은 기지도 못하는 새끼들에게는 죽음의 입구나 마찮가지였다.

그나마 한마리라도 살아있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있는 아내의 모성애는, 새끼에게 무관심한 듯 태연한 어미 고양이에게는 원망으로,

겨우 숨만 헐떡이고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는 안타까움으로 아내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있었다.

어미보다 더 애태우는 아내 덕분이었을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 녀석이 이제는 제법 배밀이도 하고 소리내어 울기도 한다.

 

"진아! 밥 많이 먹고 새끼 젖 많이 줘라."

 

아내는 사골이 푹 고아진 진한 곰국에 밥을 말아 창고 앞에 놓아주며 지니를 불렀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지니가 밥을 먹으로 나가자마자 새끼는 꺼이꺼이 거리며 어미를 찾기 시작한다.

지니도 모성본능을 가진 어미이기 때문일꺼다.

맛있는 밥을 얼마 먹지도 못하고 울고 있는 새끼에게 다시 젖을 물리러 들어왔다.

아직 눈도 못뜨는 새끼는 어미젖을 찾아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 모습을 촬영하면서 어머니 그리고 아내의 모습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이런 일 저런 일, 장황하게 늘어놓을 것도 없이 나는 분명 불효자이고 못난 남편이다.

그런 나를 낳고 키워주시고 여지껏 믿어주시는 어머니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말없이 밭일까지 해가며 아이들을 키우는 아내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조차 잘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오늘은 바쁜 월요일이다.

젖을 먹이고 있는 지니를 뒤로 하고 일어섰다.

올겨울을 고양이 모자? 모녀?-아직 암컷인지 숫컷인지 확인도 못했군-가

함께 따뜻하게 지낼 집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길을 서둘렀다.

 

 

 

 

눈도 못 뜨는 새끼를 바라보는 지니

 

 

임시 거처인 창고 안의 수건에는 새끼 고양이가 태어날 때 몸에 묻어 있던 피자국이 보인다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열심히 밥을 먹는 지니.

 

 

새끼 고양이를 건드릴까봐 대문에 묶여버린 둘째 조룽이.

 

 

첫째 다룽이는 집 밖의 경운기 옆에 있는 개집에 묶여 있다.

 

 

 어미의 품 속에서 젖을 먹고 있는 새끼 고양이.

 

 

밥을 먹으러간 어미를 애타게 찾고 있는 새끼 고양이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돌아온 어미 품으로 파고 드는 새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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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21 14:42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 09.09.21 14:58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 09.09.22 07:12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아미타불!_()_

  • 09.09.22 20:18

    그러시군요...우리집에도 고양이 한마리 키우고 있지요...한 3년전 11월 어느추운날 우리 작은아이가 밤 1시쯤에 학원에서 나오는데 생후 1달즘 되 보이는 길냥이가 우리작은아이를 졸졸 따라와 불쌍해서 책가방속에 넣어 온 거예요.그길로 지금껏 키우고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건 발정할때면 많이 우는데 그때마다 제가 참선을 하면 제 옆에서 조용하게 앉아 있는거예요. 발정기간이 다 지나갈 동안 식구들이 밤에 잠을 못잘까봐 본의 아니게 참선으로 꼬박 밤을 새운날도 여러날이지요...지금은 수술 했지만요...참으로 묘?한 인연인것 같아요...윤거사님댁의 개도 고양이도 참으로 온순해 보여요...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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