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집어드는 순간, 이미 가슴은 설렘으로 가득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마만에 즐기는 여행길이던가 싶어서 절로 흥분이 되어 손길이 빨라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자 챙기기, 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모자를 챙기면서도
기분이 고조되는 순간을 느끼겠더라는.
그렇게 여행 날짜에 맞춰 옷을 세팅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유여행을 하던 시절에는 그까짓 옷이 뭐 대수라고 가벼운 배낭이 최고치 였지만
동행인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에 걸맞는 품새가 필요한 법인지라 별 수 없이 날짜별로 다양한 옷과 모자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탑승 캐리어가 아닌 수화물 캐리어로 방향을 전환하여 아예 넉넉하게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하게 됐다.
더구나 돌발상황이 생길까 싶어 챙긴 약상자는 결국 아주 요긴하게 쓰여졌으므로 지금 생각하니 천만 다행.
여하튼 꾸러미 꾸러미를 챙기는 기분이 묘하기도 했지만 후반부 여름인지라 의외로 챙길 것이 많았다.
그렇게 짐을 챙기고 여행 시작 전날 집을 나섰다.
이르게 인천공항을 떠나는지라 하룻밤을 지낼 거처가 필요했고 새벽 네시에도 인천공항 버스가 다닐만한 장소로
딸네집이 당첨되었지만 그 사이에 딸이 코로나 걸렸다고 연락을 해온지라 같이 동행할 지인의 집으로 고고고.
그녀의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이슬비 내리는 산자락 밑의 동네 길을 걸으며 늦은 밤 공기를 흡입하면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각자 마무리로 여행 준비 점검을 하며 수다 삼매경....그러나 길게 이어지지 못한 채 잠이 들고
겨우 세시간 쯤 잠을 이루고 새벽 세시반에 일어나 버스를 향해 지인의 서방님 차에 안착.
와우, 그 신새벽에 공항버스 정류장은 이미 인산인해...다들 어디로라도 떠나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이 캐리어가 가득하다.
그렇게 공항버스를 탈 때만 해도 그 아침의 여섯명분의 귀한 식량은 우리 곁에 잘 있었건만
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휘리릭 내려서는 식량 담당한 지인에게 "빵은?" 물었으나 그제서야 화들짝....이미 이때부터 조짐이.
어쨋거나 아까워도 포기해야 하는 법이고 놓친 물고기는 엄청 크더라고 사라진 아침 식량은 그렇게 남의 것이 되어버렸다.
지인의 집까지 찾아와 준비한 아침 식량을 건네준 마스크 착용한 딸에게 미안할 뿐.
그렇게 공항에서 함께 여행할 일행들을 만나고 가이드를 쓰윽 훑어보았더니 첫눈에 이미 굿굿굿 요소가 보이더라는.
드디어 비행기에 오르고 우리 일행은 너른 비상구 자리에 앉아 승무원을 도와 돌발상황에 대처할 구성원이 되는 행운을 누렸다.
여행지 추천을 한 당사자로서 그렇게 설렘반 기대반일 그녀들의 표정을 보자니 뿌듯하기도 하고 즐거움에 들뜰 무렵
차창 밖으로 "사누키" 라는 "다카마스"의 옛지명이 잔디 위에 짜잔...바로 한 컷 촬영 포인트.
사실 다카마스 공항은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번 이,착륙이었으나 지금은 매일 운항을 하는 관계로
예전보다 여행객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속시설이 많지 않고 여전히 시스템은 자동이 아니라 수동식이므로
무엇을 하던지 간에 시간 소요가 많고 특히 돌아오는 길에 수하물 발송은 그야말로 과부하 걸릴 정도로
사람 손으로 체크하고 무게를 재어 손으로 이동 시키는 바람에 성질 급한 사람은 돌아가실 정도로 숨가쁠 지경이다.
여하튼 드디어 다카마스에 도착을 하고 유능한 버스기사 "히카미"상을 필두로 가이드 "박명희"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기본적인 다카마스는 물론 앞으로 여행하게 될 지역의 특성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달변의 가이드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 이름도 막강한, 사누키 우동 여행코스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정석의 "사누키 우동"으로
점심을 마무리하고 "야시마" 섬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를 위해 한 컷.
그 사이에 야시마 섬의 일등공신 "올리브" 나무에 관한 일화를 듣고 나니
지중해와 비슷한 여건을 지닌 야시마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어 곧 바로 달려가는 "야시마" 드라이브 도로를 달려 "야시마 상점가와 야시마 전망대와 야시마 절"을 향해가는
길의 풍광은 불변의 자연을 탐닉해야 할 만큼 있는 그대로 천혜의 자연 그 자체 이다.
하지만 어쩌나...비님이 내리기 시작하니 별 수 없이 우산을 꺼내 들었으나 이 또한 운치 유발 오히려 분위기는 정감이 가득.
야시마 상점가는 사실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만의 장점인 다양한 소품과 아이스크림을 눈요기 하고
750 계단을 올라 전망대와 야시마 절 "고토히라궁"으로 오르는 발길과 356 계단 즈음이나
그의 반 정도까지만 오르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그것도 못오르내릴 사람들은 계단 밑에 운치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면 될 터,
결국 우리 몇몇은 운치와 바람결과 수다에 어울리는 커피를 선택하였다....다리가 아픈 일행을 위해 첫 포기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사르륵사륵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을 느끼며 맛보는 커피는 그야말로 운치 플러스 알파라
굳이 계단을 올라 야시마의 전 풍광을 내려다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 시간은 그야말로 전날의 기대감과 설렘을
모두 가슴으로 끌어안기에 충분하였으므로 피로감과 아쉬움은 금새 잦아들었고 커피는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사실 오르진 못했지만 고토히라궁을 오르려면 인내가 필요할 듯하다.
정신줄을 잘 붙들고 계단을 오르면 멀리 "시코쿠 후지산"이 눈앞의 정경으로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라고 할 것도 없을 터이지만 "바다의 신"을 모시는 절이기도 한 코토히라궁은 절이며 일본에서 궁이라 불리운다.
그리하여 불교와 다양한 신을 함께 모시는 "신사"와 불교의 영향권 안에 드는 "궁" 일명 절은 개념이 다르다.
다시 길을 나선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다카마스 레오나노 모리 호텔"로 가는 길에도 풍광은 소도시의 고즈넉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호텔 뷔페 석식을 무한대로 즐기며 여행 첫날의 들뜸을 잠시 가라앉히고 담소를 나눈다.
이어서 온천행을 선택하거나 늦은밤 수다를.....일부는 온천에 들러 쥔장이 묵고 있는 수다방으로 찾아들었다.
그 긴긴밤의 맥주 파티에 나이자락을 잃어버린 여자들의 수다는 호텔방을 넘어 저자거리를 장악했을지도 모를 일.
웃다가 뒤집어지다가 그동안의 개개인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며 이로써 "우리"라는 단어에 힘을 싣는다.
숨겨두었던 이야기,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이 터져나오고
그밤, 둘째날의 여정을 위해 수면을 재촉하지 않았다면 날밤을 새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일을 위해 수디방을 접었다.....그리고 돌아서서 새벽이 되었다.
고로 다시 온천행.
첫댓글 아 기대하며 다음 얘기로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달콤 쌉싸름한 여행길이었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