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평면 토말하우스
저녁을 먹은 집에서 묵을것인지
저녁은 따로 먹고 잠은 깨끗한 숙소로 갈 것인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고민으로 꽤 오래 갈등했다.
두 곳 모두 요금은 같은데
토말하우스는 방에서 일출을 볼 수 있고
뭣보다 깔끔하다.
송지면에 있는 어민횟집에서는 일몰을 볼 수는 있으나
식당에 달린 방이라 시설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
나는 그래도 이번여행 마지막 밤인데 잠은 깨끗한 곳에서 자고 싶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고
남편은 소주없이 회를 먹는 불경스러운 일을 어떻게 하냐며
식당숙소에서 그냥 묵자는 의견을 소심하게 표현한다.
결과는 두 말 할 필요 없겠다.^^;;
해남 지도로 보면 남동쪽 끝 땅끝비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어민횟집은 서쪽으로 돌아앉아있고
토말하우스는 동쪽으로 돌아 조금 윗쪽 사구미 해변을 지나 위치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소주 없이 맨숭맨숭 회만 먹자니 뭔가 어색하긴 하다.
"내가 이렇게 회를 먹었다는거 주변 사람들이 알면 안믿을거야 아마."
난 어색한 정도지만 이 분은 회가 아닌 헝겊을 씹는 표정으로 투덜거린다.
칠흑같은 어둠속을 상향등을 켜고 산길을 돌아 가는 내내 미안하던 마음은
방 안에 들어서면서 일시에 사라졌다.
띠리리띠띠리~~
정갈한 외부와 아늑한 실내
잘 정돈된 침구와 깔끔한 욕실
게다가 하룻밤 3만원, 착한 가격까지...
바로 지난 주, 아이 면회갔다가 하루 묵었던 6만원짜리 로얄장에 비하면 이 곳은 천국이었다.
눅눅한 침구에 후질근한 수건
몇해묵은 때가 낀듯 원래 색깔을 잃어버린 화장실
시루떡처럼 먼지가 켜켜로 쌓인 창문
신으면 무좀이 옮을 것 같은 욕실화가 비교되자
이후로 웬만하면 면회대신 휴가를 나오라고 해야겠다.
토말하우스는 숙박전용 건물이면서
1층에는 횟집식당이 있고
양식전복을 판매하는 곳이기도하다.
지금은 비수기라 식당에서는 아침식사로 전복죽 단일메뉴만 되고있었다.
깨알같이 쫑쫑 썰어넣어
전복입자 찾기가 보물찾기인
여느 전복죽과는 달리
젓가락으로 전복을
건져보기도 처음이다.
-목포 유달산

"유달산에 별 기대하지마~ 노적봉, 아주 쪼그매."
말을 듣고 보니 뭔가 기대를 했어야 했나? 하는 마음에 머쓱해진다.
목포라하니 유달산에 가 볼 뿐이었는데
산이 크다고 생각해본적도 특별한 기대를 한 적도 없었던 것이 오히려 미안해진다.
중간 전망대에 오르자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목포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문학작품의 무대보다도 노래의 배경이 한층 애잔하게 느껴진다.
-북항

항구의 아침은 분주했다.
그물을 손질하고 밧줄을 뽑아내고
일찌감치 거둬들인 흐물흐물한 김이 들어올려진다.
큰소리로 떠들거나 고함을 치는 이도 없다.
조용한 가운데 뭔가 만들어지고 쌓여간다.
목포는 항구였다.
-고창 선운사



보성에서 장흥을 거쳤던 이유는 순전히 동백때문이었다.
장천재 넘어가는 길이 떨어진 동백꽃으로 온통 핏빛이라 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길 내비따라 갔는데
장천재는 맞는데 동백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마음좋은 주차관리원 덕분으로 주차요금은 내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3천원 아까워 속앓이할 뻔 했다.
그래서 기대가 더 컸었는지도 모른다.
허나 선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당 뒤편 동백나무숲에는 어쩌면 약속이라도 한 듯 꽃몽오리들이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동백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춘백이 있고 추백이 있더라는 말을 남편이 전해준다.
그래도 말이 안된다.
동백이라면 이미 져 떨어져있어야 할 시기이고
춘백이라면 지금 한창 꽃을 피워야 할텐데
이 무슨 변고인가 모르겠다.
맛집-선운사 산장회관

산장회관은 선운사 주차장에 있다.
전주 막걸리집 소개를 하다보니
하루에 두 집에 가느라 소화불량 걸렸다는 여행작가의 글을 읽은적 있다.
모름지기 맛집 소개를 제대로 하려면 그정도쯤 돼야 프로라 할 수있겠다.
달랑 한 집만 가보고 그 집이 다른 집과 비교되는 부분을 어찌 알겠나.
나먀 물론 이미 검증된 집에 간다고 갔지만
그 역시 누군가의 주관적 입맛일수도 있을테니
용기가 있다면 될수록 생소한 곳에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
두 달 벼렀던 것에 비해 4박5일은 너무 짧았다.
예상 비용보다 5만5천원이 추가됐다면 무척 잘 한 살림이지 싶다.
여행이 좋아 여행에 빠진 사람들은
여행하는데 돈이나 시간이 없다는건 핑계라고 말한다.
사진반 모임자리에서 그랬듯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는 사람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는 사람
시간도 돈도 없어 여행은 먼나라 얘기라는 사람등
여행하기에 꼭 들어맞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았다.
잠시 침묵중 혼자소리같은 여행종결자의 한마디
"난 시간도 많고 돈도 많은데..."
부러움에 앞서 시기와 질투로 마음에 평정을 찾기가 힘들었다.
허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시간? 돈?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할애하면 된다.
시간, 돈보다 중요한건 열정이다.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 떠날 길이 열리나니...
-유나여행묵시록 1장5절..^^;;-
첫댓글 유나여행묵시록을 읽었으면 그대로 따라하기~ㅎ
제 여행묵시록은 좀 무모해요 -무조건 떠나기- ㅋ 부록도 있어요-가자고 할 때 암말말고 따라가기-
과천에서 해남까지~덕분에 나두 여행다녀온 기분
차안에서 남편과 네비양과 알콩달콩 다 보여요^^
아무래도..
제가 내비양을 질투하는것 같아요..ㅜ.ㅠ
4박 5일 동안 ~~ 멋 있는 풍광따라, 맛 있는 음식따라..알토란같은 여행을 하셨습니다..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이지만, 나름대로 바지런하고 머리도 잘 굴리고, 네비도 잘 돌려야...實한 여행이 되겠지요..
모처럼 유나님의 여정을 따라 다니면서...,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 南道 여행을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하시는 것~
아니 모놀을 못 하시는 것~ 보증해요~ㅎㅎㅎ but...유유상종 못해서 안타까워요^^*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다면
저로서는 영광이지요.^^
여행 묵시록 겁나~~ㅎㅎ 여행은 여유를 만들어서 가는 것이 아닌 것 만은 사실!!!
아기자기한 ㅡ여행 함께 했네요? ㅎㅎ 잘 봤어요^^
벌교에서 해남가는 길에 진도 푯말이 보일 때
그날 밤 기억이 나서 혼자 빙그레 웃었답니다.^^
맞어.... 시간? 돈?
그보다 뜨거운 열정... 그 하나면 충분하다....
나도 곧 떠나고 싶다...
열심히 일한 사랑님
떠나세요~ ㅎ
떠나는것은 돌아오기 위해서라는데...돌아오면 또 떠나고 싶은건 웬일인지..주말마다 ..돌아당기느라 피곤해서 다음엔 쉬어야지 하면서도 ..목요일이면 ..난 어디로 갈까 인터넷 서핑을 한다... 유나야 가기전에 걱정 하더니 잘다녀왔네..보람찬 결혼 기념일이었을것 같다 ㅎㅎ
'초우님 말만 잘 들으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멋진 여행을 갈 수 있다.'
새로운 격언
늘 마음에 새기고 지낸답니다.ㅎ
오현숙님이 쓴 책인 "평생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라는 책속에
여행 후에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좀더 부드럽게, 좀더 가벼운 아음으로 남은 생을 보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공감되는 말이군요.
오늘 당장 그 책 주문해야겠어요.^^
그래요. 돈도 시간도 있는 만큼의 여행을 하면 되는 거네요. 저는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떠나야겠어요. ㅎ ㅎ ㅎ
유나님 첫 느낌처럼 글과 사진이 조근조근 쏙쏙 마음에 스며드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도 용기 있는 자의 여행기 보고 싶어요. 건강하세요. *^^*
별꽃님의 말씀에 부쩍 용기가 납니다.
고맙습니다.^^
한비야님이 마지막 도착지에서 수고한 자신에게 선물한 것이
호텔에서 거~하게 쏘앗다는 마지막 부분에서 나도 꼭 그래봐야지~했는데...ㅎㅎ
유나님도 탁월한 선택이였어요~저 멋진 일출도 볼 수 있었으니...^^
50기념으로 도보여행을 떠나야지 했던 저 자신과의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자면 여럿 있겠지만 젤 중요한 건 "용기"입니다
서로를 새삼 알아가는 남편과의 알콩달콩 여행 행복하셨죠?
저 또한 가지고 있었던 계획들을 다시 다져보는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드려요~
앞으로 더 좋은 여행과 사진을 통해 유나님의 풍요로운 삶이 이어지시길 빕니다.^^*
실은 저도 다른건 다 되는데
그 '용기'가 없어서 늘 좋은 기회를 놓치곤 하지요.
남편의 배려가 아니었으면 이런 여행, 엄두를 내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문제는 늘 내 안에 있었던것 같아요.
여행기를 쭈-욱 보면서 많은자료를 공부하고 계획하고 떠나셨네요~
프로 여행기자처럼 쓰신 멋진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른님들의 댓글 또한 유나님 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감이 갑니다
늘 행복하시고,,,좋은 기행문 기대할게요....
남편 왈, 자기는 손안대고 코푸는 것처럼 운전만 하면 되니 편하다더군요.
여행계획 짜는동안 몹시 설렜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현지 사정이 계획과 다를 때 그 당혹스러움이라니요.
발 닿는 곳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가는 것이 편할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멋진 남편과 사는 유나님이 부러워요~~사브작사브작 함께 해준 남편분도 존경스럽고요~~
우리집 영감은 이글 안보나??
남편이 페북앓이가 시작되었어요.
예전에는 저 사진찍는동안 멍하니 있는것이 미안했는데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식당에서 먼저 아이폰 꺼내들고 사진부터 올리더라구요. ㅎ
어치케 하믄 조롷크롬 알토란 같이 데닐 수 있는거지라??? 부럽고로.~^0 ^
답은 길 위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결혼기념일 4박5일 여행이라니... 두 분 알콩달콩 재밌게 사시는 모습 참~~ 부럽습니다. 유나 님 여행기 보며 글 솜씨, 사진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구요. 앞으로도 모놀답사에 꼭 오실 거죠?^^
모놀 답사, 꼭 가고 싶었는데 일정이 겹쳐 못가게 됐네요.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