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5 폭염에도 성심당엔 '긴 줄'… '양산·사탕·물' 제공
"더워도 너무 덥네요.", "그래도 대전까지 왔는데 버텨야죠." 8월 4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대전시 중구 성심당 본점과 인근 케익부띠끄 매장 앞.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는 폭염특보 속에서도 두 매장을 둘러싼 대기 줄에는 족히 500명 이상이 뙤약볕을 견디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머리 위로 가차 없이 내리쬐는 폭염의 열기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금세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대기열의 시민들은 저마다 양산과 얼음물, 손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차례를 기다렸다. 성심당 측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대응에 나선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분주히 대기열 사이를 오가며 얼음물과 대여용 양산을 나눠줬고, 줄 사이사이에는 대형 선풍기가 가동됐다. 대기 공간 한쪽에는 '어지럽거나 몸이 불편하실 경우 가까운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 사탕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매장이 문을 여는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강한 햇볕 가운데에서 줄을 서있다가 자칫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조처였다. 여름 휴가철과 방학이 맞물리면서 대기 줄은 평소보다 더욱 길어졌다. 가족 단위 피서객과 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신모(40) 씨는 "아이 방학을 맞아 휴가를 내고 말로만 듣던 '빵지순례'를 왔다"며 "오후엔 사람이 더 몰린다고 해서 아침 일찍 왔는데도 더워도 너무 덥다"고 했다.
연인과 함께 대구에서 왔다는 박모(29)씨는 "5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며 "인기 상품이 오후면 품절된다고 해서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넘어왔는데, 더위가 정말 성심당의 인기만큼이나 뜨거운 것 같다"고 전했다. 매장 직원들은 대기 손님들에게 "1시간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대기 줄에 합류한 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연신 손부채질하면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느냐"고 인솔자에게 묻기도 했다.
폭염 속 대기열을 보고 엄두를 내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50대 방문객은 "빵 맛이 궁금해서 왔는데 도저히 이 날씨에 야외에서 버틸 엄두가 안 난다"며 혀를 차며 돌아섰다. 인근 카페에는 성심당 쇼핑백과 보냉백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고, 매장 앞 도로에는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성심당 관계자는 "공복 상태로 일찍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고객들이 많아 폭염이 이어지는 8월까지 생수와 양산, 포도당 사탕을 지속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대기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과거 번호표 발급 방식을 시범 도입해봤으나, 현장 회전율과 대기 관리 등 운영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현재는 현장 대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밥 한 줄에 4000원… 불패 신화도 무너졌다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졌던 김밥 전문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거에는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고물가와 원재료비 상승 직격탄을 맞으면서 높은 폐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자영업자의 불패 신화로 불렸던 김밥 전문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8월 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전년 대비 5.9% 올랐다.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023년 처음으로 30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3800원대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약 7%에 달한다.
◆ 고물가·원재료값 상승… 김밥값도 덩달아 올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통계상 수치보다도 높다. 동네 김밥 전문점에서도 야채김밥 한 줄은 4000원을 넘어선지 오래됐고, 참치김밥이나 라면 등을 더하면 1만원을 훌쩍 웃돌기 때문이다. 김밥 가격이 치솟는 배경에는 원재료비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김밥의 주재료인 쌀과 김, 계란을 비롯해 시금치, 단무지, 당근 등 채소 가격이 일제히 오른 탓이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오이 도매가격은 4만4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4%나 상승했다. 소매 가격 기준으로도 오이, 시금치 가격은 각각 29.3%, 28.3% 올랐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에 일부 채소의 출하량 감소,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은 김밥 한 줄 사먹기도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들은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한다.
김밥은 속재료를 하나하나 따로 볶는 등 조리해야 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최근에는 김밥 전문점마다 김밥을 말고 써는 기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공정이 많아 외식 메뉴 가운데 노동 강도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최저임금까지 올라 인건비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2021년 872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320원까지 올랐고, 내년에는 1만700원까지 오를 예정이다.
한 김밥 전문점 직원은 "요즘 편의점 김밥이 훨씬 저렴하고 잘 나오다보니 예전처럼 사람들이 김밥을 잘 안사먹는다"면서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만 판매하고 폐업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 김밥은 2500~3000원 수준이고, 삼각김밥은 1000원대에 판매된다. 최근에는 간편식 수요에 힘입어 편의점들이 고단백, 저당·저지방 삼각김밥을 출시하고 있는데, GS25의 해당 제품들은 출시 약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넘어섰다.
결국 김밥 전문점들은 운영난을 겪으며 줄폐업을 겪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 업종 생존율'에 따르면 2018년 창업한 분식점 가운데 68.4%가 5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분식점 사업자 수는 4만9026명으로 1년 전보다 5.1% 줄었다.
◆ 김가네 1호점도 폐점… 김밥 프랜차이즈 실적 하락
김밥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에 100원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김밥 프랜차이즈 본사 실적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고봉민김밥인을 운영하는 케이비엠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271억원, 1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김가네 매출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368억원, 영업익 2억원을 기록했다. 바르다김선생 매출은 16.6%나 감소한 141억원, 영업익은 38.9%나 급감한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매장 수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고봉민김밥인과 김가네 매장 수는 지난 2024년 기준 각각 450개, 378개에 달하고, 바르다김선생은 지난해 말 기준 94개로 100개점을 밑돌았다. 김가네 1호점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점도 지난달 31일자로 문을 닫았다. 해당 점포는 즉석김밥 프랜차이즈 시장을 개척한 곳이다. 현재 매장 유리 외벽에는 "1992년 처음 문을 열고 손님 여러분과 웃고 울었던 김가네 1호점이 35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폐점 사유는 적히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원재료 종류가 많고 손이 많이 가는 메뉴라 식재료비와 인건비가 동시에 오르면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편의점 등으로 옮기고 가격을 유지하면 점주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여서 김밥 전문점의 폐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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