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 사귀는 여자 생겼어" 했더니 친구는
"정말? 야, 축하한다" 그러길래 내가
"근데 있지,,, 여자가 나이가 좀 많아" 하자, 대뜸
"몇살인데?"
"사십 넘었어"
"뭐? 이 짜아식이~"
"왜 그러냐 너,넌 사십 안넘었냐?"
"그런데 있지.이상하게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날 만나고 나면 집엘 안가려 해"
"뭐? 이 짜식은,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있어,,,"
"사실인걸 어떡하냐.젊고 이쁠 수록 더 그렇더라"
"이 짜식 이거. 야, 전화 끊어"
가끔씩 벗과 전화통화하며 대충 살을 붙여 주고받은 이야기다.
그녀를 처음 만나 잠깐 자기소개를 한 후 나는 대뜸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지지난번 피아논 부문 준우승자 손열음의 현지 연주곡인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틀었다.그리고 연이어 작년 쇼팽 콩쿨서 우승한
조성진의 같은 곡을 들었는데,그녀는 대번에 조성진의 연주를 극찬한다.
그녀로선 두 연주자 다 처음 접해보았는 데도 금방 알아채린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그녀에게 장계의 풍교야박을 얘기했더니 넷을 뒤져 자기의
카톡방에 그 시를 올려놓았다.
며칠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딸 사진과 아들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따님과 아들이 바꿔 태어났더라면 좋았겠어요" 한다.
솔직히 내 딸은 못생긴건 아니지만 그다지 매력이 있는 외모는 아니다.
반면 아들넘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내딸이 그런 매력의 소유자이고 대신 아들은 외모 대신 능력있는
남자라면 좋겠다고 한 것이리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자기개성의 시대에서 여성은 오히려 이제는 전문가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결혼 못지 않게 말이다.
내딸 역시 이를 더 중시여긴다.그래서 그길을 가고있고,,,
아무튼 재밌는 것은 그녀에게 아들이 한명 있는데 미대 조형대학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한다.예술전공자들에게는 나름 독특한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녀 아들은 그 개성미가 더 뚜렷한 모양이다.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그래서 내 아들사진을 보자 대뜸 자기 아들과 서로 소개시켜주자고 제안을 한다.
살다살다 보니 딸가진 사람이 내아들을 소개시켜달라 하는 경우는 봤어도
자신의 아들에게 내아들을 소개시켜달라는 건 처음이다.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남편과 헤어진지 10년이 지났는데 아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도통 친구들과 어울리려
들지를 않으니,친구같은 선배로서 내아들을 적임자로 생각한 모양이다.
내아들은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공부빼곤 뭐든 한우물만 파는 스타일이고,,,
대다수의 남자들이 늘씬하고 멋진 여성을 보면 눈을 흘끔거리고 이리저리 훓어보는
반면 내아들의 경우 소가 닭보듯 도무지 관심조차 없다.
대신 한번 사귀었다 하면 은근하고 정감있게 그리 행동을 한다.
당연히 한눈 한번 팔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예리한 촉수에 절대 걸려들지 않는다.
그러니 사귀는 여자들은 금방 빠져든다 ㅎ.
그런 내아들과 사귀다 보면 때때로 풍광수려한 곳으로 야영도 갈 것이고
천렵하며 매운탕도 끓여먹고 자연을 벗삼아 우애를 다질 수 있을터이니
그녀 아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줄 요량으로 내게 그런 부탁을 했으리라,,,
이날이태껏 내가 먼저 프러포즈를 해본 일이 없는 나로선 당연히 그녀에게도
뭐 딱히 이렇다할만한 프러포즈 대신 여건 보아 여행이나 가자 했다.
그랬더니 그녀 왈 "일단 저희집에 오셔서 저희 엄마와 제 아들과 함께 넷이서
차한잔 나누시고,커피와 다과는 제가 대접해 드릴테니 그런 다음 밖에 나가서
식사하고(식사비는 물론 내부담) 그런 연후에 여행가요" 한다.
경상도 여자(통영이 고향)들이 그렇듯이 늘 화통하다.
그러면서 나보고는 "정말 사귀는 여자 없어요?" 하며 여러차례 물어본다.
내 대답은 늘 간단하다.
"지금까지 적지않은 여자들을 사귀어봤지만 늘 거기서 거기였어.
철학은 고사하고 음악조차 대화가 안통해.그쪽은 국문학을 전공했다 했지.
얘기했지만 난 수학을 전공했어.그렇다면 우리 한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하자
"아니요.저 자신없어요" 한다.
"그것봐,그러니 내가 그간 만났던 여자들에게 무슨 미련을 가질 수 있겠어"
그제서야 그녀는 마음이 좀 놓이는 모양이다.
78학번인 그녀 큰 언니가 강력한 메이퀸 후보였다는데 그 대학은 78년도 부터
메이퀸 제도가 폐지됐다.내가 수학을 전공했다고 하자 형부도 공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한다(공대 응용수학 전공은 당시만 해도 국립대 한군데 밖에 없었음).
"수학은 나보다 잘했겠네" 하자
"수학만 볼때 그럴진 모르지만 나머진 오라버니가 다 더잘해요" 한다.
'이게~ 몇번 봤다고 오라버니래' 하면서도(속으로),
간만에 조금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내심 기대감이 간다.
쬐금 불만인 것은 그녀 나이가 좀 많다는 것(나보다 11살 적음)이다 ㅎ.
*간만에 인사올립니다.
주절주절 농반으로 엮어보았습니다.
그녀가 카톡방에 올린 글 올려드립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통째로 그 사람의 생애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아픔과,그가 가진 그리움과
남아있는 상처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이다.
첫댓글 그녀 나이가 쬐끔 많네요 하하~ 행복한 만남 되셔요 ^^~
인간사 정이 그렇고 그럴진데 그깟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노행자 맞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거예요 노행자님 저의 위트였어요 ㅎㅎㅅㅇ
@빛사랑 님께서는 정말이지 재치가 상당하십니다^^
사랑받으실 그리고 그런 자격이 충분하신 빛사랑,,,
정말이지 메마른 대지에 한줄기 빗줄기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어라~~~
@노행자 노행자님 과찬의 말씀이셔요. 그래도 칭찬 받으니 힘이 됩니다. ^^~
ㅋㅋ..
조만간 삶 방에 국수 먹을 일이 생길듯..ㅎㅎ
대화가 통하는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닐진데
좋은 인연으로 남으시길 기대합니다..
좋은 소식 있음 삶방에 공지해 주시고..ㅎㅎ
혹여라도 남쪽여행에 갈 요량이라면 소식전하고픈 마음...
저 기러기는 알겠지요^^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인연
고맙습니다^^
꿈이라도 야무지게 꾸고 글로써 라도 고급스럽게 포장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쫌 슬프네요 ㅎㅎㅎ
좋게 생각하세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