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성추행이 아니었는데
데이트하기 참 좋은 어느 늦은 가을날
나는 충무로 대한극장 옆 송원기획 출판사에 있었다.
아름다운 5060 카페문집에 올릴 글들을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옆자리엔 출판사 여사장인 55년생 양띠 현주여사가 있었다.
나와 띠 동갑이기도 하고
탁구동호회에서도 자주 어울리기도 했다.
한참 교정을 보다가 이만하면 됐다 싶기도 하고
또 쉬도 마려워서 화장실에 가면서 말하길
“이거 오자나 탈자 하나에 1백만 원 겁니다.” 그랬다.
무슨 객기였던지~
화장실에서 손 씻고 나와 의자에 앉으려니
현주 여사가 두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는 거였다.
이게 뭐지...?
현주(玄珠)라면 검은 진주를 말한다.
중국의 道家에서는 현묘하고 현묘한 진리를 말하는데
그걸 터득하면 무위자연이 된다는 거다.
좋아하는 작가를 한 사람 들라면 나는 서양의 헤르만 헤세를 드는데
서양사상에 동양사상을 접목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최후 최대의 걸작은 데미안도, 싯다르타도 아니고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도 아니요
<유리알 유희>라고 하는데
그 모델을 중국에서 찾았다고 한다.
유리알 유희는 240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카스탈리에의 이상향을 그렸다.
바로 유희의 명인인 요제프 크네히트를 등장시켜
유리알 유희를 하는 건데
그건 실제의 유희가 아니라
헤세가 창작한 관념의 유희요
그 유리알은 道家에서 말하는 현주(玄珠)와 무관하지 않을 거다.
잡힌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가만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봤다.
이건 뭐지...?
이윽고 현주 여사가 한다는 말이
“백만 원!” 하는 거다.
나는 그 순간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이거 성추행 아니에요?” 그랬더니
현주 여사가 난색을 표하는 거였다.
아마도 나에겐 방어개념이 축적되어 있었을 테고
그것이 의식을 준비하기도 전에 튀어나왔을 테다.
사실 그네가 내 손을 잡은 건 성추행도 아니요
단지 오자나 탈자를 찾아냈다는 순간의 환호였던 거다.
그래서 나는 성추행 아닌 이뿐 짓을 당했을 뿐이고
객기에 의해 무리한 내기를 걸었다가 낭패 볼 찰나에
위기를 모면했던 건데
그냥 이뿐 짓은 이쁜 짓대로 즐기고
통 크게 백만 원을 썼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입장이 반대였다면 나는 백만 원을 받아서
둘이 늦은 가을날의 데이트를 했을 텐데 말이다.
오늘 아침에 글을 올리기를 '순이를 만나러 가리라'라고 했더니
모렌도 공이 초를 치더라.
자기가 순이에게 케잌을 보내리라고.
그래서 난 옥이나 만나보러 가리라고 했는데
들판을 아무리 걸어도 흙일뿐 옥이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지난 추억을 꺼내봤는데
위와 같이 검은진주(玄珠)님과 얽힌 지난 이야기다.
이상 톡톡 수다였습니다.
첫댓글 ㅎㅎㅎㅎ
재미있으십니다..ㅎㅎ
명언, 간략한 글이요..
다행이네요.ㅎ
저녁산책길에 차 한 잔 할까요?
아, 미국에 계시지요.ㅎ
아무리 발벗고 뛰어도 선배님을 따라 잡을 수 없겠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 글에서도 100만원짜리가 있나 검색하고 올립니다 ㅋ
왜 발벗고요?
스파이크를 신어야죠.ㅎ
웃자고 해본 소리지만
이 노야가 어찌 의한님을 따라가요?
흙 속에 진주가 있는 법!
잘 찾아 보시면
분명. 옥이 나올 겝니다~ㅎ
순이는 저가 채김질터이니
잊어버리시와요~마!
그거야 아침에 잊었지요.
오늘 옥도 못찾았는데
흑진주를 만나려면 수산시장에 가서 홍합을 먹어야겠어요.ㅎ
나같으면 돈에 눈이 멀어
구십만원 깍아주고 십만원이라도 내라고 떼 섰을텐데.....^^
제가 조크를 던진건데
성추행이라하니 현주님이 얼어버렸어요.
십만원이야 주고말고요.^^
제 막내 누나 이름이 현주(賢珠) 입니다.^^
검을 현이 아니고 어질 현을 쓰는데..
혹 그 분도 같은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ㅎㅎ가벼운 농담에 놀란 표정이 상상이 갑니다.
그 표정이 ~~~
표정이 금방 굳어지데요.ㅎ
농담도 잘 가려서 해야~
아이고 아부지!!!
선배님 순발력 참 대단하십니다~^^
왜 !
순간 맛있는 냉면이 먹고싶어진건지 모르겠습니다ᆢ
아이구우 옴마야 누이야~^^
그거 내이름 달아놓고 자셩.
@석촌 아쉬운대로 집에서 간단히 김치 넣고 휘릭 해서 먹었습니다~
탁월한 순발력이 돋보입니다
ㅎㅎ
너무 기를 죽였었나보네요.ㅎ